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의 의미와 사막의 오아시스 'PX']
충성! 르데스크 4인용 책상입니다! 오늘은 좀 익숙한 주제를 갖고 왔는데요. 대한민국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가게 되는 그곳! 바로 군대입니다. (옷 색깔이랑 칠판 색깔이랑 엄청 비슷하네요.) 20대 청춘, 한창 피 끓는 시기에 바쳤던 약 2년의 시간. 제가 듣기로 군대는 진짜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선임이 부르면 막 이유도 모르고 뛰어가야 하는 그런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칙칙하고 삭막한 군생활 중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었다고 합니다 에? 종교행사 초코파이요? 물론 그것도 빛이긴 한데 그거보다 훨씬 밝고 강렬한 빛이 있었다고 합니다. 네, 바로 PX입니다. 요즘 공식 명칭은 충성클럽인데 아직 그렇게 부르시는 분은 못 봤습니다. 우리는 PX란 말이 훨씬 더 익숙하죠? 오늘은 PX를 지배했던 두 전설 빅팜과 고향만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영상 보시다가 "우리 땐 저거 아니었는데?" 싶으신 분들은 계급장 떼고 댓글에서 군대 간식 최강자를 가려주시길 바랍니다.
["그저 빛이었다" PX와 황금마차의 추억]
군대에서 PX는 그냥 단순한 매점이 아닙니다. 훈련 끝나고 영혼 반쯤 나가 있을 때 PX는 진짜 한 줄기 빛이었죠. 이게 또 계급별로 기억이 다르다고 합니다. 사실 이병 이럴 때는 선임이 냉동 같은 걸 사줘도 막 눈치 보면서 먹느라 맛도 잘 못 느낀다 하더라고요. 그러다 상병쯤 되면 이제 활동복 주머니에 손 딱 넣고 슬슬 마실 나가듯 구경 가고 그러죠? "야야야야 내 것도 하나 데워와." 이게 병장. 직접 가지도 않는. 이렇게 PX에 오는 자세, 복장만 봐도 계급이 보인대요. 모자 딱 각 잡혀있고 이렇게 뻣뻣한 자세면 이등병, 분명 같은 복장인데 뭔가 긴장이 좀 없어 보이면 일병, 활동복 입고 슬리퍼까지 딱 끌고 오면 상병입니다. 병장? 에이 직접 안 오죠. 생활관에 누워있느라.
근데 또 이 PX가 모든 부대에 다 있는 건 아닙니다. 최전방 GOP나 해안 소초 이런 데는 PX가 없죠. 저 아는 후배가 파주 백마부대 출신인데 거기도 PX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다행히도 그런 곳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이동식 PX가 찾아오죠. 네, 설레는 그 이름, 황금마차입니다. 저 멀리 산길에서 황금마차가 덜컹덜컹 오는 소리가 들리면 조용하던 부대가 술렁술렁해지죠. "야 왔다 왔다" 이러면서. 반대로 뭐 어쩌다가 눈이라도 많이 와서 황금마차가 못 올라오면 진짜 무슨 일이라도 난 것처럼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고요. 어쨌든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금마차가 오면 진짜 우다다 뛰어가서 집어야 하는 인기템이 있었습니다. PX 냉동식품계의 양대산맥이죠. 세월이 흘러도 군대 간식 왕좌를 지키고 있는 두 주인공. 롯데햄 빅팜과 해태제과 고향만두입니다.
[PX의 스테디셀러, 고향만두와 빅팜의 탄생]
여기서 잠깐 두 제품의 족보를 짚고 갈게요. 우선 이 고향만두, 1987년 해태제과에서 출시됐는데 사실상 냉동만두의 조상님 같은 존재입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만두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이렇게 온 가족이 둘러앉아 몇 시간씩 빚어 먹는 그런 음식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고향만두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죠? 이제는 냉동실 문만 열면 언제든지 만두를 꺼내 먹을 수 있게 된 거예요. 물론 사회에서도 많이 먹지만요. 냉동으로 보관했다가 전자레인지만 띵 돌리면 바로 따뜻한 만두가 완성되니까 PX에서도 30년 넘게 냉동 코너 고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옆을 지키는 또 다른 고참이 바로 롯데햄 빅팜이죠. 일반 소시지는 보통 밀가루 맛이 좀 강한데 얘는 고기 함량이 높아가지고 씹는 맛부터 좀 다릅니다. 약간 그 통조림 햄처럼 묵직한 맛이 나요. 고기에 굶주린 장병들에게 빅팜은 훌륭한 단백질원이었습니다. 이렇게 갖고 다니기도 쉽고 라면이나 여기저기 넣어 먹을 수 있으니 활용도가 좋기도 했고요.
