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3개월’ 분리 교섭 공방전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노란봉투법 3개월’ 분리 교섭 공방전

일요시사 2026-06-15 14:56:21 신고

3줄요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1000건을 넘어섰다. 노동위원회가 포스코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제철 등의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잇따라 인정하면서 원청과 복수 하청 노조 간 개별 교섭도 현실화되고 있다. 하청노동자의 교섭권 확대라는 평가와 ‘쪼개기 교섭’에 따른 현장 혼란 우려가 맞서면서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노사 간 공방도 한층 거세지는 모습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하청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 요구가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개정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경우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고 교섭 의무를 부여하도록 했다.

사용자와
개별적으로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제도가 ‘교섭 단위 분리’다. 교섭 단위 분리는 하나의 사업장에서 여러 노동조합이 존재할 경우 각각 별도의 교섭 단위를 구성해 사용자와 개별적으로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원칙적으로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대표 노조가 교섭에 나서지만, 노동위원회가 노조 간 이해관계나 근로 조건, 업무 성격 등의 차이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별도 교섭을 허용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들이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폭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 3월10일부터 4월 초까지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는 1000곳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6일 기준으로는 하청노조 985곳(조합원 14만3786명)이 원청 사업장 367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이후 집계에서는 1011개 하청노조가 372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첫날인 3월10일에만 하청노조 407곳이 원청 사업장 221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고, 이틀 만에 453개 노조가 248개 사업장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노동계는 그동안 원청의 실질적인 영향력 아래에서 일하면서도 정작 교섭 상대방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제히 교섭 절차에 착수했다.

교섭 요구는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공공 부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4월 초 기준 전체 교섭 요구 가운데 약 40%가 공공 부문에서 이뤄졌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국가보훈부 등 정부 부처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도 이어졌다. 공공연대노조와 돌봄 관련 노조들은 원청 역할을 하는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폭증하면서 교섭 단위 분리 신청도 함께 쏟아지기 시작했다. 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접수된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은 100건을 넘어섰다. 시행 초기인 4월 초 기준으로만 114건이 접수됐으며 이후에도 신청이 이어졌다. 상당수 사업장이 교섭 단위 분리를 둘러싼 판단을 요청한 셈이다.

시행 이후 ‘따로 교섭’ 봇물
교섭단위 분리 신청 100건 넘어

교섭 요구가 쏟아지면서 노동위원회의 판단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노동위원회가 판단한 교섭 단위 분리 사건 12건 가운데 절반 수준인 5건이 인용됐고 4건은 기각됐다. 같은 날 처리된 9건의 분리 신청 가운데도 5건은 인용, 4건은 기각됐다.

6월 초 기준 노동위원회가 판단한 교섭 단위 분리 사건은 40건으로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분리가 인정된 사건은 18건, 기각된 사건은 22건으로 집계됐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절반 가까이가 인용됐지만, 동시에 절반 이상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부터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던 것은 이른바 ‘쪼개기 교섭’ 문제였다. 노동계는 하청노동자의 교섭권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변화라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기존 교섭 질서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법 시행 전부터 경영계는 교섭 단위 분리가 빈번하게 인정될 경우 원청 기업이 수많은 하청 노조와 개별적으로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원·하청 상생 교섭 절차 매뉴얼에는 직무별, 상급단체별, 하청기업 특성별 교섭 단위 분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경제 단체들은 교섭 창구 단일화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 철강, 건설업처럼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화된 업종의 경우 우려가 더욱 컸다. 하나의 사업장 안에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 협력업체가 존재하는 만큼 교섭 단위 분리가 반복적으로 인정될 경우 기업이 연중 교섭에 매달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청 상대
요구 폭증

실제 일부 경제 단체와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기업이 생산과 투자보다 교섭과 분쟁 대응에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법 시행 이후 교섭 단위 분리가 잇따라 인정되자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졌다. 실제 포스코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제철, 국민은행·하나은행·KB국민카드 콜센터, 한국전력 하청노조 사건 등에서는 교섭 단위 분리가 인정됐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하청지회와 전국플랜트건설노조가 제기한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한국노총 소속 하청노조가 이미 교섭을 요구한 상황에서 추가로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의 별도 교섭 요구가 인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플랜트건설노조 등 복수의 하청노조와 각각 교섭을 진행하게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공항공사가 자회사와 하청노조 노동자들의 산업 안전과 주요 시설·장비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교섭 단위를 한국노총, 민주노총, 기타 노조 등 3개 집단으로 나눠 각각 교섭하도록 결정했다.

