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익 더봄] 철근 누락은 ‘단순 실수’? 건축 상식조차 무너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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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더봄] 철근 누락은 ‘단순 실수’? 건축 상식조차 무너진 현장

여성경제신문 2026-06-15 10:00:00 신고

개미집 /그림=손웅익
개미집 /그림=손웅익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설계사무소 도제 생활 몇 년 차 되던 해의 일이다. 1980년대 중반이었다. 건설경기가 호황이던 시절이라 내가 다니던 설계사무소에는 설계 일이 넘쳐났다. 강남 개발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라서 큰 건설회사와 끈이 닿아있던 사무소 소장님은 대규모 업무시설이나 기업 사옥 같은 소위 돈이 되는 설계를 많이 수주하셨다.

당시 야근은 기본이고 납품 날짜가 가까워지면 며칠씩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렇게 일해도 연장근로수당이 없던 시절이니 돌이켜보면 그 시절 건축사사무소 대표들은 큰돈을 벌었을 것이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다니던 그 설계사무소 소장님도 나중에 강남에 사옥을 지었다고 하던데 그게 다 우리의 수당을 모아서 지은 것이리라.

당시 설계 일이 많아서 아직 신입이었던 나에게도 강남의 제법 큰 업무시설의 설계부터 감리 업무가 주어졌다. 그동안 시공 현장에 내보낼 도면 작성법도 열심히 배웠다. 특히 구조도면을 전부 내가 그리게 되었다. 건축에서의 구조도면이란 골조를 형성하는 기둥·보·옹벽·슬래브 등에 대해 그 크기뿐만 아니라 철근의 개수와 굵기, 배치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도면이다.

내가 도면을 그린 그 업무시설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현장감리를 나가게 되었다. 강남대로 변에 있는 지하 2층, 지상 10층 건물이었다. 흙막이와 터파기가 끝나고 지하 2층 철근배근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다음 날 레미콘 타설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빨리 와서 철근 시공 상태를 점검해 달라는 것이었다.

현장에 나가서 도면에 따라 제대로 철근을 배치했는지 검사하다가 지하 2층 옹벽 철근 배치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도면에는 옹벽의 수직 철근 간격이 18㎝로 표기되어 있는데 현장에는 20㎝ 간격으로 조금 넓게 시공되어 있었다. 단순 실수인지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하 2층 옹벽 전체가 그렇게 시공되어 있었다.

현장사무실에 가서 백지 한 장을 달라고 했다. 거기에다 ‘현재 철근 배근 상태가 구조도면과 다르므로 해당 철근을 모두 철거하고 도면에 맞게 수정할 것’이라고 쓰고 현장소장에게 서명을 요구했다. 그 현장의 현장소장은 대학교 건축과 선배였다. 황당한 표정을 짓던 현장소장이 당초 안전율을 고려해서 구조기술사가 구조계산을 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나를 설득하려 했다.

내가 꿈쩍도 하지 않고 계속 서명을 요청하자 드디어 현장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위협적으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현장도 잘 모르고 경험도 없는 신입이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철근 간격 조금 넓은 걸 가지고 시끄럽게 한다는 거였다. 내가 입을 꾹 닫고 사무실 한가운데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서명을 계속 요구하자 한참 떠들던 현장소장이 다가와서 아주 신경질적으로 문서에 서명을 하고 나가버렸다.

도면대로 다 고쳐놨으니 검사해 달라는 연락이 바로 그다음 날 왔다. 다 철거하고 다시 철근을 배치하려면 며칠이 걸릴 일인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현장에 나갔다. 과연 하루 만에 다 고쳐져 있었다. 철근을 다 철거하는 대신 20㎝ 간격으로 되어 있는 철근 가닥가닥 사이에 하나씩 더 넣었다. 그렇게 하니 철근 간격이 10㎝가 되어 도면보다 훨씬 촘촘하게 배치되었다.

결과적으로 구조도면보다 철근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게 되었고 구조는 아주 튼튼하게 되었다. 그 현장소장도 소탈한 사람이라 그 사건 이후 선후배로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강남대로를 지날 때면 그때 그 사건이 떠오른다.

까치집 /그림=손웅익
까치집 /그림=손웅익

최근에 GTX 삼성역 지하 대규모 공사 현장의 기둥 철근 누락 사태로 시끄럽다. 구조도면에서 가장 쉽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기둥 철근 도면이다. 기둥 단면의 가로세로 치수가 있고 그 기둥 안에 철근이 몇 개 들어가는지 동그란 점으로 표시한다. 그 점의 개수를 셀 필요도 없다. 기둥 도면 아래 철근 굵기와 개수를 추가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건축에 상식이 없는 사람도 기둥 철근이 몇 개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시공사는 구조도면을 해석하지 못해서 철근을 반만 넣어 시공하고 감리는 그 상태를 합격이라고 승인했다고 하는데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중대 부실시공이라고 인정하는데, 관리 감독 주체인 서울시는 부실시공이 아니라고 하고 서울시장은 “시공사의 단순 실수이고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고 한다.

배근= 건축이나 토목 공사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전, 구조물의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설계도면에 따라 철근을 알맞은 간격과 위치로 배열하여 짜 맞추는 작업을 말한다.

여성경제신문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wison777@naver.com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 온 환경·생태 전시 설계 전문가로 코엑스아쿠아리움 부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가의 여행스케치> , <건축가의 아침산책> , <작은집이야기> 등이 있으며, 일상에서 접하는 건축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점차 잊혀가는 마을과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와 글로 남기는 작업을 지속하며 도시의 기억을 기록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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