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삼성SDI가 전기차(EV) 배터리 부진 속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소형전지를 앞세워 반등 실마리를 찾고 있다. 1분기 적자폭은 전년보다 크게 줄었고 미국 ESS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백업전원 수요가 새 성장 축으로 떠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 공급 계약을 통해 프리미엄 완성차 고객 기반도 넓혔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탑재량과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어 이후 EV 본업 가동률과 고객 다변화 회복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삼성SDI, 1분기 적자 대폭 줄여…전력 인프라 외연 확대 움직임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5764억원, 영업손실 155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6% 늘었고 영업손실은 64.2% 축소됐다. 순이익도 56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배터리 사업은 매출 3조3544억원, 영업손실 1766억원을 기록해 여전히 적자를 냈지만 손실 규모는 줄었다. ESS와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백업장치(BBU), 전동공구용 배터리 수요 회복이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 미국 내 ESS 배터리 생산·판매 확대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효과, 고부가 원통형 배터리 판매 증가도 손익 개선 요인으로 작용했다.
회사 단기 반등 기대감은 전기차보다 전력 인프라 쪽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앞서 3월 미국 에너지 기업과 1조5000억원 규모 ESS용 각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기간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4년이다. 초기에는 NCA 배터리로 시작해 향후 인디애나주 스타플러스에너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LFP 배터리로 확대하게 된다. 회사는 지난해 12월에도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과 2조원 이상 규모의 LFP ESS 셀 공급 계약을 맺었다.
미국 전력망 안정화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SDI가 북미 ESS 시장에서 비중국계 주요 공급사로 부각되는 흐름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ESS가 EV 배터리 부진을 단기간에 모두 상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업계는 미국 ESS 시장이 2025년 90GWh에서 2030년 160GWh 규모로 커지고 AI 데이터센터향 ESS 수요도 같은 기간 9GWh에서 40GWh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만 보면 매력적이지만 절대 물량과 설비 활용 측면에서 EV 배터리와 차이가 크다. 삼성SDI가 지난 수년간 중대형 전지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온 만큼 EV향 가동률이 회복되지 않으면 고정비 부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회복이 궁극적 과제”
회사 본업인 EV 배터리 흐름은 아직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4월 삼성SDI EV향 배터리 탑재량은 약 1.6GWh로 전월보다 27%, 전년 동월보다 33% 줄었다.
완성차 업체들의 분기 말 물량 조정으로 4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를 감안해도 올해 1~4월 누적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감소 폭이 크다는 점은 부담이다.
또한 글로벌 EV향 배터리 시장은 2024년 27%, 2025년 32% 성장했지만 삼성SDI는 같은 기간 각각 15%, 6% 역성장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를 고려하더라도 시장 전체 성장률과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폼팩터 경쟁 또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EV 배터리 시장에서는 각형 비중이 계속 확대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각형 배터리 비중은 8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겉으로만 보면 각형에 강점을 가진 삼성SDI에 유리한 환경으로 해석된다. 실제로는 중국 업체들이 LFP 기반 각형 배터리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 글로벌 각형 배터리 내 점유율은 2020년 12%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2%까지 낮아졌다. 각형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수혜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회사 주요 고객사 구조도 다소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여러 유럽 완성차를 핵심 고객으로 두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차세대 전기차용 고성능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3사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했다. 벤츠 공급 물량에는 하이니켈 NCM 배터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프리미엄 완성차 중심 고객 기반은 삼성SDI 기술 신뢰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BMW, 폭스바겐 등 기존 고객사 내부에서도 중국 배터리 채택 비중이 늘고 있어 완성차 판매 회복이 곧바로 배터리 탑재량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전고체 배터리 또한 기대만큼 결실을 가져다줄지도 살펴봐야 한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중 전고체 배터리 진척도가 가장 빠르다. 회사는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인터배터리에서는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도 공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측면에서 차세대 유망 기술로 평가받는다. 다만 초기에는 프리미엄 EV와 로봇, 특수 장비 등 제한된 영역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실적 반전용 카드라기보다 중장기 기술 경쟁력 확보 수단에 가깝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ESS와 소형전지를 통해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실질적 반등을 입증하려면 결국 본업인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 회복이 받쳐줘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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