[끊임없이 등장하는 PX 레시피, 전설의 꿀조합 등장]
그런데 사실 이 메뉴들이 그냥 먹으면 좀 심심하잖아요? 부대마다 군대식 레시피가 세대를 거쳐 내려오나 봐요. 그냥 평범한 냉동만두랑 소시지 같은데 군인분들 손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먼저 PX 냉동파티 핵심인 고향만두, 이것도 먹는 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봉지 끝을 살짝 뜯거나 젓가락으로 구멍을 내줍니다. 아니면 여기, 여기를 가위로 좀 자르거나. 그리고 여기에 자른 틈으로 물을 아주 살짝 부어줍니다. 어떤 데는 사이다를 넣기도 하더라고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더 달콤해지나? 그리고 전자레인지에 4분만 돌려주면요. 이 봉지 자체가 찜기 역할을 해서 아주 촉촉한 물만두가 만들어집니다. 저도 이렇게 한 번 먹어봤는데 확실히 그냥 먹는 것보단 진짜 막 찐 듯한 촉촉한 물만두 느낌이 나더라고요.
다음은 빅팜, 이게 또 손으로는 잘 안 뜯어져가지고 커터칼 같은 날카로운 도구를 써야 합니다. 이쑤시개로 이렇게 뚫기도 하고. 이거는 여기 끝에 쇠링 부분부터 커터칼로 쫙 그은 다음에 전자레인지에 한 45초 정도 돌려요. 그러면 소시지가 문어 다리처럼 쫙 벌어지는데 그 따끈한 맛은 진짜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죠. 특히 빅팜은 토핑으로도 많이 올려 먹습니다. 컵라면 먹을 때 위에 올려 먹으면 바로 부대찌개 라면 되고, 특히 그 짬뽕면 위에 올려 먹는 것도 엄청 유명하죠. 그리고 냉동피자 위에도 많이들 올려 먹는다고 하던데 상상되니까 궁금해서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어떤 맛인가요? PX 레시피가 맛있긴 해. 전역한 분들이 왜 그렇게까지 군대 얘기하는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실전을 방불케하는 훈련, 군인정신의 현장 'PX 냉동파티']
그런데 사실 부대 안에 전자레인지 개수가 그렇게까진 많지 않잖아요. 주말이면 그 앞이 바글바글하죠. 냉동식품 3, 4개 돌리려면 5분은 족히 걸리는데 그 시간이 진짜 안 갑니다. 그럴 때 꼭 이런 선임도 있죠. "야 전자레인지 삐 소리 나게 하지 마라." 그럼 무슨 폭발물 해체하는 것처럼 1초 남았을 때 바로 띵 열고, 거의 실전 훈련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병쯤 되면 이제 뭐 거의 요리사예요. 이 몇 개 없는 메뉴들로 엄청난 요리를 탄생시킵니다. 진짜 유명한 전설의 레시피들이 있는데 여기서도 역시 고향만두나 빅팜이 자주 활용되죠. 저도 아는 거 하나 있는데 그 냉동 스파게티나 불닭볶음면에 아까 그 촉촉하게 데워놓은 만두 막 으깨서 넣고 그 위에 빅팜 굵게 썰어 넣어가지고 다 이렇게 비벼 먹는 거예요. 그 매콤달콤한 소스 위에 빅팜 육즙 팡 터지고, 만두피로 탄수화물까지 채워주는 거죠. 뭐 영양학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시절 군인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고급요리였습니다. 뭐 지금이야 장병 월급이 꽤 올랐다고는 하지만 옛날에 한 달 월급이 몇만 원 남짓하던 시절, 이건 진짜 며칠을 벼르고 벼르다 먹던 그런 메뉴였습니다.
["댓글 창에 여러분의 '군번'과 '레시피'를 신고해주세요"]
어떠세요? 이야기만 들어도 코끝에 그 특유의 냉동식품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나요? 사실 빅팜과 고향만두가 그렇게 맛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제품 맛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동기들, 선·후임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 나눠 먹던 그 한 입. 어쩌면 그 시절 PX 최고의 조미료는 배고픔과 전우애였을지도 모릅니다. 자, 르데스크 시청자 여러분! 이제 댓글창으로 집합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떼는 빅팜보다 슈넬치킨이지", "짬타이거도 울고 갈 참치크래커가 최고다", "우리 때는 황금마차 오다가 눈길에 미끄러져갖고 진짜 부대원들이 오열한 적 있다." 이렇게 여러분만의 군대 레전드 썰, 아직도 잊지 못하는 군대 간식을 댓글로 마음껏 풀어주십시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퇴근길에 편의점 한 번 들러서요. 냉동만두랑 소시지 하나씩 돌려 드시면서 그 시절 추억을 회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4인용 책상이었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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