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클로저 데이' 스틸
같은 영화를 본 사람들이 내놓은 평가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Disclosure Day)'를 둘러싼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국내 평론가들은 작품의 문제의식과 연출적 야심을 높게 평가한 반면 상당수 일반 관객은 "지루하다", "결말이 허무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전문가와 대중의 시선뿐 아니라 흥행 흐름도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봉 전만 해도 올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 가운데 하나로 꼽혔지만, 개봉 이후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일 국내 개봉한 '디스클로저 데이'는 스필버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미지의 존재와 인간 사회의 관계를 다시 꺼내든 SF 미스터리 영화다. 러닝타임은 145분이며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을 맡았다.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
영화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누군가가 그것을 증명한다면, 그게 당신을 두렵게 하나요?"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품은 인류가 알아서는 안 될 거대한 비밀과 그것이 오랫동안 은폐됐을 때 치러야 하는 대가를 다룬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로즈웰 사건, 정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 크롭 서클, CIA의 원격 투시 프로그램, 정부의 이상 현상 연구 프로젝트 등 실제 음모론과 미확인 현상에서 영감을 받아 이야기를 구축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던 경험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미지와의 조우'가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어떨까"라는 상상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그것이 실제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마가렛은 TV 저널리스트로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비밀과 연결된 인물이다. 여기에 조쉬 오코너가 사이버 보안 전문가 다니엘 역을, 콜린 퍼스가 비밀 조직 수장 스캔런 역을 맡아 이야기를 이끈다.
영화는 화려한 외계인 전쟁이나 대규모 우주 전투보다 진실이 공개됐을 때 인간 사회가 어떤 혼란과 변화를 겪게 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스필버그 특유의 경이감과 음모론적 미스터리, 정치 스릴러적 요소가 결합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론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우빈 평론가는 10점 만점에 8점을 주며 "낙관처럼 보이는 순간, 특히 역광이 비치는 때를 의심하라"고 평가했다.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
남선우 평론가는 7점을 부여하며 "두려워 말라는 속삭임에 탄복하거나, 허탈하거나"라고 썼다.
이용철 평론가는 "40년의 약속, 현현의 충언"이라고 평했고, 조현나 평론가는 "메시아 강림을 주창하는 자의 열변. 동행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평가에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한 외계인 영화가 아니라 스필버그가 수십 년 동안 반복해 온 질문의 연장선에서 작품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미지와의 조우', 'E.T.' 등에서 보여준 인간과 미지의 존재의 만남, 공포와 희망의 공존이라는 주제를 노년의 감독이 다시 한 번 변주했다는 해석이다.
반면 일부 평론가는 한계를 지적했다.
정재현 평론가는 "나이브한 의제 설정이 완성도를 탈취한다"고 평가했고, 최선 평론가는 "시대와 단절하고 관객을 배제한 채 소통을 꿈꾸다"라며 5점을 부여했다.
그러나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일반 관객들의 반응이다.
국내 영화 사이트 관람평에는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한 관객은 "영화 내내 수수께끼를 푸는데 무척 지루하고 고단하다. 마침내 얻은 정답은 노장의 망작"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관객은 "예고편이 가장 재미있다"고 평가했고, "두 시간 넘게 끌고 가다가 결말은 허무하다", "외계인 영화인 줄 알았는데 추격 장면만 반복된다", "시간이 아까웠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심지어 "스필버그가 아니라 스티븐 시걸이 만든 것 같다", "최근 몇 년 동안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다", "은퇴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과격한 평가도 등장했다.
14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도 논란거리다. 일부 관객은 이야기 전개가 지나치게 느리고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영화가 던지는 수수께끼에 비해 결말에서 제시되는 답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
영화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관객은 "후기가 너무 안 좋아 기대를 낮추고 봤는데 오히려 재미있었다"며 "요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고전적인 스필버그식 SF"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객들은 "CG보다 인간의 감정과 호기심에 집중한 작품", "거대한 액션보다 질문 자체에 집중한 영화", "직관적인 경이감이 살아 있다"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평가 논쟁이 흥행 성적에도 일정 부분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개봉 전만 해도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개봉일인 10일 오전 기준 예매율 29.3%, 예매 관객 7만2541명을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당시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던 연상호 감독의 '군체'를 제치고 3일 연속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개봉 이후 흐름은 기대만큼 폭발적이지는 않다. 현재 영화는 박스오피스 4위에 올라 있으며 누적 관객 수는 약 19만 명 수준이다. 실관람객 평점은 5.42점, 네티즌 평점은 5.45점에 머물고 있다. 스필버그라는 이름값과 개봉 전 기대감을 고려하면 매우 아쉬운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개봉 초기 단계인 만큼 흥행 실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평론가들의 호평이 관객들의 지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디스클로저 데이'를 둘러싼 논쟁은 영화 자체를 넘어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이름이 지닌 무게와도 연결된다.
스필버그는 '죠스',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라이언 일병 구하기', '뮌헨', '레디 플레이어 원', '파벨만스'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 최고의 거장 가운데 한 명이다. 역대 세계 흥행 수익 1위 감독이라는 수식어 역시 여전히 그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다.
그런 만큼 신작이 나올 때마다 관객들의 기대 역시 비정상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또 다른 'E.T.'를 기대했고, 누군가는 현대 SF의 새로운 기준을 원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스필버그는 새로운 답을 제시하기보다 자신이 수십 년 동안 품어온 질문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평가가 갈리고 있다.
어떤 관객에게 '디스클로저 데이'는 거장이 노년에 남긴 진지한 SF 성찰이다. 반면 다른 관객에게는 과거의 영광을 반복하는 낡은 작품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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