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兒童]. 사전에 따르면 나이가 어린 아이, 대체로 유치원 시기부터 사춘기 이전까지를 의미한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이를 18세 미만의 사람으로 규정한다.
아동은 보호의 대상인 동시에 독립된 권리의 주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처럼 인식하는 시각이 남아 있으며 이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의견을 형성할 수 없는 존재로 간주해 그 가능성과 권리를 제한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아동의 삶은 제도적 사각지대와 한계 속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 기획에서는 아동학대, 정책 과정에서의 배제, 다양한 형태의 차별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아동권리의 현주소를 짚어 본다. 더 나아가 정부의 대응을 점검하고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의 제언을 통해 실질적인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성년이 된다는 것은 대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대학 진학과 취업, 운전면허 취득, 독립에 대한 기대처럼 스무 살을 앞둔 청춘에게 성인은 설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모두에게 성년이 같은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등에서 자란 보호종료아동에게 성인이 되는 날은 자유를 얻는 순간인 동시에 국가의 보호체계 밖으로 홀로 내몰리는 출발선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축하받을 성장의 과정이지만, 이들에게는 주거와 생계, 진학과 취업, 인간관계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 한꺼번에 시작되는 날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상 만 18세가 되면 대부분의 보호와 지원은 종료된다. 사회는 이들에게 독립을 요구하지만 주거와 생계, 교육, 정서적 지원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보호종료아동, 혹은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 뒤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 불안정한 미래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존재한다.
보호의 종료가 곧 권리의 종료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주거권과 교육권, 노동권, 건강권 등 기본적인 권리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보호종료아동들이 마주한 자립의 현실은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의 권리 보장과 사회적 책임의 문제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어떤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할까.
#. 2022년 8월 보육원 출신의 대학 신입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데 이어 엿새 뒤에는 또 다른 보육원 출신 1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연이은 사망 사건은 보호 종료 이후 청년들이 겪는 고립과 정신건강 문제, 사회안전망의 공백을 드러낸 사례로 주목받았다.
#. A씨는 가정폭력과 방임으로 집을 떠나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다 성인이 됐다.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했다는 점에서는 아동양육시설이나 그룹홈 출신 청년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보호 종료 이후 A씨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은 크게 달랐다. 청소년쉼터가 성평등가족부 소관 시설이라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일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보호를 받았음에도 어떤 시설에서 생활했는지에 따라 지원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자립준비청년은 부모의 사망이나 학대, 방임 등으로 원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워 가정위탁,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등 국가 보호체계에서 성장한 뒤 보호가 종료된 청년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보호조치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은 총 9970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약 2000명의 청년이 보호체계를 떠나 홀로 자립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자립수당 상향, 재보호 확대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자립준비청년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호 종료 이후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에도 취약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46.5%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청년층(10.5%)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자살 충동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신적 문제(30.7%)와 경제적 문제(28.7%)가 꼽혔다. 보호 종료 이후 겪는 불안정한 삶이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현실을 분석하기 위해 굿네이버스가 자립준비청년 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자립준비청년의 취약한 생활 실태가 확인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4.6%는 최근 1년 동안 경제적 이유로 식사량을 줄이거나 끼니를 거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6.9%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32.5%는 아플 때에도 병원을 찾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정신건강 상황도 심각했다. 자립준비청년의 66.7%가 평소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해 일반 청년층(33.6%)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보호체계를 떠난 이후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고립이 누적되면서 신체적·정신적 건강 모두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종료아동의 정신건강 문제는 각종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3년 발간한 ‘이슈와 논점: 자립준비청년의 자살’을 보면 보호종료를 앞둔 17~18세 아동의 42.8%, 보호가 종료된 청년의 50.0%가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보호종료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자살 생각 비율은 더욱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보호종료 1년 차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43.5%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3년 차에는 그 비율이 56.4%로 증가했다. 보호체계를 떠난 이후 겪는 경제적·정서적 부담이 시간이 지나도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보호 종료 이후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후관리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립준비청년의 자살: 자립지원 제도가 갖춘 것·갖추어야 할 것’ 보고서(2023)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사후관리 대상자 중 연락이 두절된 청년은 2299명으로 전체의 20.2%에 달했다. 