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유산을 겪은 한 임신 여군이 상관으로부터 조기 출근 강요와 폭언, 부당한 업무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군 조직 내 임산부 보호 실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5일 아주경제 단독보도다.
최근 육군 수도군단사령부가 소속 중령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신한 여성 군인에게 보장된 법적 권리가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피해 여군이 반복적인 하혈 증상을 겪다가 결국 임신 10주 차에 유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군 내부 문화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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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아주경제 탐사보도에 따르면 육군 수도군단사령부는 최근 부하 장교들에 대한 폭언과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받는 A 중령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감찰 내용에는 임신 초기였던 여성 장교 C 대위에 대한 부당한 지시와 폭언 의혹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A 중령은 부서장 지위를 이용해 부하 장교들에게 강압적인 언행을 반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진급을 앞둔 장교들에게 "펜 한 번 휘둘러 볼까"라고 말하며 인사평정 권한을 압박 수단처럼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제가 된 것은 임신 중이던 C 대위에 대한 대우였다. 현행 육군 복무규정상 공식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지만, 해당 부서에서는 관행적으로 1시간가량 빠른 조기 출근이 이뤄졌다고 한다.
A 중령은 임신 초기였던 C 대위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고, 출근 시간이 늦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씨X", "너가 우리 과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신 사실을 보고한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C 대위가 임신확인서를 제출하자 A 중령은 "당직을 빼달라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을 했고, 술을 사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서원들에게 "축하주를 사라"고 말하며 임신 사실을 가볍게 희화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후 C 대위가 법에 따라 모성보호시간 사용을 요청했을 때도 고압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A 중령은 주먹을 쥔 채 위협적인 언행을 하며 "너에게 내 권력을 자랑해도 되겠냐", "엎드려뻗쳐" 등의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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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C 대위는 약 5주 동안 조기 출근을 하며 건물 지하와 지상을 오가는 문서 전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무는 본래 담당 업무가 아니었으며, 임신 중인 장교에게 불필요한 신체적 부담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지난 5월 훈련 기간에는 임산부에게 무거운 장구류 착용을 강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부대원들이 임산부에게 장구류 착용을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만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결국 C 대위는 반복적인 하혈 증상을 겪었고, 임신 10주 차에 유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감찰은 직장 내 괴롭힘과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절차로, 유산과 직장 내 괴롭힘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상태는 아니다. 해당 부분은 향후 감찰 결과와 의료적 판단 등을 통해 확인돼야 할 사안이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임신한 군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제12조는 임신 중인 여성 군인이 하루 2시간 범위 안에서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임신 32주 이후 여성 군인이 모성보호시간을 신청하면 지휘관은 이를 승인해야 한다.
또한 국방부의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은 임신한 군인과 군무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해당 훈령에 따르면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하는 임신 군인에게 시간외 근무를 명할 수 없으며,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군인과 군무원에게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의 야간근무와 토요일·공휴일 근무를 원칙적으로 지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만약 감찰 결과 조기 출근 강요와 모성보호시간 제한 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규정 위반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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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에서는 복무 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이후 오전 7시 30분에 진행되던 장관 주재 조찬 간담회의 시간을 늦추고 조찬 자체를 없앴다. 실무자들이 새벽부터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일선 부대에서는 여전히 조기 출근 관행과 폭언, 과도한 상명하복 문화 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성 군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임신·출산과 관련한 보호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임신 중인 군인에게 보장된 모성보호시간과 양성평등 지원 훈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지휘권을 직장 내 괴롭힘 수단으로 사용한 중대한 군 기강 문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와 육군은 감찰 결과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선 부대의 조기 출근과 폭언, 부당 지시 관행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군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부대는 피해자 보호 조치를 우선 시행했으며, 인지 즉시 관련자 분리 등 필요한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감찰 조사를 면밀히 진행하고 있으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규정 위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법과 규정에 의거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특정 지휘관 개인의 일탈 여부를 넘어 군 조직이 임신한 장병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있는지, 그리고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감찰 결과에 따라 군 내부 복무 문화 개선과 임산부 보호 제도 운영 전반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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