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레이스 시작?…부품 공급망 선점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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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레이스 시작?…부품 공급망 선점 경쟁

연합뉴스 2026-06-15 14:57: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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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업체, 초전도 소재 생산 확대 계획

중국이 짓고 있는 핵융합 시설 중국이 짓고 있는 핵융합 시설

[신화=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수십 년 앞두고 원자로와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부품 공급망 선점 경쟁이 이미 불붙기 시작했다.

핵융합 공급망 기업들이 상용화보다 수십 년 앞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에 일찌감치 베팅에 나서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핵융합은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처럼 수소 원자핵을 섭씨 1억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에서 강제로 결합해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연료도 사실상 무한하지만, 이 '인공태양'을 안정적으로 오래 유지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 난제다.

핵분열을 이용하는 현재의 원자력발전과 달리 장수명 핵폐기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영국의 핵융합·청정에너지 전문 컨설팅업체 헬릭소스(Helixos)는 2040년까지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에 총 731억 달러(약 111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해 이 발전소들이 전력 판매로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200억 달러)의 세 배가 넘는다.

전기를 팔기도 전에 '짓는 돈'이 먼저 쏟아진다는 얘기다.

헬릭소스 공동 창업자 알렉스 보롭스키스는 "핵융합이 아직 초기 건설 단계에 있는 동안 새 발전소 건설 자체가 첫 번째 큰 상업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벳·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청정에너지원으로 핵융합에 주목하면서 공급망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 전기장비 업체 후지쿠라는 2027년까지 약 7천200만 달러(약 1천97억원)를 투자해 핵융합 핵심 소재인 초전도 자석 소재 생산량을 3배로 늘리고 2028년 봄까지 다시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초전도 자석은 1억도 플라스마가 장치 벽에 닿지 않도록 가두는 '자기장 울타리' 역할을 한다. 후지쿠라 측은 이 소재의 핵융합 분야 수요가 다른 분야보다 10∼100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엔지니어링 그룹 에이컴은 2030년대 중반까지 미국과 영국에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빌 게이츠 후원 스타트업 타입원에너지에 투자했다. 에이컴의 트로이 러드 최고경영자(CEO)는 "핵융합 상용화는 '항상 20년 후'라는 업계 농담과 달리 이제 실제로 5∼10년 앞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영국 건설업체 카어 인프라스트럭처와 프랑스 핵 엔지니어링 회사 누비아의 합작법인은 지난 3월 영국 핵융합 발전소 프로토타입 건설 초기 계약(2억 파운드·약 3천630억원)을 수주하기도 했다. '스텝(Step)'으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최종 200억 파운드(약 36조3천억원)가 투입될 수 있으며 2040년까지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해 상업적 실행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이 도사리고 있다. 초전도 소재는 소수의 일본·중국 제조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 수요 급증 시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 핵융합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은 공급망 상업화 경쟁에서는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핵융합 장비업체인 교토 퓨전니어링의 노조에 유헤이 영업책임자는 부품 공급업체들을 설득하기 위해 "술자리까지 마련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민간 기업에 10년은 이미 장기 계획'이라며 '수십 년 뒤 수요를 위해 지금 투자해야 하는지는 매우 어려운 논의'라고 말했다.

수십 년 뒤 수요에 베팅하기를 주저하는 공급업체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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