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전세는 사라질 제도"라더니…매매·전세·월세 모두 오른 서울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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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전세는 사라질 제도"라더니…매매·전세·월세 모두 오른 서울의 역설

비즈니스플러스 2026-06-16 08:56: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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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서울 주택시장이 이례적인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집을 사는 비용도, 전세를 구하는 비용도, 월세를 내는 비용도 동시에 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이 일정한 균형을 이루며 움직였다. 집값이 오르면 임대차 수요가 늘었고, 전셋값이 오르면 일부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분산됐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시장에서는 이러한 공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선 이를 단순한 가격 상승기가 아니라 주택 공급 구조와 임대차 시장 구조가 함께 변화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이어진 '전세 축소론'이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 비중이 줄어들면 시장이 보다 선진적인 월세 중심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 시장에서는 전세와 월세 모두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주택시장 상황은 각종 지표에서 확인된다.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아파트 평균 가격은 이미 13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시장도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확대됐다. 월세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거에는 매매가격이 오르면 임대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대로 집값이 안정되면 임차 수요 일부가 매매시장으로 유입됐다. 하지만 현재는 어느 시장으로 이동하더라도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전세가 비싸면 월세를 알아보거나 외곽으로 이동하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월세도 비싸고 외곽 전세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가격보다 선택 가능한 매물 자체가 줄어든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중 하나는 전세 제도의 미래다. 전세는 오랫동안 한국 주거시장의 핵심 축이었다. 세입자는 비교적 적은 월 부담으로 거주할 수 있었고 집주인은 보증금을 활용해 자산을 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세사기 사태 이후 전세를 구조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부에서는 전세를 사실상 사금융에 가까운 제도로 규정하며 월세 중심 시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장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세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월세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전세가 줄어든 자리를 충분한 월세 공급이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전세를 공급하던 다주택자들이 규제 강화와 세제 부담 증가로 시장에서 이탈했다. 임대사업자 제도 역시 크게 축소됐다. 공급자는 줄어드는데 수요는 여전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는 전세 물량이 감소했고 남아 있는 전세의 가격은 상승했다. 동시에 월세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도 오르는 결과가 나타났다. 전세가 줄어들면 월세가 안정될 것이라는 예상과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세입자 보호라는 취지 자체에 대한 이견은 크지 않다. 다만 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는 장기간 동일 주택에 거주하게 됐다. 반면 시장에 새롭게 공급되는 전세 물량은 줄어들었다.

결국 신규 진입 세입자들이 경쟁해야 하는 물량 자체가 감소하게 됐다. 특히 결혼이나 출산, 직장 이동 등으로 새 집을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시장에서는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간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전세난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변수는 정비사업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공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이 진행되면 기존 주택은 철거된다. 하지만 새 아파트 입주는 수년 뒤에야 이뤄진다. 그 사이 거주하던 주민들은 주변 지역으로 이동해 전세 수요를 발생시킨다.

시장에서는 이를 '멸실 효과'라고 부른다. 실제 강남권과 성동구, 영등포구, 노원구 등 주요 정비사업 지역 인근에서는 이주 수요가 전세가격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된다.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전세난을 심화시키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 인구의 경기권 이동이 증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고양, 광명, 하남, 성남, 남양주 등 서울 생활권 지역으로의 이동이 늘고 있다. 지방 이주가 아니라 수도권 내부 이동이다.

주거비 부담은 줄이고 싶지만 직장과 교육, 생활 인프라는 포기할 수 없는 수요가 만들어낸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이동이 서울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을 떠난 수요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경기와 인천의 전세가격과 매매가격까지 함께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 주거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대체로 한 지점으로 수렴한다. 현재 시장의 핵심 문제는 전세 제도 자체가 아니라 공급 부족이라는 것이다. 전세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충분한 대체 공급이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가격 급등은 나타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의 입주 물량은 감소 추세에 들어섰다. 반면 일자리와 교육, 교통 등 핵심 기능은 여전히 서울에 집중돼 있다. 수요는 유지되는데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매매·전세·월세 모두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가 문제인지 월세가 문제인지를 논쟁하기 전에 서울에서 충분한 주택이 공급되고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며 "현재 시장은 제도 논쟁보다 절대적인 공급 부족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의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급격히 줄어드는 주거 선택지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 찾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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