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특정 세대가 20대 시절 경험한 사건을 통해 정치적 인식이 형성된다는 분석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금의 70대 이상은 냉전 시기 반공 교육과 국가 주도 방송 환경 속에서 성장한 세대로, 당시 보고 들은 정보가 현재 정치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지금의 60대는 20대 시절 군사독재 아래서 거리로 나섰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 규탄과 호헌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열렸다. 거리는 '호헌 철폐, 독재 타도'라는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같은 해 6월 29일 전두환 정권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알리는 6·29 선언을 발표했다. 그 거리에 있었던 세대다.
지금의 50대는 1997년 외환위기를 20대에 맞았다. 사회에 진입할 시기에 대기업 줄도산와 부모의 정리해고로 인한 가족 해체를 경험한 이들은 당시 집권 세력이 김영삼 정부였다는 점에서 세월이 지나도 보수 정권에 반감을 가지게 됐다는 분석이 있다. 40대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20대에 겪었다. 검찰 수사 끝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이들의 정치적 정체성을 형성했고, 이후 민주당의 가장 두터운 지지층이 됐다.
지금의 30대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20대 초반에 겪었다. 참사 희생자 학생들과 또래였던 이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깊은 실망과 회의를 느꼈다. 그렇다면 지금의 20대가 성인이 되어 맞닥뜨린 것은 무엇인가.
158만명 일자리 밖·서울 집값 15억…노동과 주거 모두에서 밀려난 청년층
지난해 11월 기준 실업자이거나 '쉬었음', 취업준비자로 분류된 20·30대는 15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전체 20·30대 인구(1253만5000명) 가운데 12.7%가 노동시장 밖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은 71만9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 2월 기준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3%로 전년 동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했으며, 22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거 여건도 녹록지 않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810만 원으로 집계됐다.
청년층의 자산 형성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지난 2월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39세 이하 가구의 평균 부동산 자산은 1억6418만 원으로, 2022년(2억1927만 원) 대비 감소했다. 서울의 39세 이하 무주택 가구는 99만2856가구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조국 사태·인국공 논란…청년들의 '공정 감각'을 촉발
취업난과 주거 불안 속에서, 이 세대는 성인이 된 이후 연달아 몇 가지 사건을 겪었다.
그 출발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사건이 2019년 '조국 사태'다.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의혹은 취업과 시험 경쟁을 겪고 있던 청년층에게 직접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일부 청년들은 이를 두고 "공정한 경쟁 자체가 가능하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대학가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로 이어지는 등 청년층의 직접적인 정치 행동을 촉발했다.
이듬해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보안검색요원 등 약 19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논쟁이 확산됐다.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 조치가 공개 경쟁 없이 정규직이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반발이 이어졌다. 실제로 청년층에서는 해당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게 나타났으며, "공정한 경쟁 기회가 훼손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전국 20대 민주 50.6%·국힘 39.9%…서울은 오세훈 48.8%·정원오 41.9%로 역전
이번 6·3 지방선거 방송 3사(KBS·MBC·SBS) 공동 출구조사(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입소스, 전국 615개 투표소)에서는 2030 표심이 전국과 서울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전국 단위로 보면 20대와 30대에서는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20대는 민주당 50.6%, 국민의힘 39.9%, 30대는 민주당 53.3%, 국민의힘 40.1%였다. 40대와 50대에서는 민주당 지지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40대는 민주당 69.4%, 국민의힘 27.1%, 50대는 민주당 69.5%, 국민의힘 28.0%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이 앞선 연령대는 60대와 70대였다. 60대는 국민의힘 50.0%, 민주당 46.4%, 70대는 국민의힘 59.3%, 민주당 39.0%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다른 결과가 확인됐다. 20대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48.8%로 정원오 후보(41.9%)를 앞섰고, 30대 역시 오세훈 51.1%, 정원오 44.2%로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70대에서도 오세훈 후보가 63.1%로 정원오 후보(36.1%)를 크게 앞섰다.
반면 40대(정원오 62.8% 대 오세훈 35.6%), 50대(66.6% 대 35.6%), 60대(53.2% 대 46.1%)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우세했다.
전국 출구조사와 서울 결과를 비교하면, 같은 세대라도 지역에 따라 정치적 선택이 달라지는 양상이 확인된다. 특히 서울의 20대와 30대는 전국 평균과 달리 국민의힘 후보 지지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주거비와 취업 경쟁이 집중된 지역이 서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차이가 단순한 지역 변수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송파에서 첫 정치 경험하는 20대·미성년자…부정선거 인식과 정치 불신으로 이어질까
6·3 지방선거 이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는 20대는 물론 미성년자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이들에게 이곳은 정치적 의사를 직접 표현하는 첫 경험의 장이 되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 구호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참정권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 집회였지만, 현재는 부정선거 주장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나 민주당 인사에 대한 강한 적대적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현장을 경험하는 20대와 미성년자들의 향후 정치 인식과 선거에 대한 태도 형성에 일정한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