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美 데이터센터 신드롬...K-조선 ‘이머징 마켓’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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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美 데이터센터 신드롬...K-조선 ‘이머징 마켓’ 되나

한스경제 2026-06-14 17: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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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조감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조감도./삼성중공업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과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미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주요 조선사의 ‘이머징 마켓’으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주로 육상에 건설되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공급 속도는 훨씬 뒤처지는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발전용 엔진’, ‘플로팅 데이터센터’로 관련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5년 485TWh에서 오는 2030년 950TWh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전 세계 주요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지난 5년간 연평균 27%씩 성장했고 앞으로 3년간 17%의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인프라 공급은 절대 부족한 상태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의 핵심인 대형 가스터빈은 주문량이 폭증해 GE 베르노바, 미쓰비시중공업, 지멘스 에너지 등 주요 글로벌 제작사들의 납기가 이미 2029년 하반기까지 풀로 채워진 상황이다.

▲ 중속엔진 활용 ‘온사이트 발전’...공급난 대안 제시

이에 상대적으로 짧은 납기와 혹독한 환경에서도 장기간 운영이 검증된 중속 엔진을 여러 대 묶어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온사이트(현장) 발전’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온사이트 발전 방식과 관련 중속 엔진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인 핀란드의 바르질라는 최근 미국 데이터센터향(向) 엔진 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 부문에서 지난 2000년 독자 개발한 ‘힘센엔진’은 전 세계 선박 추진·발전용 중속 엔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20MW급 발전용 힘센엔진은 대용량 중속 엔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 효율을 갖췄다. 여기에 기동성과 안정적인 부하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24시간 무중단 운전이 필수인 데이터센터 시장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힘센엔진의 공급처를 기존 조선소가 아닌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기업 에이페리온 에너지 그룹(AEG)으로 신규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AEG와 20MW급 힘센엔진 기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총 공급 규모는 684MW, 계약 금액은 6271억원 선으로 HD현대중공업이 체결한 발전용 엔진 계약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해당 계약 물량은 미국 현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투입된다.

AEG와의 계약은 HD현대중공업이 데이터센터용 전력 발전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업계로부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전력 설비 제조사들만의 프론티어로 여겨졌던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에 조선기업인 HD현대중공업도 진출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 HD현대중공업,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공급계약

삼성중공업은 이머징 마켓으로 급부상한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에 '플로팅(부유식) 데이터센터(FDC·Floating Data Center)'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FDC는 해상 부유식 구조물 위에 서버, 전력설비, 냉각장치, 통신 인프라를 결합한 형태다. 항만·해안 산업단지 인근 해상에 띄울 수 있어 육상 부지 확보 과정의 마찰을 피할 수 있다. 바닷물을 냉각수로 직접 활용, 비용 절감과 (육상에서의) 냉각 인프라 구축 병목 현상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어 ‘합리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또 필요에 따라 FDC는 자체 이동도 가능해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유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선 선박·해양플랜트 설계와 전력·냉각 시스템 통합 역량을 갖춘 조선사들의 참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육상 발전용 힘센엔진 이미지. HD현대
HD현대중공업의 육상 발전용 힘센엔진 이미지. HD현대

조선사 입장에서도 FDC는 단순 선박 건조를 넘어 설계와 전력·냉각 시스템 통합, 부유식 구조물 제작, 유지·보수까지 연결될 수 있어 향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관측이다.

▲ 삼성重, 자체 개발 FDC 선급 AIP 획득

조선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FDC 사업화를 추진 중인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0월 삼성물산과 함께 오픈AI와 손잡고 FDC 공동 개발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올해 들어 FDC를 미국 시장에 보다 빠르게 진출시키기 위한 행보에 가속도가 붙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 2026'에 참가해 자체 개발한 FDC 모델을 공개했다. 행사 기간 중 미국선급,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50MW급 FDC에 대한 개념 설계 인증(AIP)을 획득한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전기화·자동화 전문 기업 ABB와 FDC 전력 시스템 개발을 위한 기술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미국 데이터센터 사업개발 업체 무스테리안과 현지에서의 FDC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달 초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2026 포시도니아에 참가한 삼성중공업은 그리스 선주사 캐피탈, 영국 로이드선급과 FDC 3자 사업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FDC 기술·건조 분야를, 캐피탈은 프로젝트 발굴 및 투자를 담당한다. 로이드선급은 관련 규칙·규정 분야에서 힘을 보탠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최대 3조달러(약 44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FDC 프로젝트의 △투자처 발굴 △시장 분석·경제성 검증 △핵심 기술 확보 등을 위한 글로벌 라인업 구성에 전력 투구하는 양상이다.

▲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비 4400조 추산

안영규 삼성중공업 기술개발본부장(CTO)은 "FDC는 조선 기술력을 디지털 인프라 산업으로 확장한 신사업 모델"이라며 "친환경 에너지와 결합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회사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과 달리 HD현대와 한화오션은 FDC 사업의 구체적인 방향이나 기술 개발 로드맵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 FDC의 잠재 수혜 기업으로 분류한 HD현대는 신조 시장과 현존선 개조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4월 AEG와 발전용 중속 엔진 공급계약을 맺은 HD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힘센엔진을 발전 시스템으로 하는 신조 FDC 공급을 구상하는 단계다. HD현대의 해양산업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 HD현대마린솔루션은 현존하는 일반 선박을 FDC로 개조하는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역시 중장기 성장 동력 마련 차원에서 FDC 사업 분야 진출을 검토 중이지만 삼성중공업과 같은 가시적인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

▲ HD현대·한화오션, FDC 시장 초기 단계...신중

HD현대와 한화오션이 FDC 사업 진출을 놓고 구상 단계에 있는 가장 큰 이유로 해당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FDC가 실제 대규모 발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력 공급 방식은 물론 △해상 통신 안정성 △운영비 △규제 및 인·허가 △해양 환경 영향 등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로선 개념설계와 기술 협력, 선급 인증 위주로 시장 선점 경쟁이 시작된 단계”라고 말했다.

FDC 시장이 출발선상에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업계에선 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이 가중될수록 관련 시장은 급성장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에서 발간한 보고서는 “FDC의 상용화 사례가 아직까지 극히 일부에서 보고되고 있으나 폭증하는 전력 인프라 수요가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 기회를 확장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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