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보다 16.3% 높은 수준이다. 이들은 경제 회복세에도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물가 상승과 생계비 부담을 반영한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 적용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주 40시간, 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는 월급 250만8000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시급 1만320원)과 비교해 16.3% 오른 수준이다.
이들은 한국 경제가 AI·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의 실제 생계비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산정한 지난해 생계비는 월 275만4000원이지만 현재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이의 78.3%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2.37%)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2.66%) 보다 낮아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감소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번에 제시한 시급 1만2000원 역시 2027년 적정 생계비를 시급으로 환산한 금액(1만3737원)의 87.4% 수준에 그친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민주노총 이미선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노동자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헌법정신과 최저임금법 본래의 취지가 더 이상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1만2000원은 고물가·고유가 시대에 저임금 노동자들이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비용”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도 “최근 대기업들의 잇따른 노동자 성과급 논란은 ‘같은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존재하는 양극화된 노동시장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주식과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노동으로 번 소득보다 투자 수익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 속에서 노동의 가치는 점점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제시하는 요구는 결코 과도한 금액이 아니다”며 “‘점심 한 끼 값보다 최저시급이 낮아서 되겠냐’는, 국민 상식에 기초한 최소한의 사회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1일 5차 전원회의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부결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공동대표는 “정부가 지명한 공익위원들이 주도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최소한의 처우 개선마저 외면한 부당한 결정을 규탄한다”며 “올해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후속 대책을 마련해 내년에는 지연된 정의를 바로잡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이들 단체는 △실질임금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범위 확대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국가 책임 강화 △업종별 구분 적용 폐지 △수습·장애인 노동자 감액 적용 폐지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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