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발로 그린 먹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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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이 발로 그린 먹지도

일요시사 2026-06-15 11:22: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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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전날 젠슨 황이 SK그룹 본사 빌딩에 온다고 전해 듣고 조금 일찍 회사에 왔죠. 로비에 기자들이 병풍처럼 서 있어서 카리나라도 오는가 싶을 정도였어요. 그러다 민머리 경호원이 로비 차 정차하는 데 딱 서고, 검은 차가 줄줄 왔어요. 그중 한 대 차 문이 열리면서 젠슨 황이 내렸어요. 평소에 자주 보던 SK 임원이랑은 다른 동네 아저씨 인상으로, 건물 안으로 휙 들어가 버렸어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대한민국에 떴다. 입국 첫날인 지난 5일부터 마지막 날인 9일까지. 기자와 시민 가릴 것 없이 모두 황 CEO 동선을 따라 눈을 돌리고 입을 모았다. 앞선 인용구는, 한 SK그룹 계열사 임직원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SK 본사를 찾은 황 CEO를 직접 보기 위해 건물 로비 기둥에 숨어 있던 기억을 담은 것이다. 그는 한참을 대기하다 오전 8시25분쯤 그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AI 조율
삼소 회동

황 CEO를 향한 관심을 가진 이가 그뿐만은 아니었다. 아예 황 CEO의 행보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한 ‘젠슨 황의 발자취(junresearch.com/jensenHuangKRTracker)’라는 사이트까지 생겼으니 말 다 했다. 이달 12일 기준 87개국 사람들이 13만2275회 사이트 누적 방문 기록을 만들어냈다.

젠슨 황의 발자취는 같은 날 기준 4450만번 조사한 1382건 언론 보도를 수집 분석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황 CEO로부터 파생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국내에 머물면서 방문한 장소를 지도 위 핀으로 표시한다. 각 핀에 커서를 가져가면 해당 장소와 연관된 기업 주가 현황과 뉴스도 볼 수 있다.

이 사이트는 또 황 CEO 방한 동안 가장 긍정적 영향을 많이 받은 종목으로 추정되는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네이버 등 ‘젠슨 황 테마주’ 가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보여준다.

웹페이지를 만든 이는 성균관대학교 4학년 학생으로 알려졌다. 여섯 시간 만에 AI 도구를 활용해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AI였지만, 야구 시구와 삼겹살·치맥 같은 일정이 HBM·반도체보다 더 자주 등장했다”는 분석은 더 눈길을 끈다.

황 CEO의 발자취가 분석한 자료만 봐도, 이 시대 전 세계 최고 인기 경영자 젠슨 황 CEO가 움직일 때마다 자사와 타사 브랜드 홍보 효과가 실로 대단한 것을 알 수 있다. 젠슨 황 동선을 추적하며 사람들이 식당가로, 편의점으로, 주식시장으로 몰렸다.

황 CEO는 “우리 공급망을 긴밀하게 조율하기 위해서”라며 방한 목적을 설명했다. 그에 걸맞게 지난 5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함께 모였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삼겹살집 ‘형님 저요’에서 삼겹살과 소주를 곁들인, 이른바 ‘삼소 회동’이다.

이날 참석자 중 가장 어린 구 회장(48)은 식사 내내 집게와 가위를 들고 삼겹살을 구우며 “집게는 막내가”라는 ‘국룰’을 보여주며 관심을 모았다. 그가 휴지와 물까지 챙기더라는 게 현장 후문. 그중 최 회장이 66세로 가장 형이고, 황 CEO는 63세, 이 의장은 59세다.

그 자리에서 구 회장이 비계와 살코기를 분리하며 가위질하는 모습도 함께 공개되며 ‘국룰 파괴’라는 반응도 나왔다. 비계와 살코기를 동시에 먹을 수 있도록 자르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랐기 때문.

거래처 제품 팔아주는 ‘상도덕’ 행보
가죽 재킷 입고 몸소 보여주는 ‘먹방’

온라인상에서는 “주방에서 분할상장 시그널이 나온 것 아니냐” “형님들이 막내 가르쳤어야지” “도의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댓글이 이어졌다. 황 CEO가 연출하는 평범한 모습에서 동질성을 느끼고, 하나의 ‘밈’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그의 방한 첫날부터 확산했다.

“기자시구나.” 지난 9일 식당 주인은, 황 CEO가 나흘 전 방문한 식당이 맞는지 질문하는 기자에게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이같이 물었다. 그만큼 기자들 역시 삼겹살집에 많이 방문했다는 뜻일 터.

“손님? 늘었다. (황 CEO가 방문한 뒤) 그다음 주말로 따지면 한 1.5배 정도 될까?” 황 CEO 방문 이후 반응을 묻자, 식당 주인이 답했다. “손님이 확 늘었다가 서서히 평소로 되돌아오고 있는 중”이라고도 했다. 그런 것치고는 점심 먹을 시간이 한참 지난 식당 개점 시간인 오후 3시부터 사람들이 절반 이상 테이블을 차지하며 지글지글 고기를 굽고 있었다.

