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교파'로 단정할 수 없는 투수. 남다른 손 감각으로 투구의 묘미를 보여준 투수. 바로 임찬규(33·LG 트윈스)다.
임찬규는 지난 9일 잠실 SSG 랜더스전 등판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 소속팀의 8-2 승리를 이끌고 시즌 6승째를 거뒀다. 이날 그는 탈삼진 3개를 더하며 개인 통산 1146개를 기록, 트윈스 레전드 '노송' 김용수(은퇴)를 넘어 구단 최다 탈삼진 1위로 올라섰다.
올 시즌 임찬규의 포심 패스트볼(직구) 평균 구속은 141㎞/h다. 국내 투수가 160㎞/h를 찍는 게 흔할 만큼 '구속 혁명'에 가속도가 붙은 추세에서 임찬규는 공 배합과 수 싸움 그리고 빼어난 제구력으로 상대 타자를 제압하며 남다른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그렇게 지난 3시즌(2023~2025) 중 2번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 국내 선발진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구위에 비해 높은 탈삼진 능력으로 의미 있는 역사까지 세웠다.
임찬규는 14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7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7승째를 거뒀다. 화요일 등판이었던 9일 SSG전 이후 5일 만에 등판하며 하루 휴식일이 적었지만, 오히려 더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이날 임찬규는 구사한 96개 공 중 76개를 스트라이크로 잡았다. 공격적인 투구 자세만큼 커브를 가운데 또는 높은 코스로 꽂아 넣는 배포가 돋보인 투구였다.
경기 뒤 만난 임찬규는 "나는 더 길게 쉬고 등판할 때보다 화요일-일요일, 4일 휴식 뒤 간격으로 던졌을 때 가장 좋은 것 같다. 손가락 감각 등 디테일한 부분이 더 살아 있는 것 같다. 공 하나 차이로 타자를 잡는 포인트에서 더 좋은 투구가 이뤄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찬규는 최근 4시즌(2023~2026) 5일 간격(4일 휴식 뒤 등판)으로 나섰을 때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하며 정상 로테이션(5일 휴식 뒤 등판)에서 남긴 3.66보다 훨씬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구위보다는 더 정교한 커맨드를 갖출 수 있는 게 더 중요한 임찬규였다. 그는 KT 위즈 소속으로 3시즌(2020~2022) 동안 뛰며 4일 휴식 뒤 등판을 선호했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언급하며 "부상 관리를 고려했을 때 그 선수 정도로 매번 그런 로테이션을 소화하긴 어렵지만, 내 스스로 4일 휴식 뒤 나섰을 때 더 좋은 투구가 가능하다는 건 안다"라고 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임찬규의 공 배합은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변화구, 특히 커브 구사율을 높일 계획이다. 실제로 그는 14일 롯데전 1회, 안타 부문 타이틀 홀더 빅터 레이예스를 상대하며 98㎞/h 저속 커브로 땅볼을 유도했다. 4회 베테랑 전준우에겐 2스트라이크에서 높은 커브를 구사해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저속 커브 구사 배경에 대해 "체력 안배 차원"이라고 설명한 임찬규는 4일 휴식 뒤 등판 덕분에 더 정교한 손 감각을 갖게 된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높낮이로 커브를 구사할 수 있었던 점을 이날 롯데전 투구의 키포인트로 꼽았다. 전준우와 승부에서도 높은 코스 스트라이크존에 후한 ABS의 판정을 고려, 타자의 배트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구사했다. 관건은 상단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제구였는데 통했던 것.
임찬규는 "ABS 상단 (스트라이크) 존에 걸칠 수 있을 만큼 좋은 제구력이 나오는 건 컨디션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진 않지만, 손 감각이 좋은 날에는 충분히 공격적인 공략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 국내 에이스가 기교파인 점만으로 야구팬 흥미를 자아낸다. 임찬규는 개인 7연승을 거두며 다승 부문 공동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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