보호 종료 청년 5명 중 1명꼴로 현재 생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셈으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청년들이 오히려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같은 보호 경험을 가진 자립준비청년이라도 어떤 시설에서 생활했는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지원에 차이도 존재했다. 아동복지시설과 청소년복지시설이 서로 다른 법률과 부처의 관리를 받으면서 지원 체계 역시 별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육원·그룹홈 등은 보건복지부가, 청소년쉼터 등은 성평등가족부가 담당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소관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를 받다 퇴소한 청년들은 ‘보호종료아동’으로 분류돼 자립정착금과 자립수당, 기초생활보장제도, 공공임대주택 등 다양한 지원을 연계받는다. 지자체 역시 시설 퇴소 예정 인원을 사전에 파악해 자립 지원 예산을 편성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청소년쉼터 등 성평등가족부 소관 시설 출신 청년들은 ‘가정밖청소년’으로 별도 분류된다. 이들은 자립정착금이나 국가장학금 등 일부 지원 제도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의료비와 심리상담·치료 지원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립지원수당 또한 일정 기간 이상의 보호 이력을 요구하지만 청소년쉼터는 단기 보호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입·퇴소가 빈번해 지원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시설 입소 경로가 청소년 당사자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정 밖으로 나온 청소년이 어느 시설로 배치될지는 지역 여건이나 시설 정원, 현장 판단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배정’에 가까운 구조가 이후 수년간의 지원 격차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은 시설 자체가 부족해 선택의 폭이 더욱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4 자립지원시설 퇴소 청년의 자립생활 실태조사’를 보면 청소년시설을 퇴소한 청년이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한 청년보다 대학 진학률이 낮았으며 채무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전문가, 당사자들은 현행 보호체계를 주무부처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청년이 어떤 위기 경험이 있고 현재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개별화된 지원 체계를 촘촘히 설계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청소년복지시설 출신 청소년 당사자 단체 브릿지유스의 정윤서 대표는 “쉼터 등에서 퇴소한 청소년들이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부처 간 제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정책 사각지대 문제”라며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 소관 아동복지시설의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 체계 안에서 시설수급자로 인정되고 있는 반면, 성평등가족부 소관 시설인 청소년쉼터나 청소년자립지원관의 경우에는 동일한 보호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같은 제도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보건복지부 시설을 이용했는지, 성평등가족부 시설을 이용했는지에 따라 자립 지원 수준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단지 어떤 부처의 시설에 있었는지에 따라 지원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현실은 분명히 잘못된 구조다. 앞으로의 정책은 부처 중심이 아니라 청소년의 보호 경험을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서적 지지’와 ‘관계망의 부족’ 문제 역시 심각했다. 정 대표는 “경제적 지원이나 주거 지원도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로 자립 과정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혼자라는 감각’”이라며 “자립 지원 정책은 단순히 돈이나 주거 지원에 머무르기보다 지속적인 관계망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지원, 그리고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자립준비청년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별 부처 중심의 접근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통합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자립준비청년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만큼 정책 간 연계와 조정을 담당할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실 등 범정부 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중심이 돼 부처 간 협업을 이끌고 정책 추진 상황을 점검해야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이자 광주청년센터(청년재단 청년다다름사업 광주 제작소) 김태진 센터장은 “생계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되는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 제대로 된 경험을 쌓거나 취업 준비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며 중장기적으로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등 악순환의 연속이 되는 경우들이 많다”며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지원이 이뤄지기에 특정 나이나 상황이 되면 지원이 끊기거나 관리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생존을 위한 지원을 넘어서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일경험, 멘토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 제도들이 개선 보완돼 가야 한다”며 “아울러 자립준비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한 사람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려고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자립준비청년을 지원, 관리하는 전담인력을 확충해 관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더 나아가 자립준비청년에게 사회적 가족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제도가 추가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전담인력 1인이 담당해야 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숫자는 70명 수준이라고 한다. 사실상 개개인의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어려운 구조”라며 “나이가 차면 지원을 끊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실제 자립 역량(취업 여부, 주거 안정성, 심리 상태 등)을 평가해 지원 종료 시점을 유연하게 결정하는 ‘맞춤형 단계별 졸업 제도’와 같은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을 ‘불쌍해서 도와줘야 하는 아이들’로 바라보는 시선은 시혜적 정책에 그치게 만든다. 이들은 단지 부모라는 울타리가 조금 일찍 사라졌을 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며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불쌍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적 부모’의 역할을 제도적, 정서적으로 든든히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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