홍대입구 디저트 카페도 수혜를 입었다. 황 CEO 일행은 삼겹살집 바로 옆 디저트 카페 ‘페어베리바나나’에서 ‘누텔라 붕어빵’과 ‘크림치즈 붕어빵’ ‘미숫가루 세트’ 등을 단체 주문했다.

해당 디저트 카페는 “돌아다니면서 진짜 야무지게 나눠주심”이라는 자막과 함께 홍대 거리에서 붕어빵을 일반 시민에게 나눠주는 황 CEO 모습을 자사 인스타그램 채널에 게재해 이달 12일 기준 1만4000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카페 아르바이트생에게 “황 CEO 방문 이후 찾는 이들이 늘었는지”를 묻자, “평일 이 시간에만 일하니 다른 시간대에는 손님이 얼마나 몰리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많이 늘었다”고 답했다. 평일 낮임에도 카페 앞으로 방문객이 줄을 서는 모습이었다.

황 CEO 등 4인 일행은 삼겹살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BBQ 홍대입구점으로 향했다. ‘2차’는 그가 좋아한다고 자주 이야기하곤 하는 ‘치맥 회동’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황금올리브치킨’과 ‘BBQ 레몬보이’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에는 친필 사인도 남겼다.

BBQ는 확실한 특수 효과를 누렸다. 해당 매장은 그 주말 동안 전주보다 20% 오른 매출을 냈다. “황 CEO가 다녀간 홍대입구점 말고도 인근 BBQ 매장들은 요 며칠 꽤 장사가 잘된 것으로 안다”며 한 매장 직원이 귀띔하기도 했다.

지난 7일 BBQ는 황 CEO와 함께 언론에 한 번 더 노출되는 호재를 누렸다. 황 CEO는 그날 서울 잠실야구장 두산베어스 프로야구 홈경기 시구자로 나섰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치맥보다 좋은 게 없다”고 말하며 팬심을 자극했다.

‘황 픽’
고공 행진

엔비디아코리아는 잠실야구장 인근 BBQ 매장에서 ‘크런치 순살크래커’ 113박스를 단체 주문했다고 한다. 황 CEO와 엔비디아코리아 직원·가족이 경기 관람 중 함께 먹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BBQ는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 저었다. 지난해 깐부치킨이 황 CEO가 다녀간 이후 ‘젠슨 황 세트’를 선보인 것과 마찬가지. BBQ 역시 그가 주문한 메뉴를 묶어 앱 전용 세트를 만들었다. BBQ 전용 앱에서 황 CEO가 맛봤다는 ‘AI 황올 세트’와 ‘AI 시구 세트’를 주문할 수 있다.

황 CEO를 직접 눈으로 보려는 인파가 몰려 인근 편의점도 특수 효과를 누렸다. GS25에 따르면 홍대 인근 GS25 점포 다섯 곳이 기록한 당일 매출은 전주 대비 62% 증가했다고 한다. 기능성 음료(77%), 주먹밥(43%)과 김밥(51%) 매출 역시 늘었다.

황 CEO가 꼽는 ‘최애 음료’인 ‘바나나맛 우유’도 특수를 탔다. 같은 날 전국 GS25에서 바나나맛 우유 매출은 전년 같은 날과 비교해 12% 증가했다고. 황 CEO가 취재진과 시민에게 선물하던 팔도 ‘비락식혜’ ‘오리온 초코파이’도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SK하이닉스와 세븐일레븐이 협업한 ‘세븐셀렉트 허니바나나맛 HBM칩(이하 HBM칩)’을 찾는 이들도 급증했다. 황 CEO가 총수들에게 선물하는 꾸러미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지난 6∼7일 매출은 일주일 전 같은 날 대비 약 8배(704%)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AI용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High Bandwidth Memory) 약자를 제품명에 사용하면서 허니 바나나(Honey, Banana) 맛(소리 나는 대로 영어로 적으면 Mat), 칩(Chips, 과자 형태와 반도체 칩을 동시에 의미)으로 출시해 자사 브랜드를 홍보 중이었다.

여기에 황 CEO가 파트너사 제품을 구매하는 ‘상도덕’이 더해진 효과를 얻은 것. SK하이닉스는 영리한 마케팅에 더해 이번 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누렸다.

세븐일레븐 역시 자사 SNS 채널에서 ‘HBM칩 풀매수 타이밍’ ‘오늘 밤 가장 핫한 그 과자’ 등 카피를 활용해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황 CEO는 지난 6일 오후 7시10분쯤 아내 로리 황,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 등 가족 7인과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 있는 유명 삼계탕 전문점 ‘토속촌’을 방문했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 식사했다고 전해진다.

황 CEO 일행은 삼계탕과 통닭, 파전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애주가로도 잘 알려진 황 CEO는 인삼주를 별도 요청하기도 했다고. 황 CEO는 “너무 맛있다”며 거듭 얘기하며 식사했다는 후문이다.