인천공항공사에는 시설 관리와 운영 서비스, 보안 등 여러 자회사가 있는 만큼 노조 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진짜 사장
나와라!”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도 교섭 단위 분리 판단 대상에 포함됐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 자회사 노조가 제기한 신청을 받아들여 자회사 노조와 협력사 노조가 별도 교섭 단위를 구성하도록 했다. 이로써 현대제철 역시 복수의 하청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하는 구조를 갖게 됐다.

경영계는 교섭단위가 늘어날수록 교섭 횟수와 비용은 물론, 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가능성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단순한 교섭 횟수 증가가 아니라 노사관계 구조 자체의 변화다.

기존에는 하나의 교섭 창구를 통해 임금과 복지, 근로조건 등을 일괄적으로 협상했다면 앞으로는 노조별로 서로 다른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하나의 요구안이 타결된 이후에도 다른 노조가 추가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고, 노조 간 이해관계 충돌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교섭이 세분화될수록 파업도 세분화될 수 있다”며 생산 차질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반면 노동계는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반박한다. 노동계가 강조하는 것은 노란봉투법의 출발점이 ‘교섭권 보장’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하청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원청의 작업 지시와 안전관리 체계 아래에서 근무했지만 정작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원청과는 교섭할 수 없었다.

노동계는 이런 구조 때문에 임금과 노동환경, 산업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분리 신청 40건 중 18건 인용
“취지 구현” VS “현장 혼란”

노동계는 특히 이른바 ‘쪼개기 교섭’이라는 표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애초에 원청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이유로 업무를 세분화해 다수의 협력업체에 외주를 준 결과 현재의 하도급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업무와 근로 조건, 고용 형태를 가진 노동자들이 각자의 문제를 원청에 직접 제기하는 것을 두고 교섭 질서를 훼손한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지금까지의 교섭 구조가 비정상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으로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은 교섭 책임을 지지 않고, 법적 사용자로 등록된 하청업체만 교섭에 나서는 구조에서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노총과 여러 노동단체들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법의 취지는 파업 확대가 아니라 대화 확대에 있다”며 원·하청 간 교섭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해 왔다.

정부 역시 양측의 주장 사이에서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무한 쪼개기 교섭’과 같은 우려에 대해 “교섭 창구 단일화 원칙은 유지된다”고 설명해 왔다.

교섭단위 분리 역시 노동위원회가 노조 간 이해관계와 근로 조건, 업무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는 만큼 무분별하게 허용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노동위원회 판정을 살펴보면 모든 분리 신청이 인용된 것은 아니다. 포스코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전력 등에서는 교섭 단위 분리가 인정됐지만 쿠팡CLS와 SK에너지, 에쓰오일, 고려아연, 한국수력원자력 등에서는 분리 신청이 기각됐다.

노동위원회가 노조 간 근로 조건과 업무 성격 차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단일 교섭이 바람직하다고 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근거로 현재 상황을 ‘교섭 난립’이 아닌 ‘교섭 질서 형성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 시행 초기인 만큼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와 교섭 단위 분리 기준을 둘러싼 다툼이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위원회 판정이 축적될수록 기준도 점차 구체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통계
두고 충돌

결국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하청노동자의 교섭권 확대라는 법의 취지와 기업의 경영 부담 증가 우려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같은 통계를 두고도 노동계는 “그동안 막혀 있던 교섭권을 비로소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는 반면, 경영계는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노사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향후 노동위원회가 어떤 기준으로 사용자성과 교섭 단위 분리를 판단하느냐에 따라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쟁의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imsharp@ilyosisa.co.kr>

 

Copyright ⓒ 일요시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