‘주거비 블랙홀’ 우려 가중…가계 소비 위축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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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 블랙홀’ 우려 가중…가계 소비 위축 경고음

투데이신문 2026-06-16 10:06: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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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에서 본 서울시내 아파트와 주택. [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본 서울시내 아파트와 주택.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전세사기와 갭투자 문제로 전세 제도 축소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대안 없는 월세 중심 시장 전환이 가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거비 증가가 소비 위축과 자산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9일까지 체결된 서울 아파트 신규 전월세 계약 5만1620건 가운데 월세가 2만8005건으로 54.25%를 차지했다. 2024년 16만3995건 중 45.02%에서 지난해 14만5646건 중 47.57%으로 늘어난 뒤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전세난 관련 질문에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고 짚었다. 

전세는 세입자가 거액의 보증금을 맡기는 대신 매월 임대료를 내지 않는 한국 특유의 임대차 제도다. 다만 최근 수년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하며 제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활용해 추가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확산되면서 전세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가톨릭대 경제학과 양준석 교수는 “70년대쯤 전세가 처음 나왔을 때는 금리가 10%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자가 월세 역할을 했으나 금리가 내리면서 전세금을 높여 갭투자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세대출 관리 강화와 갭투자 규제 등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의 월세 거래 비중은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오피스텔 전 유형에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전세 축소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임차가구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의 지난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15.8%, 수도권은 18.4%를 기록했다. 월세 비중 확대가 가계의 고정지출 증가로 이어질 경우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4년 이후 월세 상승 속도는 소득 증가 속도를 웃돌고 있다. 지표누리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임금 증가율은 0.9% 수준이었으나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11월 이미 누적 3.29%를 넘기며 소득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 이는 임금이 오르는 속도보다 월세가 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 임차가구의 RIR 또한 빠르게 악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하 한은)도 지난해 ‘부동산발(發)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 증가가 민간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30대 청년층에서 임차료 등 주거비 부담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세 부담 확대가 이러한 소비 위축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은은 이러한 자산 양극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제시했다. 베이지안 VAR 모형 분석 결과 자산 불평등 확대 충격은 가계 소비에 상당 기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자산이 고소득·고자산 가구에 집중되더라도 소비 진작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이뿐만 아니라 자산 1~2분위 가구의 한계소비성향은 0.20을 웃돌지만 자산 5분위는 0.10 수준에 그친다. 부동산 가치는 올랐지만 소득이 적어 소비를 늘리지 못하는 고령 고자산층, 즉 ‘LIRO(Low Income asset-Rich Older)’ 계층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추가로 발생한 소득(증가한 소득) 중에서 얼마만큼을 소비에 사용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즉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은 주거비 부담으로 지출을 줄이고, 자산이 쌓이는 계층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내수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월세 중심 임대차 시장이 정착돼 있지만 임대료 규제와 장기 거주권 보장, 주거비 지원 제도 등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하는 제도와 장기 임차인 보호 장치를 통해 임차인의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이에 전세 축소 자체보다 전환 과정에서의 제도 보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료 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공공임대 확대, 청년·저소득층 대상 주거비 지원 등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월세화가 가계 부담 증가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양준석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공공임대나 민간임대로 공급을 늘려야 전세 등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며 “미국처럼 모기지를 통해 월세 대신 장기주택담보로 주거비를 관리하는 방식이 우리나라에도 확산된다면 임차 부담을 줄이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금리 여건이 달라질 경우 재융자를 하거나 주택 매각 시 담보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권대중 석좌교수는 “단기적으로 월세가 올라가면 저소득층은 가처분 소득이 줄며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그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앞서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어 “2027년 말까지 준공되는 일정 요건 충족 신축 소형 비아파트는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고,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 범위도 확대된다”며 “이를 주거비 완화와 비아파트 공급 정상화 정책과 연계해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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