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카타르의 기억을 가진 한국 축구팬들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다시 월드컵 무대에 등장한다. 당시 한국 국민들을 크나큰 분노에 빠뜨렸던 앤서니 테일러(잉글랜드) 주심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경기 배정을 받으며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나섰다.
2022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마지막 코너킥 상황에 종료 휘슬을 분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벤투 감독이 강력히 항의하자 레드카드를 꺼내고 있다. / 뉴스1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이끄는 우즈베키스탄 축구대표팀은 오는 18일 오전 11시(한국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아스테카에서 콜롬비아를 상대로 월드컵 조별리그 K조 1차전 맞대결을 펼친다. 토너먼트 진출 기회를 마련해야 하는 양 팀의 치열한 본선 첫 경기인 만큼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매치업이다.
경기를 앞두고 축구팬들의 시선은 선수들이 아닌 심판진에게로 먼저 향했다. FIFA가 발표한 우즈베키스탄과 콜롬비아전 심판진 배정 명단에 따르면 이번 경기의 메인 주심으로 앤서니 테일러 심판이 낙점됐다. 특유의 일관성 없는 판정 스타일과 경기 운영으로 악명이 높은 테일러 심판이 메가 이벤트의 첫 단추를 꿰게 되면서 경기 시작 전부터 괜한 판정 시비나 운영 미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테일러 주심의 이번 배정 소식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수년 전의 아픈 기억을 강제로 소환시킨다. 테일러 주심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결정적인 오심 논란과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으로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던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가나를 만나 2-3으로 턱밑까지 추격하는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경기 막판까지 파상공세를 퍼붓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 극적인 코너킥 기회를 얻어냈다. 마지막 세트피스 상황이었기에 동점골이라는 '극장 기적'을 연출할 수도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2022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손흥민, 이강인 등이 마지막 코너킥 상황에 종료 휘슬을 분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 뉴스1
당시 대기심이 선언한 후반전 추가시간은 총 10분이었지만 추가시간이 흘러가는 와중에도 가나 선수들의 침대 축구와 부상 치료, 선수 교체 등으로 인해 경기가 지연되는 상황이 몇 차례나 반복됐다. 규정상 지연된 시간만큼 '추가시간의 추가시간'이 반드시 주어져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테일러 주심은 추가시간 10분이 지나자마자 한국 선수들이 코너킥을 차기 위해 키커 위치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경기를 종료하는 휘슬을 불었다. 마지막 공격 기회 자체를 원천 차단해 버린 석연치 않은 판단이었다.
황당한 경기 종료 선언에 한국 벤치는 폭발했다. 당시 한국의 사령탑이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경기 종료 직후 곧바로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테일러 주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수비수 김영권을 비롯한 필드 위의 선수들 역시 테일러 주심을 에워싸고 격렬한 어조로 판정에 동의할 수 없음을 피력했다.
분을 참지 못하고 그라운드로 달려가 거칠게 항의하던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테일러 주심은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내 들며 퇴장 조치를 내렸다.
2022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벤투 감독과 손흥민, 이강인 등이 마지막 코너킥 상황에 종료 휘슬을 분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 뉴스1
감독의 항의 방식이 다소 과격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본인의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으로 초래된 항의에 퇴장으로 응수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결국 퇴장 징계로 인해 벤투 감독은 16강 진출의 중요한 열쇠였던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벤치에 앉지 못한 채 VIP석에서 경기를 외롭게 관전해야만 했다.
사령탑이 없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이 기적을 일궈내며 16강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테일러 주심이 남긴 상처는 한국 축구 역사에 깊게 각인됐다.
사실 테일러 심판의 이 같은 자질 논란은 월드컵 무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는 자국 리그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내에서도 악명 높은 심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매 시즌 중요한 길목마다 기준이 모호한 판정을 내리거나 경기 흐름을 끊는 과도한 성향으로 인해 현지 언론은 물론 수많은 축구팬과 구단들의 거센 비난을 한 몸에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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