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위대냐” 잠실서 부산까지···선관위 부실이 키운 ‘신뢰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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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위대냐” 잠실서 부산까지···선관위 부실이 키운 ‘신뢰의 균열’

포인트경제 2026-06-16 09:30:40 신고

3줄요약

​분노한 유권자 선관위로 모여
자발적으로 뭉친 민의의 현장
프레임 왜곡에 터져버린 민심

지난 12일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앞에서 젊은 층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들이 손태극기를 들고 보도에 서서 조용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지난 12일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앞에서 젊은 층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들이 손태극기를 들고 보도에 서서 조용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포인트경제]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여야 할 선거 시스템이 국가 기관의 부실로 멈춰 서자, 분노한 민심은 선관위 앞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투표 현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주권자들은 이제 거리로 나와 국가 기관의 안일한 행정을 규탄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매체가 이들을 조직적인 세력으로 비쳐질 수 있는 시위대로 규정하면서 현장의 순수한 분노는 단순한 항의를 넘어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 1인 신고로 시작된 광장, 매일 수백 명 ‘장기 농성’ 돌입

​지난 12일 연제구 시청 인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앞.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자 집회 신고 시간(오후 5시~8시)의 한복판에 접어들자 청사 일대 보도에는 퇴근길 시민들의 발길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집중 취재가 이뤄진 오후 6시부터 7시 사이, 시민들의 손에는 직접 적어 내려간 피켓들이 빽빽하게 들려 있었다. ‘사전투표 폐지, 전자투표지 분류기 폐지, 당일투표 수개표하라’. 도심 한복판에 걸린 대형 현수막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불신이 어느 수위까지 치솟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12일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앞에 모인 유권자들이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지난 12일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앞에 모인 유권자들이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이번 집회는 기성 정치권이나 특정 시민단체가 기획한 것이 아니다. 집회 신고서에 적힌 주체는 단체가 아닌 ‘1인 신고자’다. 선거 직후 번져간 의혹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민들은 투표지 사태 바로 다음 날인 6월 4일부터 이미 선관위 청사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초기 이틀간은 관계 당국의 공식 통계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첫날부터 이미 수백 명 규모의 시민들이 모여들었을 만큼 민심의 폭발은 즉각적이었다. 집계가 시작된 6일 약 700명을 시작으로 주말인 7일에는 무려 9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선관위 앞 도로를 메웠다. 이후 평일에도 수백 명의 발길이 매일 같이 이어지며 오는 7월 4일까지 한 달간의 장기 농성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12일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앞 모인 유권자들이 보도에 서서 조용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지난 12일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앞 모인 유권자들이 보도에 서서 조용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 “우리가 과격 시위대인가”···언론 프레임 왜곡에 분통

​특히 현장 유권자들을 가장 분노케 한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일부 매체들의 프레임 전환이었다. 최장 105분간 투표가 중단되며 가장 큰 혼란을 빚었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등지에서 유권자들이 정당한 권리 주장을 하자, 일부 매체가 이들을 향해 거칠고 조직적인 ‘시위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소식을 접한 지역 현장의 분노도 함께 발칵 뒤집혔다.

​부산 현장에서 만난 시민 A씨는 “잠실에서 투표 못 하고 발 동동 구르던 사람들이 무슨 조직적인 시위대냐, 내 소중한 한 표를 도둑맞아 억울해서 나온 평범한 유권자들”이라며 “사건을 보도해주지는 못할망정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을 과격한 시위 세력으로 매도하는 언론의 행태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에 설치된 화이트보드 안내판에 ‘복장 자유, 연사 없음’이라는 문구가 걸린 것도 이러한 언론의 색깔론과 프레임 왜곡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함이다. 대다수 참가자는 다른 매체들의 보도가 없어 유튜브나 SNS 플랫폼을 보고 홀로 자발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사하는 사람인데, 지금 이게 중요하지 않습니까”라는 항변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2일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앞 시위 현장에 설치된 화이트보드 안내판에 집회 시간(오후 5시~8시)과 주요 구호, 그리고 언론의 왜곡 프레임을 경계하기 위한 ‘복장 자유, 연사 없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지난 12일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앞 시위 현장에 설치된 화이트보드 안내판에 집회 시간(오후 5시~8시)과 주요 구호, 그리고 언론의 왜곡 프레임을 경계하기 위한 ‘복장 자유, 연사 없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 무능한 선관위와 왜곡 보도가 키운 국가 시스템 불신

​문제는 선관위의 무능과 면피성 해명, 그리고 기성 매체들의 왜곡이 이어질수록 현장의 분노가 단순한 행정 비판을 넘어 거대한 의혹과 구조적 불신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권자를 돌려보낸 선거일의 대가는 이처럼 혹독하게 다가오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는 전자투표 도입과 디지털 화폐(CBDC) 연계설,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한 입막음설 등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극단적 불신이 뒤엉키고 있다. 행정 편의주의에 갇혀 투표지를 부족하게 인쇄한 선관위의 치명적 오판과 현장의 본질을 짚지 못한 일부 기성 매체의 보도 태도가 결과적으로 공정한 선거 시스템 자체는 물론, 우리 사회가 지켜온 민주주의의 근간에 깊은 신뢰의 균열을 내고 만 셈이다.

지난 12일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앞에 모인 유권자들이 음료를 권하며 평화로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지난 12일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앞에 모인 유권자들이 음료를 권하며 평화로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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