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멕시코 과달라하라, 나승우 기자) "정신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해진다"
홍명보 감독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서 처음으로 멘털 코치를 본격 선임하며 선수들의 심리 관리까지 세밀하게 챙기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19일(한국시간) 오전 10시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멕시코와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2차전을 치른다.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하는 만큼,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 관중의 엄청난 응원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 하지만 현재 선수단은 이러한 경기 외부 요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몸뿐 아니라 마음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 대표팀 의료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 관리 방안을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멘털 코치로 합류시켰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신체 컨디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대표팀 멘털 코치로 합류한 한덕현 중앙대학교 국가대학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선수들은 의외로 자극 자체가 굉장히 많다. 외부에서는 상대 팀과 경쟁하고, 내부에서도 경쟁한다. 이런 부분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며 멘털 관리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님께서 선수들의 정신이 건강해야 신체도 건강하다는 취지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월드컵은 모든 선수가 꿈꾸는 무대지만, 동시에 가장 큰 압박이 따라오는 무대다. 선발 경쟁, 경기 결과에 대한 부담, 부상 위험, 장기간 합숙에서 오는 예민함까지 모두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팀이 멘털 코치 시스템을 둔 이유다.
멘털 코치는 단순히 선수들과 상담만 하는 역할이 아니다. 오전에는 코칭스태프 회의와 훈련 준비 과정을 함께 확인하고, 훈련장에서는 선수들의 몸 상태와 표정, 움직임을 관찰한다.
이후 하루 4~5명 정도의 선수를 면담하며 심리 상태를 점검한다. 다시 코칭스태프 브리핑에 참여해 전술적 준비와 선수들의 집중 상태까지 살핀다.
한 코치는 "전략을 알아야 선수와 이야기할 때 그 전략 속에서 선수가 어떤 집중력과 이해력을 갖고 있는지 볼 수 있다"며 전술, 신체, 심리 상태를 함께 보는 통합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 12일 체코전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체코전 승리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긴장감 유지였다. 첫 경기를 이기면 자신감은 올라가지만, 동시에 긴장이 풀릴 위험도 있다.
한 코치는 "감독님께서 경험이 많으셔서 1차전 때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2차전과 3차전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계속 준비하셨다"며 "긴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1차전 승리에서 얻은 용기와 파이팅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잘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팀의 현재 심리 상태를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는 "스테디"라고 답하면서 "1차전을 이겼다고 흥분하지도 않고, 2차전을 앞두고 과하게 가라앉지도 않았다. 2차전을 어떻게 준비하고 만들어갈지, 그 상태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첫 출전 선수들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기혁을 비롯해 큰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은 첫 경기 후 심리적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표팀 내부 평가는 달랐다. 한 코치는 "첫 경기에 출전하면 생각지도 않은 행동을 하거나 긴장할 수 있는데 그런 게 없었다"며 "선수들과 연락도 했지만 (긴장이) 전혀 없었다. 잘 뛸 줄 알았고 실제로 잘 뛰었다"고 말했다.
부상 선수 관리도 중요한 부분이다. 부상자는 경기에 뛰고 싶다는 조급함과 좌절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한 코치 설명에 따르면 코치진은 이 선수들이 준비 단계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나을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가 이 팀의 준비 단계 안에 있고,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것도 준비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간 합숙에 따른 스트레스도 대표팀이 신경 쓰는 요소다. 젊은 선수들이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면 예민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표팀은 휴식일 운영, 선수 개인 시간, 외출 시 안전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하며 최대한 선수들이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다.
베테랑 선수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손흥민, 김민재처럼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경기 안팎에서 더 큰 책임을 짊어진다.
다만 구체적인 개인 사례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대표팀 전체 차원에서 이기고 있을 때, 지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 전략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코전에서 한국은 선제 실점을 하고도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 코치는 이를 두고 "심리적인 부분뿐 아니라 신체적, 전략적 부분까지 다 준비가 잘 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점 이후에도 무너지지 않고 준비한 방향대로 경기를 끌고 간 것이 중요했다는 뜻이다.
정신과 약물 처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선을 분명히 그었다.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이 굉장하다. 약이라고 하면 마약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절대 아니"라며 "선수들에게 퍼포먼스를 올리기 위해 약을 사용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전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홈 관중이다. 개최국 멕시코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면 한국은 일방적인 응원 압박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대표팀 내부에서는 크게 흔들릴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 코치는 "저도 선수들에게 물어봤다. 수만 명의 관중이 일방적으로 응원하면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그런데 선수들이 오히려 저를 위로하더라. 유럽에서 뛰다 보면 수만 명이 야유하는 경기장을 경험한다. 그때처럼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기장이 같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봤다. 한국은 체코전을 치른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다시 멕시코와 맞붙는다.
스포츠 심리학적으로도 한 번 좋은 퍼포먼스를 냈던 경기장에서 다시 뛰는 것은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실제 선수들도 경기장 외형보다 잔디 상태, 공이 튀는 방식, 장비 등 실질적인 요소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멕시코전을 앞둔 대표팀의 메시지도 1차전과 같다. "하던 대로"다.
한 코치는 "1차전 때 선수들에게 정말 계속 말했던 것은 특별한 월드컵 경기라고 불타오르지 말고, 정말 하던 대로 하자는 것이었다"며 "멕시코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정말 준비를 했기 때문에 준비한 대로, 하던 대로 진행하는 것을 똑같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 멕시코 역시 만만한 팀이 아니다. 멕시코도 심리 전문가를 동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코치는 "멕시코도 충분히 준비가 돼 있고 자기 경기를 할 줄 아는 팀"이라며 "실력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잘 준비된 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홍명보호도 준비는 끝났다. 첫 경기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고, 실점 후 역전까지 경험했다. 한 코치가 본 대표팀의 상태는 안정적이다.
월드컵은 특별한 무대다. 그러나 특별하다고 의식하는 순간 몸은 굳고 판단은 느려질 수 있다.
홍명보호가 선택한 방법은 정반대다. 특별한 경기일수록 평소처럼 준비하고, 평소처럼 뛰는 것이다.
사진=과달라하라, 나승우 기자 /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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