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유럽의 자존심으로 떠오른 AI 유니콘
생성형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은 그동안 오픈AI, 구글, 메타 등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압도적인 자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폐쇄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해 가는 미국의 독주 속에, 전 세계는 ‘AI 기술 종속’이라는 거대한 위기감에 직면했다. 이러한 가운데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거센 돌풍이 글로벌 AI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창업 7개월 만에 유니 반열에 오르며 유럽 딥테크 생태계의 희망이자 글로벌 거인들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한 ‘미스트랄 AI(Mistral AI)’가 그 주인공이다.
천재 연구원 3인방의 결단
미스트랄 AI의 탄생은 202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의 아르튀르 망슈 CEO와 메타(Meta)의 AI 연구소 출신인 티모테 라크루아, 기욤 랑플 등 프랑스 출신의 동갑내기 천재 연구원 세 명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의 안정적인 직장과 막대한 연봉을 뒤로하고 고국인 프랑스 파리로 돌아왔다.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거대언어모델(LLM) 생태계에 의존하다가는 유럽의 기술 주권이 영원히 종속될 것이라는 절박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명확한 비전과 창업자들의 압도적인 기술 역량은 곧바로 자본 시장의 격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미스트랄 AI는 창업 한 달 만에 아직 시제품 하나 없는 상태에서 1억 1,300만 유로라는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글로벌 최상위 벤처캐피털(VC)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단 7개월 만에 기업가치 20억 달러를 돌파해 최단기 유니콘 등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2024년에 접어들어서도 60억 달러(약 8조 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초고효율 오픈 소스 모델의 반격
미스트랄 AI가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시장을 매료시킨 핵심 경쟁력은 ‘오픈소스’와 ‘초고효율’이다. 무조건 매개변수를 늘려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소모하는 미국 빅테크들의 방식과 달리, 이들은 모델의 크기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극대화하는 경량화·효율화 기술에 집중했다.
2023년 9월 첫 공개된 70억 개 매개변수의 ‘미스트랄 7B(Mistral 7B)’는 몸집이 훨씬 큰 경쟁 모델들을 성능 면에서 압도하며 오픈소스 AI 생태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어 발표된 ‘믹스트랄 8x7B’는 여러 개의 전문가 모델을 결합한 MoE(Mixture of Experts) 아키텍처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빠르고 효율적인 연산 능력을 증명했다.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수정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가중치를 개방한 이들의 행보는, 폐쇄적인 철옹성을 쌓고 있는 오픈AI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전 세계 개발자들과 기업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개방과 수익의 영리한 줄타기
미스트랄 AI의 진화는 오픈소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2024년 초, GPT-4 급 성능에 필적하는 최상위 상업용 모델 ‘미스트랄 라지(Mistral Large)’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수익화 모델(B2B API) 구축에 나섰다.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MS 애저 클라우드를 통해 모델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일부 오픈소스 순수 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상업적 노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는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고 오픈AI, 구글과 정면승부를 펼치기 위한 영리하고 현실적인 생존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미스트랄 AI의 비상은 단순한 일개 스타트업의 성공을 넘어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이들을 ‘프랑스 기술의 자부심’이라 칭송할 만큼, 미스트랄 AI는 데이터 보안과 언어적 다양성을 지켜내야 하는 ‘유럽 AI 주권’의 상징이 되었다.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인류의 인공지능 인프라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이들의 철학은 여전히 확고하다. 강력한 자체 모델과 개방형 생태계의 투트랙 전략을 앞세운 미스트랄 AI가 미국이 주도하는 AI 질서를 어떻게 재편해 나갈지, 유럽 딥테크 산업의 심장부에서 쏘아 올린 이들의 위대한 항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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