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핵심 보건의료 과제에 대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건보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신중론이 우세했던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의 전격적인 재점화다.
정 장관은 탈모 건보 적용과 관련해 “탈모 치료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고통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행정당국 입장에서는 생명과 직결된 중증 질환 치료제나 필수 의료 인프라 확충과의 ‘급여 우선순위’ 형평성을 먼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원론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발언이지만, 정책 당국 안팎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조건부 추진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분별한 전면 급여화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중증 병적 탈모나 사회생활에 타격을 입는 청년층 등 명확한 타깃을 선별하는 ‘우선순위’ 기준을 세운 뒤 하반기부터 단계적 적용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강한 실행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탈모 건보 추진과 맞물려, 부족한 보건 재정 확충의 뇌관으로 꼽히는 담뱃값 인상 논의도 조심스럽게 불씨를 살려뒀다. 한국의 담뱃값은 2015년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의 대폭 조정으로 4500원 시대를 연 이후, 서민 물가 안정이라는 정무적 판단 아래 11년째 묶여 있다. 물가 상승률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 구조 탓에 보건·경제학계의 인상 요구가 끊이지 않는 영역이다.
정 장관은 담뱃값 인상 및 설탕세 도입 여부를 묻는 질의에 대해선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경제계와 복지 전문가들은 이를 '영구적인 포기'라기보다는, 국민적 조세 저항과 인플레이션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시적 숨 고르기'로 풀이한다.
실제로 정부가 하반기에 예고한 필수 의료 인프라 확충과 촘촘한 사회 복지 안전망(기본 사회 매트) 구축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수적이다. 당장 구체적인 계획표를 내놓아 시장의 충격을 키우지는 않더라도, 향후 세수 부족 심화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을 지렛대 삼아 언제든 담뱃값 인상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도록 가능성의 문을 열어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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