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성장의 대표 수혜 지역으로 꼽혀온 경기도 이천시 부동산 시장이 올해 들어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확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 등으로 경기 남부 주요 지역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작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이천은 수도권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반도체 종사자들의 주거 선택 기준이 단순한 직주근접에서 벗어나 학군과 생활 인프라, 서울 접근성,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 등으로 확대되면서 이천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천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3.19% 하락했다. 이는 수도권 지역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인데 반면, 같은 기간 반도체 관련 종사자들의 선호 주거지로 꼽히는 지역들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용인 수지구는 8.10% 상승하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성남 분당구는 6.54%, 용인 기흥구는 5.54%, 수원 영통구는 5.18% 올랐다. 올해 초 행정구역 개편으로 새롭게 출범한 화성 동탄구 역시 6월 둘째 주 기준 7%가 넘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들 지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으로 연결되는 통근버스 노선이 잘 갖춰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에는 회사 인근 거주가 출퇴근 측면에서 유리했지만, 현재는 교통 환경 개선과 셔틀버스 운영 확대 덕분에 더 넓은 범위의 지역이 주거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인근에 위치한 ‘이천 롯데캐슬 골드스카이’ 전용면적 84㎡는 최근 4억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기록했던 최고가 7억2700만원과 비교하면 3억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호황에도 힘 못 쓰는 이천 집값
다음 달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 이천역 1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권 시세 역시 지난해 말 6억3389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5억9900만원까지 하락했다.
반면 경기 남부 주요 지역의 집값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이달 4일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용인 수지구의 대표 단지인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 전용면적 84㎡ 역시 이달 17억47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초 12억5000만원 수준과 비교하면 5억원 이상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이른바 ‘셔세권’ 효과를 꼽는다. 셔세권은 셔틀버스와 역세권을 결합한 신조어로, 기업 통근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분당 수내역과 용인 성복역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통근버스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약 1시간 내외로 이천사업장에 도착할 수 있다.
결국 많은 임직원들이 굳이 이천에 거주하기보다 교육 환경이 우수하고 생활 인프라가 풍부한 분당이나 수지, 동탄 등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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