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영어로 섹스(SEX)’라는 단어를 꺼내면 분위기가 굳는다. 10명 중 9명은 시선을 피한다. 말을 꺼낸 사람은 금세 자극만 좇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인간은 번식을 택해 영생을 이어왔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성은 다른 언어로 불린다. 범죄, 수치, 자극. 저출산 해법은 정책에 집중돼 있다. 돈, 집, 시간. 왜 만나지 않는지, 왜 이어지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은 보이지 않는다. 극단으로 흐른 성 인식, 위축된 여성과 남성, 서로를 경계하는 분위기. 여성경제신문이 묻는다.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를 피하기 시작했을까. 껍질을 벗기면 구조가 드러난다. [편집자주]
스마트폰 보급이 출산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미국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도 새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출산 논의가 주로 집값·사교육비·고용 불안·돌봄 부담에 집중돼 왔다면 이제는 청년층이 실제로 만나고 관계를 맺는 방식 자체가 바뀐 점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에도 장기 하락 흐름을 보였다. 다만 한국의 저출산은 이미 스마트폰 보급 이전부터 진행된 구조적 문제인 만큼 스마트폰을 단일 원인으로 단정하기보다 ‘디지털 접촉은 늘었지만 실제 대면 관계는 줄어든 사회’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이후 줄어든 대면 관계
15일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와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미들버리대 연구진은 최근 NBER 워킹페이퍼를 통해 아이폰 보급이 미국 출산율 하락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2007년 이후 미국 일반출산율 하락세가 경제적 여건·피임약 사용·주거비·보육비 등의 요인만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고 보고 스마트폰 확산이 미친 잠재적 영향을 평가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아이폰 출시 초기 통신 환경이다. 아이폰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AT&T 통신망을 통해서만 개통됐다. 연구진은 이 기간 AT&T 모바일 광대역망이 빠르게 구축된 지역과 늦게 구축된 지역의 출산율 추이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주민의 90% 이상이 초기에 아이폰을 접한 지역에서는 네트워크 커버리지가 10% 미만이었던 지역보다 출산율이 더 유의미하게 떨어졌다. 차이는 10대와 20대에서 두드러졌다. 15~19세 출산율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았던 지역에서 26% 하락한 반면 보급률이 낮았던 지역에서는 14% 하락했다. 20대 출산율도 보급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15%, 낮은 지역에서는 10% 감소했다. 30대 출산율은 보급률이 높은 지역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낮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상승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초기 스마트폰 보급이 2007~2011년 미국 일반출산율 하락분의 33~52%를 설명한다고 추정했다. 또 전국 단위 설문자료를 근거로 아이폰 이용 확산이 대면 상호작용 감소·온라인 음란물 이용 증가·성관계 빈도 감소와 부합한다고 봤다.
연구의 초점은 스마트폰 자체보다 스마트폰 이후 달라진 생활 방식에 있다. 스마트폰이 출산에 직접 작용했다기보다 실제 관계에 진입하기 전 단계가 디지털 자극과 온라인 상호작용으로 대체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여성경제신문이 앞서 보도한 <금욕민국 ① 무성욕 덮친 미국, 스마트폰에 홀리고 호르몬에 녹고>와 <금욕민국 ② 사랑은 원금 손실···2030, 만남을 손절하다>에서도 디지털 환경·취업 준비 장기화·물가 상승 등이 현실의 대면 관계와 감정 교류를 뒤로 밀어내는 흐름이 다뤄진 바 있다. <Z세대 “성관계보다 수면”···관계 대신 ‘회복·생존’ 택했다>에서는 성관계 기피보다 수면·자기관리·개인 성취를 앞세우는 생활 우선순위 변화도 짚어졌다.
한국 저출산도 ‘관계의 위기’ 관점에서 봐야
이번 NBER 연구는 이러한 흐름을 출산율 데이터와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마트폰이 출산율 하락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대면 만남과 친밀감 형성의 기회가 줄어드는 생활환경 변화가 성관계 빈도와 출산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한국 통계로 범위를 넓히면 장기 하락 흐름도 뚜렷하다. 보건복지부가 2008년 공개한 통계청 출생통계 잠정치에 따르면 2007년 한국 출생아 수는 49만7000명 합계출산율은 1.26명이었다. 반면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 합계출산율은 0.80명이었다. 18년 사이 출생아 수는 약 24만2500명 줄어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2025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은 2024년보다 반등했다. 2025년 출생아 수는 2024년보다 1만6100명 늘었고 합계출산율도 2024년 0.75명에서 2025년 0.80명으로 상승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혼인건수도 24만326건으로 2024년보다 8.1% 증가했다.
미국 연구 결과를 한국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미국 연구는 아이폰의 특정 통신망 독점 구조를 활용해 지역별 차이를 분석한 것이고 한국의 저출산은 스마트폰 보급 이전부터 진행됐다. 국내 출산율 하락에는 주거비·일자리·사교육비·여성 경력단절·돌봄 부담 등 복합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도 전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을 출산율 하락의 단일 원인으로 보지는 않았다. 보고서 대표 저자인 경제학자 케이틀린 마이어스는 CBS뉴스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아이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아이폰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짧은 기간만 놓고 보면 출산율 하락의 3분의 1에서 절반가량을 설명할 수 있고 나머지 절반에서 3분의 2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마이어스는 출산 장려 정책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우리의 스마트폰을 압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정책 입안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인간의 대면 상호작용을 촉진하는지에 답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미국의 비영리 민간 연구 기관으로 경제 성장과 경기 순환 등에 관한 실증 연구를 수행한다.
☞일반출산율= 일정 기간 출생아 수를 가임 연령 여성 인구로 나눈 지표다. 이번 미국 연구에서는 15~44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를 기준으로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