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상전의 미래가 될지도 모를, 무시무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투와 흡사한 행동을 하는 장면을 기대하며 테크 기업이 밀집해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산업 단지를 찾았다.
하지만 현장은 내 기대와 달랐다. 얼굴은 없고 검은색에 반짝이는 외관을 가진 로봇 '팬텀'이 알록달록한 아동용 블록을 가지고 "자유 놀이"를 하고 있었다.
팬텀은 군사 및 민간 분야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설립 2년 차 스타트업 파운데이션 로보틱스의 로봇이다. 이 회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산카에트 파탁은 "로봇 개발에는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오늘은 이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봇의 안정성을 보여주려는 듯, 강철로 덮인 80kg 무게의 팬텀을 방안 곳곳으로 밀거나 로봇의 보행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공장용, 가정용, 반려용 자율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중이다. 파운데이션은 이와 달리 군사적 용도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중인 미국 내 유일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로봇을 군사적 용도로 사용한다는 말은 보통 물자 조달, 정찰, 장비나 부상자 회수, 위험 요인 점검 등 지원 역할을 함을 뜻한다. 그러나 논란은 크지만 위협에 맞서 교전하는 전투도 군사적 용도에 포함된다. 파탁은 이를 "최전선 무기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로봇을 무장시키면 인간 군인을 위험에서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치명적 피해가 우려되는 건물 수색 임무는 인간 대신 로봇에게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을 사용하면 부수적 피해도 줄일 수 있다. 파탁은 "하늘에서 목표를 자율 드론으로 타격하는 것보다, 지상에서 활동하는 자율 시스템이 보다 정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텀이 이러한 역할을 하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파운데이션의 1세대 모델 '팬텀 MK-1'은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지 않았다. 방진·방수 기능도 없었고,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지 못했다.
로봇 공학에서 난제로 꼽히는 손 개발 문제도 마찬가지다. 팬텀은 악력과 정밀도가 낮았고, 적절한 손목 관절도 구현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연구소 내 또 다른 공간에서 2세대 모델을 제작중이라고 했다.
파탁은 2세대 '팬텀 MK-2'는 전천후 내구성을 갖추고, 대용량 배터리로 약 6시간 연속 운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넘어졌을 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능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2세대는 성능이 향상된 손도 갖게될 것이다. 파탁은 차기 모델에 장착될 손은 다양한 가동 범위를 가지며, 사격 보조가 가능한 손목 관절까지 탑재될 것이라고 전했다.
파탁은 이와 함께 파운데이션의 목표는 2027년 말까지 연간 최소 4만 대의 로봇을 생산하고 장기적으로 단가를 2만 달러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파탁은 중국이 이러한 전투 로봇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중이라며, 서방 국가들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율 드론이 공중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수십만 대의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상군을 구성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로봇 전력이 잠재적 적국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파운데이션은 미군과 2400만 달러 규모의 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자사 기술을 시범 운용중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도 2대의 로봇을 시험 운용하고 있다. 파탁에 따르면 미군과는 무기 발사가 아닌 장비 취급만 시험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하는 시험 운용에는 무장 운용도 포함된다.
파운데이션은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인 에릭 트럼프가 투자자 겸 고문으로 합류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파운데이션은 파탁 개인 차원에서도 중요한 도전이다. 그가 공동 창업해 이끌었던 금융 서비스 기업 시냅스는 2024년에 파산을 신청했다.
하지만 '군이 정말로 휴머노이드 전투 로봇을 필요로 하는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논쟁이다. 또 '이러한 로봇을 실제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와 '어떤 윤리적 문제가 있는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상업용 로봇 시스템 중개 플랫폼이자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컨설팅 기업인 로보잽스의 딘 팬크하우저는 군은 분명히 휴머노이드 전투 로봇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육군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찾기 위해 관련 경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팬크하우저는 어떤 기업이 될지는 몰라도 이 기술을 무기화해서 사업을 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폭발물이나 미사일을 운반하는 드론과 지상 무인체계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장을 비롯해 널리 활용되고 있다.
