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사라지면서 중대범죄수사청은 오는 10월2일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대대적인 형사사법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나 확실히 정리된 것이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남겨진 게 한둘이 아니다. 청사 확보와 인력 배치, 예산 편성, 수사 시스템 구축 등 핵심 과제가 여전히 미완의 상태다.
검찰청 폐지는 현 정부의 대표적인 검찰개혁 과제다. 기존 검찰청은 폐지되고, 경제·부패·방위산업·마약·내란 및 외환·사이버범죄 등 이른바 6대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 체제로 재편된다.
어디로 가나
정부는 중수청 본청과 서울·대전·대구·광주·부산·수원 등 6개 광역권 지방청을 동시에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실제 들어갈 건물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무총리실 산하 개청준비단은 서울 중구 일대 신축 건물 등을 중수청 본청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지방청 청사 확보 현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기존 검찰청 건물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
다른 건물에 입주할 경우 대규모 임차비와 리모델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산 낭비 논란도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출범을 수개월 앞둔 조직이라면 최소한 어디에 들어가는지 정도는 정리돼야 정상”이라며 “본청조차 최종 확정이 안 된 상황에서 전국 지방청을 동시에 개청한다는 계획이 현실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수청은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대규모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 증거물 보관, 디지털 포렌식, 조사실 운영 등을 수행해야 하는 수사기관이다. 일반 사무실 수준의 공간으로는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인력 문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초기 중수청 규모를 약 3000명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사 출신 수사관은 물론 경찰, 행정직, 수사 전문 인력 등이 대거 필요하다.
아직 구체적인 정원조차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우려 중 하나다. 정원이 확정되지 않으면 인건비 산정이 불가능하고, 인건비가 확정되지 않으면 예산안 편성도 어려워진다. 직제 구성과 조직 운영 계획 수립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부가 예비비를 활용해 개청 비용을 우선 확보하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원과 조직 체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예산 집행도 쉽지 않다”며 “물리적으로나 실무적으로는 아직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검 폐지 뻔한데 중수·공소청 제도 제자리걸음
“기존 건물 활용해야” 목소리에도 확정 안 돼
지방청의 경우 개청 수개월 전부터 선발대를 파견해 전산망 구축과 사무실 정비, 수사 시스템 설치 등을 진행해야 하지만 아직 관련 작업이 본격화되지 못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제도적 기반이다. 중수청과 공소청 체제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다. 이를 뒷받침할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쟁점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이다. 현재 추진단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수사기관에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보완수사 요구’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최근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는 공개 입장문을 통해 보완수사권의 제한적 유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문위는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은 유지돼야 한다”며 “직접 보완수사를 전면 금지할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적정한 사건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나 무고·위증 사건, 스토킹 사건 등에서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검찰개혁 추진 방향과 상충하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는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부터 출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제한적 보완수사권 의견 우세…정부도 공감?
인력·수사 시스템 미완에 “공수처 꼴 날라”
자문위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전건송치 제도 부활도 주장했다.
현재는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자문위는 “수사기관이 스스로 수사 결과를 최종 판단하는 구조는 견제와 균형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건송치 제도 복원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폐지됐던 제도를 다시 되살리는 셈이다. 만약 관련 논쟁이 장기화되면 형사소송법 개정 일정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청 폐지까지 남은 기간은 4개월 남짓이다. 법 개정이 늦어질 경우 정원 결정과 예산 편성, 조직 구성 등 후속 작업도 연쇄적으로 지연될 수 있다.
중수청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수처는 출범 당시 검찰 권한 분산과 권력형 비리 척결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인력 부족과 사건 처리 지연, 조직 운영 논란 등으로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공수처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수청 체제가 맞닥뜨릴 첫 시험대는 지방선거 사건이 될 전망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다. 올해 지방선거 관련 사건들은 연말까지 상당수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검찰청 폐지와 조직개편이 동시에 진행된다.
공소청법에는 공소시효 임박 사건 등에 한해 공소청 검사가 일정 기간 수사를 계속할 수 있는 특례가 포함돼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인력 이동과 업무 재배치가 불가피한 만큼 수사 지연이나 혼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간이 없다
정부는 여전히 전국 동시 출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개청준비단은 “10월2일 개청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사 확보와 인력 충원, 예산 편성, 전산 시스템 구축, 형사소송법 개정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과제가 없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 출범은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다. 수십년간 유지돼 온 형사사법 체계를 통째로 바꾸는 초대형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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