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협 개방 시점 ‘불투명’…업계 “최종 합의까진 모른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16일 미국과 이란이 전날 전투 종식 MOU에 합의했음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개방 시점은 가늠하기 어렵다며, 손상된 중동 에너지 시설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 최장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9일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지만, 해협이 정상 항로로 돌아오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전쟁 기간 부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뢰를 걷어내는 데만 수 주가 필요하다. 서방 해양안보 소식통들은 이 작업에 40~50일이 걸려야 보험·해운·석유 회사들이 비로소 통항에 나설 것으로 본다. 여기에 수송 탱커 수배와 선원 확보까지 더해지면, 공급망 복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어렵다.
업계가 좀처럼 경계를 풀지 못하는 이유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을 때까진 안심할 수 없다. 최종 합의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계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합의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일본 해운사들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쇼센미쓰이(MOL)는 “안전이 충분히 확인된 뒤 항행을 재개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고, 일본우선(NYK라인)은 “전투가 종식된다면 반가운 일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신속한 항행 정상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유·LNG 시설 곳곳 피해…복구에 “최장 2년”
해협이 열린다 해도 그 너머에서 기다리는 건 광범위하게 부서진 생산시설이다. 앞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 4월 중동의 유전·플랜트 등 80여곳이 손상됐다며 복구에 “최장 2년”이 걸린다고 경고했다.
정유시설부터 이미 줄줄이 멈춰 섰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의 라스타누라 정유소는 지난 3월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한때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제트로)에 따르면 이곳은 하루 55만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 최대 정유소다. 쿠웨이트 최대 미나알아흐마디 정유소도 3~4월 드론 공격을 받았는데, 운영사인 쿠웨이트국영석유의 나와프 사바 최고경영자(CEO)는 생산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 “3~4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각국 발전 연료로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시설도 예외가 아니었다.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 공업단지의 국영 카타르에너지 LNG 시설은 지난 3월 공격으로 수출 능력의 17%가 가동을 멈췄다. 카타르 에너지장관은 복구에 “3~5년”이 걸린다고 내다봤다. 같은 단지에서 영국 셸이 운영하는 가스 액화 시설도 3월 중순 가동을 멈춰 완전 복구까지 1년가량이 예상된다.
에너지 시설만이 아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알루미늄 대기업 에미리트글로벌알루미늄(EGA)이 아부다비에 둔 시설 역시 3월 공격으로 생산을 멈췄다. 이 회사는 이토추상사를 거쳐 일본에 알루미늄을 수출해왔다.
이 밖에도 사우디 라스타누라·삼레프, 쿠웨이트 미나알아흐마디, 카타르 라스라판, UAE 루와이스 정유소와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 등 중동 곳곳이 드론·미사일 공격에 노출됐다. 주요 산유국이 밀집한 지역인 만큼, 일부 시설만 멈춰도 수급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원유 94% 중동 의존 일본 ‘발등의 불’…대체항 모색
일본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일본은 원유 조달을 사실상 중동에 기대고 있다. 지난해 일본 원유 수입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94%, 그중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물량이 93%에 달했다. 2024년 세계 석유 생산량은 하루 9700만배럴로 미국이 1위였지만, 사우디·쿠웨이트 등을 아우르는 중동 전체는 하루 3000만배럴로 지역별로는 북미를 웃돈다.
일본 최대 석유개발기업 인펙스(INPEX)가 대표적이다. 인펙스는 일본 원유 수입량의 20%에 해당하는 하루 50만배럴을 다루는데, 이 가운데 약 3분의 2를 아부다비 유전에서 생산한다. 호르무즈 봉쇄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아부다비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 주요 설비가 직접 공격을 받지는 않은 만큼 해협이 열리면 생산은 회복되겠지만, 수출 정상화까진 시간이 걸린다. 유조선이 일본까지 한 번 오가는 데만 45~50일이 소요된다.
이에 일본 정부는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는 사우디 얀부 항, UAE 푸자이라 항에서의 원유 선적을 대체 루트로 추진하고 있다. 군사 피해를 입은 각사의 중기적 생산 차질을 염두에 두고 석유 원매사 등과 손잡아 수입량의 조기 정상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복구 특수를 기대하는 곳도 있다. 지요다화공건설은 “복구 수요를 확보해 에너지 공급의 조기 안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