팬크하우저는 네 발로 걷는 로봇의 무기화를 추진하는 기업도 있지만, 아직 전장에서 실제 운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인간처럼 걷는 로봇을 만드는 기업 대다수는 인명 피해 위험과 윤리적 문제를 이유로 로봇의 무기화에 선을 긋는다.
하지만 파탁은 더 많은 기업이 파운데이션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 사회가 인간의 신체 구조에 맞춰 설계돼 있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형태의 전투 로봇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드라이버 같은 공구부터 각종 무기에 이르기까지 기존 도구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파탁은 치명적인 무력 사용에 대해서는 인간이 반드시 최종 승인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앙적 결과를 막기 위해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자율 사격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즉, 인간의 승인이 절대적인 전제 조건이 아닌 상황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 개발에서 가장 큰 과제는 아마도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며 예측 불가능하고 복잡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 일일 것이다. 사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모든 기업의 공통된 숙제이기도 하다.
팬텀은 '코텍스(Cortex)'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비디오, 이미지, 텍스트 등을 활용한 시연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작업을 바탕으로 로봇에 물자 운반이나 건물 내부 지도 작성 같은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한다.
이후 로봇은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360도 시야를 확보하고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AI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분석한 뒤 움직임을 조정한다.
파탁에 따르면 코텍스는 두 종류의 AI 모델이 협력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첫 번째는 특정 작업 수행 사례를 학습한 '추론 모델(Reasoning Model)'이다. 이 모델은 목표를 해석하고 팬텀의 행동 계획을 수립한다.
두 번째는 '세계 모델(World Model)'이다. 로봇은 인터넷 영상뿐 아니라 블록 놀이와 같은 실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학습해 모델은 주변 환경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고 팬텀이 임무를 수행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형태가 가장 효율적인 구조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로보잽스의 딘 팬크하우저는 4족 보행 로봇과 같은 형태가 지형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업용 시장에서 목격한 경험을 토대로, 휴머노이드 기술이 실제 전투에서 활용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팬크하우저에 따르면 오늘날 상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문을 여는 것조차 어려워하며, 창고에서 상자를 포장하는 간단한 작업도 겨우 수행한다.
그는 "만약 오늘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중국이 이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군사화해 전투를 수행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로봇들이 시연에서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는 실제 전장이 아니라 통제되고 정형화된 실험적 환경에서 진행되었다. 다만 팬크하우저는 5년에서 10년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그리핀은 비영리 기관인 플로리다 인간·기계 인지 연구소(IHMC)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를 진행해온 연구자다. 이 연구소는 비전투 분야에 초점을 둔 군 수탁 휴머노이드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그리고 이 연구소의 일부 기술을 파운데이션이 인수해 핵심 기술로 사용중이다.
그리핀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군인의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전히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
예컨대 로봇이 높이를 알 수 없는 창문에서 뛰어내리거나, 울퉁불퉁한 지면에 착지한 뒤 익숙하지 않은 내부를 즉시 탐색하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는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보면 인간 수준의 능력을 갖췄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이러한 자율 시스템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응할 방법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인간 군인들이 공중제비를 돌거나 머리에 상자를 뒤집어쓰는 등 "기상천외한 행동"을 통해 AI 시스템을 쉽게 무력화시켰다고 덧붙였다.
실무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그리핀은 작동 시간이 모든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의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보행과 관절 작동에 많은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6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다면 "매우 인상적"이라는 것이 그리핀의 평가다.
파운데이션이 인간용 무기를 다룰 수 있는 로봇 손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리핀은 "이 회사는 엔지니어링 팀에게 극도로 어려운 목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리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비정부기구 글로벌 연합체 '킬러로봇 반대 캠페인(Stop Killer Robots)'의 니콜 반 루이옌 집행위원장은 모든 형태의 치명적 자율무기(LAWS)가 전쟁 진입 장벽을 낮추고, 갈등을 비인간화하며,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특히 인간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 무기에 대해서는 "한층 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인간과 닮은 기계가 민간 환경에서 사용될수록 친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처럼 인식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국제 규범을 마련해 기술 기반의 군비 경쟁위험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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