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배두열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미국 초고압차단기 생산기지 구축으로 현지 전력시장 공략의 판을 키운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 노후 전력망 현대화가 맞물리며 미국 내 전력기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전력기기 업체 최초로 변압기와 차단기 현지 생산체계를 갖춰 공급망 경쟁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효성중공업(298040)은 자회사 Hyosung HICO가 북미 에너지 인프라 솔루션 기업 콴타 서비스(Quanta Services, Inc.)의 자회사와 GCB(Gas Circuit Breaker) 합작법인 ‘HYOSUNG HICO BREAKER, LLC’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합작법인은 오는 7월 설립되며, 10월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콴타의 캐논스버그 공장에서 초고압차단기 생산에 들어간다. 생산 대상은 72.5kV부터 800kV까지의 초고압차단기다. 효성중공업은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고객들이 요구하는 적기 공급과 높은 품질 기준에 대응하고, 미국 시장 내 공급망 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미국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려 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와 AI 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오래된 전력망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춰 초고압차단기 현지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제품 공급부터 솔루션 제공까지 미국 전력시장 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합작 파트너인 콴타의 모회사는 미국 최대 전력·에너지 인프라 EPC(설계·조달·시공) 전문 기업이다. 콴타는 유틸리티,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전력수요 시설, 통신 및 에너지 시장 전반에서 미국 전역에 인프라 솔루션 사업 기반과 고객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북미 최대 규모의 숙련 기능인력 고용 기업이라는 점도 현지 사업 확대에 강점으로 꼽힌다.
효성중공업은 이번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전력기기 기술력에 콴타의 인프라 솔루션 역량을 결합한다. 무엇보다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현지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으로 키워온 데 이어 초고압차단기 생산기지까지 확보하면서 미국 사업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공급 체제로 확장된다. 여기에 전력망 구축과 운영, 대형 전력수요처 대응까지 아우르는 경쟁력을 강화해 미국 전력시장 내 입지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 전환에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판단이 반영됐다. 조 회장은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 전력 인프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현지 인프라 솔루션 1위 기업인 콴타와의 협력을 추진해 왔다.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초고압차단기와 직류솔루션 등 고도화된 전력솔루션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구상이었고, 올해 3월 미국 현지에서 콴타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경영진을 만나 합작사 설립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효성중공업과 콴타는 이번 초고압차단기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직류솔루션과 데이터센터 등 더 넓은 영역으로도 협력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효성중공업의 미국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은 현지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효성중공업은 공장 인수부터 현재 진행 중인 증설까지 총 3억달러(약 4400억원)을 투자해 멤피스 공장을 육성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해당 공장은 미국 내 최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차단기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50여 년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고, 국내 전력기기 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차단기 누적 생산 10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 차단기를 공급하며 글로벌 주요 차단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 이력도 길다. 효성중공업은 2011년 세계 최대 전력시장인 미국에 진출한 뒤 현지 전용 차단기를 개발하는 등 고객 요구사항(VOC)에 맞춘 제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주요 전력회사와 2600억원 규모의 초고압차단기(GI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7870억원 규모의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는 국내 전력기기 기업이 체결한 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효성중공업은 대형 수주와 현지 생산능력 확대를 기반으로 미국 전력기기 시장에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성장 전망도 우호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북미 차단기 시장은 2024년 48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서 2034년 96억달러(약 12조8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6.7%로 예상된다.
조현준 회장은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전력 인프라 고도화가 가장 필수적인 과제인 만큼, 멤피스 공장을 포함한 효성중공업 미국사업의 성공적인 현지화 운영 노하우와 이번 합작법인의 시너지를 이끌어내 미국 전력시장의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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