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안방 무대를 거치지 않고 국경 너머에서 먼저 존재감을 키우는 K뷰티 브랜드들이 ‘역직구’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전자상거래 수출액이 2억2458만달러(한화 약 3396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77%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월간 2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성장세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전자상거래 수출액은 6억6035만달러(약 9980억5299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출 건수도 171만6637건에서 207만679건으로 20.6% 늘었다.
역직구 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고환율로 인한 일시적 영향뿐 아니라 글로벌 뷰티 시장을 중심으로 한 유통구조 변화가 가속화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화 약세가 해외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낮추는 촉매 역할을 했다면, 플랫폼과 물류 인프라의 고도화가 해외 소비자와 국내 브랜드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 자체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인지도와 달리, 해외 시장에서 두각으로 보이는 브랜드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스킨1004의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다. 스킨1004는 앞서 수년 전부터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이를 통해 지난 2020년 77억원 수준이었던 매출 규모를 지난해 5800억원까지 5년 만에 70배가 넘는 성장률를 기록하며 비약적인 성공을 이뤄냈다. 이는 현지 유통망 확대와 국가별 소비 성향에 맞춘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거둔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소 뷰티 브랜드들의 해외 성과도 눈에 띈다. 뉴셀렉트의 뷰티 브랜드 ‘샤르드’와 ‘이옴’은 일본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재팬(Qoo10) ‘메가데뷔 어워즈’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옴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10여개 국가로 수출 판로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처럼 K뷰티의 글로벌 공략은 이전까지 대형 브랜드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면, 최근에는 인디 뷰티 브랜드와 중소 브랜드들이 역직구 성장세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K뷰티를 중심으로 형성된 가속화된 흐름은 패션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신사는 최근 티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며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 지원에 나섰다. 브랜드가 직접 현지 법인이나 오프라인 유통망을 구축하지 않아도 플랫폼을 통해 해외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판로를 넓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역직구 시장의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한류 확산과 플랫폼 고도화로 해외 소비자 접점은 계속 넓어지고 있는 반면, 국내시장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K뷰티와 K패션 기업들의 해외 의존도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시장의 성장세가 장기화되기 위해서는 환율 효과에 기대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환율은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원부자재 수입 비용과 물류비, 광고비 부담도 함께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제품력과 브랜드 경쟁력이 지속성장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해외 소비자가 한 번 구매하는 것을 넘어 반복 구매로 이어지려면 가격보다 품질과 브랜드 정체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역직구 시장 성장은 고환율이라는 인센티브와 내수 시장 침체라는 압력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해외에서는 한류를 기반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국내 시장은 인구 감소와 소비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역직구 성장은 본격적인 성장 국면의 초입으로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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