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르망24' 결단·도전…제네시스 '마그마'로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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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르망24' 결단·도전…제네시스 '마그마'로 입증

한스경제 2026-06-15 15:4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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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24시간 결승선을 통과하는 GMR-001 하이퍼카 #19 차량./제네시스
르망 24시간 결승선을 통과하는 GMR-001 하이퍼카 #19 차량./제네시스

|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제네시스가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로 꼽히는 '르망 24시간'에서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디뎠다. 단순 레이싱 참가를 넘어 글로벌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기 전략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제네시스 공식 모터스포츠팀인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제94회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클래스에 처음 출전해 GMR-001 하이퍼카 #19 차량이 완주에 성공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지난해 LMP2 클래스 참가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차량 개발과 운영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제조사 팀으로 거듭났다. 이번 대회는 한글 '마그마' 레터링을 적용한 'GMR-001' 하이퍼카 2대(#17, #19)를 투입하며 최상위 클래스에 한국 최초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 리타이어 위기 넘고 24시간 한계 주행…르망 데뷔전서 완주 이정표

르망 24시간은 세계 모터스포츠의 정점으로 손꼽히는 대회다. 이 대회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세계내구선수권대회(WEC)로 24시간 동안 극한의 주행 환경 속에서 차량 내구성과 열관리 능력, 파워트레인 안정성, 드라이버 운영, 피트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모터스포츠 기술을 검증하는 무대다. 또 여기서 완주한 완성차 브랜드는 유럽에서 신뢰성을 인정받아 브랜드 홍보 효과도 매우 크다.

스페셜 리버리가 적용된 'GMR-001' #17(왼쪽) #19의 모습./제네시스
스페셜 리버리가 적용된 'GMR-001' #17(왼쪽) #19의 모습./제네시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해 경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네시스가 참가한 하이퍼카 클래스는 페라리와 포르쉐, BMW, 토요타, 캐딜락, 애스턴마틴, 알핀, 푸조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총출동하는 최상위 카테고리다. 단순 레이싱을 넘어 브랜드 기술력과 개발 역량을 선보이고 경쟁하는 대회인 셈이다.

그래서 르망 24시간은 완주 자체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24시간 내내 차량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전자 장비 등 수많은 부품이 극한 환경에 노출된다. 이번 대회에서도 적지 않은 차량이 각종 기계적 결함과 사고로 리타이어 하며 체커기를 받지 못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역시 이번 대회에서 쉽지 않은 상황을 극복해야 했다. 두 대의 출전 레이스카 중 #17은 경기 종료 약 7시간 30분을 남겨둔 시점에 서스펜션에 이상이 발생해 리타이어 했다. 반면 #19 레이스카는 경기 도중 발생한 전자계통 이상 등 변수에도 끝까지 레이스를 이어가며 총 372랩(약 5069㎞)을 주행, 하이퍼카 클래스 1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GMR-001 하이퍼카 #17 차량의 주행 모습./제네시스
GMR-001 하이퍼카 #17 차량의 주행 모습./제네시스

레이스 운영 과정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네시스는 첫 번째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즉시 피트인하지 않고 트랙에 남는 전략을 선택해 선두권과 격차를 줄였다. 이어 새벽 시간대에는 마튜 자미네와 마티스 조베르가 드라이버 교체 없이 네 구간을 연속 주행하는 쿼드러플 스틴트(드라이버 교체 없이 4개 주행 구간을 연속 주행하는 방식)를 소화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19이 한때 종합 4위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 정의선 회장이 직접 챙긴 '마그마'…고성능 럭셔리 브랜드 청사진 공개

이번 대회는 모터스포츠 참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제네시스가 차량 개발과 운영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단일 제조사 체제로 출전한 첫 르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선 회장도 직접 르망 24시간 현장을 찾아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을 격려하고 경기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마그마 레이싱팀 개러지에서 'GMR-001' 하이퍼카를 둘러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연합뉴스
마그마 레이싱팀 개러지에서 'GMR-001' 하이퍼카를 둘러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연합뉴스

아울러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겸 글로벌디자인본부장(CDO) 등 주요 경영진도 함께 현장을 찾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마그마 브랜드의 본격적인 육성을 위한 현대차그룹 차원의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 2015년 독립 브랜드 출범 이후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는 20만대를 넘어섰고 미국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BMW의 M이나 메르세데스-AMG, 포르쉐 GT처럼 오랜 시간 축적된 고성능 브랜드 헤리티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고성능 브랜드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상품성만으로 경쟁하기 어렵다. 브랜드 역사와 모터스포츠 경험, 기술 스토리까지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고성능 차량을 직접 연구·개발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수십 년간 모터스포츠를 통해 기술력을 검증하고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배경이다.

제네시스가 마그마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그마는 제네시스가 처음으로 선보인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다. 현대차 N 브랜드가 대중차 기반의 고성능 모델을 담당한다면 마그마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제네시스만의 퍼포먼스 정체성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 회장이 르망 프로젝트를 추진한 배경에도 마그마 육성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WEC와 르망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경험을 향후 양산차 개발에 접목해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 '마그마 GT3 콘셉트'의 외장./제네시스
제네시스 '마그마 GT3 콘셉트'의 외장./제네시스

르망 24시간 현장에서 공개한 마그마 브랜드 비전 공개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날 제네시스는 지난해 처음 선보인 마그마 GT 콘셉트의 내장 디자인을 공개한 데 이어 GT3 레이스 규정을 기반으로 개발된 '마그마 GT3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마그마 GT 콘셉트는 2인승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로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고성능 럭셔리의 방향성을 담았다. 마그마 GT3 콘셉트는 양산을 전제로 하지 않은 순수 레이싱 모델로 공력 성능과 냉각 효율, 열관리, 내구성 등 레이스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을 적용했다. 두 콘셉트카는 향후 마그마 브랜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르망 현장에서 "레이스를 통해 얻은 경험은 마그마 퍼포먼스 차량 개발과 사업 운영 전반에 반영될 것"이라며 "가장 빠른 차가 아니라 품질과 안정성, 내구성, 신뢰성을 갖춘 팀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모터스포츠를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닌 기술 개발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 '마그마' 앞세워 유럽 시장 정조준…판매망 확대·현지화 검토

제네시스의 르망 24시간 출전은 유럽 시장 공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회는 매년 수십만 명의 관람객과 전 세계 자동차 팬,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모터스포츠 이벤트다. 올해 대회 기간 동안에도 제네시스 부스에는 수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유럽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전통 강호들의 본거지이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격전지다. 제네시스가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으로 꼽힌다. 

르망 24시간 개막 하루 전인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제네시스
르망 24시간 개막 하루 전인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제네시스

현재 제네시스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주요 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내년에는 폴란드와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덴마크에 추가 진출해 유럽 11개국 판매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 다양한 전동화 모델 투입 계획도 공개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유럽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제네시스는 2030년 글로벌 판매 35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그룹 평균을 웃도는 성장률"이라며 "유럽 시장은 현재보다 4~5배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유럽 현지 생산 가능성도 언급했다. 무뇨스 사장은 "현재로서는 유럽 생산 계획이 없지만 시장 규모가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 성장한다면 현지화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성장세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제네시스는 출범 7년 8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 100만대를 달성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라며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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