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타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106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오후 5시 29분(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 이슬람공화국과의 합의가 이제 완료됐다. 모두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호르무즈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전면 승인하며, 동시에 미국 해군의 해상 봉쇄를 즉각 해제하도록 승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선박들이여, 엔진을 가동하라. 석유가 흐르게 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란이 봉쇄해 온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항이 재개되고,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도 해제될 전망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핵심 항로로, 전쟁 기간 봉쇄와 군사 충돌 우려가 겹치며 국제 에너지 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혀 왔다.
이란 측도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 발표 직후 이란 국영 TV에 출연해 “카타르의 중재로 약 15시간 동안 진행된 막판 협상에서 양측이 수정된 합의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분쟁 종식이 합의에 포함됐다”며 “이란의 합의 이행은 19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서명식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과 이란이 이날 공식 합의문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중재 역할을 해 온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X를 통해 “양측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 60일 연장,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및 이란 핵 프로그램과 대이란 제재 문제에 대한 후속 협상 개시다. 다만 합의문 전문은 즉시 공개되지 않았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를 ‘종전’으로 가는 중대한 외교적 돌파구로 평가하면서도, 핵심 쟁점은 아직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이란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합의는 사실상 휴전을 60일 더 연장한 것에 가깝다”며 “가장 어렵고 중요한 문제인 이란 핵 프로그램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다음 협상 단계로 미뤄졌다”고 평가했다.
악시오스도 이번 MOU가 “107일간의 전쟁 끝에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며 핵 논의를 시작하게 하는 합의”라고 전했다. 즉 전쟁을 멈추는 정치적 선언은 나왔지만, 핵물질 처리와 우라늄 농축 중단, 핵시설 해체, 제재 해제 방식 등은 향후 60일 협상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미국 측은 이란이 단순히 MOU에 서명하거나 협상장에 나오는 것만으로는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앞서 브리핑에서 “이란은 MOU 서명이나 협상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이 핵물질 폐기, 핵시설 해체, 우라늄 농축 중단 등 구체적 조치를 이행할 때마다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단계적 구조라는 설명이다.
반면 이란은 수년간 묶여 있던 해외 동결 자산의 조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이란의 동결 자산 중 250억 달러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제재 완화와 자산 반환 문제가 향후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충돌도 변수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자국 영공에 드론 3기를 진입시켰다는 이유로 레바논을 공습했다. 이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협상은 막판 불발 위기에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왜 그런 공격을 해야 했느냐. 정말 화가 났다”며 “그는 판단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합의가 임박한 시점에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이란을 자극해 종전 협상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많은 미국 대통령들이 이란과 평화를 이루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이제 이 지역 지도자들은 진정한 평화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대통령을 처음 찾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금요일 합의 서명으로 해협이 기뢰 제거를 위해 개방되면, 이 지역과 전 세계를 위해 석유가 다시 양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서명식에 분명히 참석할 계획”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서명식 참석자와 세부 일정은 아직 조율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합의가 공식 서명으로 이어질 경우 중동 전쟁은 106일 만에 종전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이란 핵 프로그램, 제재 해제, 동결 자산 반환, 레바논 전선의 안정화라는 난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 향후 60일 협상이 실질적 평화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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