철저하게
계산한 동선

한옥 스타일 식당 분위기에 감탄한 듯, 황 CEO는 “식당이 정말 아름답고 멋지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는 식사 후 직접 비용을 결제하고 직원들에게 팁까지 챙겨주며 “다음에 한국에 오면 또 방문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황 CEO가 이번 방한 중 보여준 동선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재계 회장들과 회동하면서는 ‘깐부(친구)’를 내세웠고, 이번에는 ‘형님(삼겹살집)’을 선택함으로써 전략적 파트너 제휴보다 인맥과 친분을 강조했다.

입국 날 황 CEO는 첫 일정은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에 있는 T1 베이스캠프에서 ‘페이커’ 이상혁과 선수단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가 PC방에 간 일정도 상징적이다. 엔비디아가 AI 기업으로 변모하기 전 GPU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게임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황 CEO가 지난해 방한해 “한국인들이 e스포츠를 만들었다”며, “PC 게임과 PC방, e스포츠가 없었다면 지금의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결을 같이한다. 우리와 과거를 공유한다는 메시지다.

식사 메뉴도 대부분 우리나라 서민 정서와 맞닿는 음식 위주로 정했다. 삼겹살과 치킨, 삼계탕과 붕어빵, 바나나우유와 식혜 등 평범한 음식은 전 세계 시가 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를 이끄는 수장이라는 무거운 타이틀을 친근한 이미지로 감춰버렸다.

CEO에게서 느끼는 호감을 자연스럽게 기업으로 전이하는 후광 효과를 그는 알고 있는 듯하다.

이번 방한에서 보여준 파트너사 제품 등을 홍보하는 ‘상도덕’ 행보 역시 빛이 났다. 앞서 얘기한 SK하이닉스 HBM칩은 그나마 소소한 편. 황 CEO는 엔비디아 AI 생태계 핵심 파트너로 손꼽히는 두산그룹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지난 7일에는 두산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시구했으며, 같은 유니폼을 입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경기장에서 포옹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이후에는 홈구장에서 열린 경기를 관람하며 치맥 먹방을 보여줬다.

“치맥보다 좋은 것은 없다”
“앞으로 K-젠슨으로 불러줘”

지난 5일 삼겹살 회동 당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자사 오프라인 단말기에 곧장 얼굴을 들이밀며 결제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켜보던 황 CEO가 놀란 표정으로 ‘와!’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의장은 “당신(엔비디아)의 GPU로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CEO가 이해진 의장을 가리키며 “그가 다 쏜다!”라고 외쳤고, 매장 안 사람들이 “네이버”를 연호했다고 한다. 그는 네이버페이 안면 인식 결제 서비스 ‘페이스사인(Facesign)’을 황 CEO의 인기에 힘입어 자연스럽게 홍보했다. 페이스사인은 엔비디아 GPU 기반 AI 학습과 얼굴 패턴 매칭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엔비디아 CEO 앞에서 자사 AI 기반 결제 기술을 자연스럽게 시연한 셈이다.

황 CEO가 먹고 마실 때마다 해당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거대 기업을 이끌면서도 소탈한 취향을 보여주고, 그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에게 아낌없이 먹을 것을 선물한다.

지난 10일 방영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시종일관 쉬운 영어를 구사하고, MC 유재석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섬세한 배려심을 보여줬다. “오랜 시간 한국을 사랑해 왔다, 한국과는 25년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라는 첫인사부터 따듯했다.

“실패를 경험하고도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이 중요하다” “타인이 잘되는 것이 꿈”이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됐다. 그가 이번 방한에서 보여준, 파트너사를 향한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짐작해 봄 직하다.

한편 황 CEO는 방한 기간 국내 재계 인사들과 AI 전략 제휴 파트너십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방한 첫날 “네 가지 선물을 가져왔다”며 “아주 큰 신규 사업들이고, 한국은 정말, 정말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네 가지 선물은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엔비디아의 첫 AI 노트북 라인업 ‘RTX 스파크’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를 위해 설계된 AI 에지 슈퍼컴퓨터 ‘젯슨 토르’ 등이다. 한국에 AI 연구개발 거점을 설립할 계획도 있다고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젠슨 황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6거래일간 네이버는 9.83%, 두산로보틱스는 9.48%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4.47% 하락했으니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황 CEO가 국내 로봇·AI 생태계 확대 의지를 밝히면서 두산로보틱스와 네이버가 수혜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
풀매수 고?

반면 LG전자, 현대차, 엔씨소프트 등은 코스피 하락률을 넘어서는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젠슨 황이 제시한 ‘네 가지 선물’ 등이 실제 사업 협력으로 이어지면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 CEO는 떠났고, 그와 얼굴을 맞댔던 국내 AI 관련 기업 수장들이 바빠졌다. 그가 내놓은 숙제가 한참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 숙제가 어떻게 풀리느냐가 향후 코스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younm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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