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초대형 기업공개(IPO) 기대감이 커지면서 자선단체들이 새로운 수혜자로 주목받고 있다. 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 등 차세대 기술기업의 상장이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부의 창출과 함께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부금이 자선 분야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자선업계와 기부 플랫폼들은 AI 기업들의 IPO 이후 대규모 기부금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에 나섰다. 특히 오픈AI와 앤트로픽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보유 지분 가치 상승을 전제로 향후 기부 규모와 지원 분야를 논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자조언기금(DAF) 플랫폼인 다피(Daffy)의 공동 창립자 아담 내시는 “IPO 이후 수십억 달러는 물론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자선단체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며 “AI 산업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부의 창출이 새로운 기부 문화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오픈AI와 앤트로픽 본사가 위치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이미 미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고액 기부 지역으로 꼽힌다. 2024년 피델리티 자선기금을 통한 이 지역 평균 기부액은 1만6830달러로 전국 평균의 3배를 웃돌았으며, 전체 기부금의 약 40%가 지역사회 비영리단체로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업 창업자들의 사회 환원 의지도 주목받고 있다. 앤트로픽 공동 창립자 7명은 개인 재산의 최소 80%를 기부하겠다는 서약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동 창업자인 다리오 아모데이는 올해 초 직원들이 기부한 회사 지분에 대해 회사가 동일한 규모를 추가로 기부하는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모데이는 “과거 존 록펠러와 앤드루 카네기 등 산업혁명 시대의 거부들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던 것처럼 AI 시대를 이끄는 기업과 개인도 부와 권력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IPO를 통해 막대한 자산을 확보한 임직원들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부자조언기금(DAF)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DAF는 기부자가 기금을 조성한 뒤 장기적으로 원하는 분야에 자금을 배분할 수 있어 미국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기부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부 문화의 변화도 예상된다. 과거에는 대학, 종교기관, 지역 비영리단체 중심의 기부가 주를 이뤘다면,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 교육 격차 해소, 부의 불평등 완화 등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기부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선 활동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투자, 정치 후원, 새로운 스타트업 창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급증하는 기부금이 실제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선단체들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제기업 스트라이프의 기후 부문 책임자인 난 랜소호프는 “연간 약 5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추가 기부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자선 부문의 운영 능력과 전문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AI 산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부의 물결이 단순한 투자 수익을 넘어 사회공헌과 공익사업 확대라는 또 다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오픈AI, 앤트로픽, 스페이스X 등 차세대 혁신 기업들의 상장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자선 시장의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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