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은 맞는데, 영점이 안 맞았다… ‘슈퍼스타’ 손흥민의 기쁨과 슬픔 [체코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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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은 맞는데, 영점이 안 맞았다… ‘슈퍼스타’ 손흥민의 기쁨과 슬픔 [체코전 현장]

풋볼리스트 2026-06-14 12:40: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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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월드컵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월드컵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과달라하라(멕시코)] 김희준 기자= 손흥민의 장점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무조건 슈팅을 말해야 할 것이다. 손흥민은 강력하고 정교한 슈팅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고 정확하게 공을 골문에 꽂아넣을 수 있는 건 웬만한 선수들도 갖지 못한 손흥민의 무기였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바이어04레버쿠젠, 토트넘홋스퍼를 거치며 점차 완성형 선수가 됐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아래서 오프더볼 움직임과 전방압박을 개선한 게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자신의 슈팅을 살리는 전술에서 가장 빛났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득점왕을 차지한 것도 시즌 중반부에 부임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손흥민이 역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술적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체코전 손흥민은 우리가 알던 손흥민과는 조금 달랐다. 상대를 끌어당기는 움직임, 동료와 연계, 슈팅 각도를 만드는 드리블 등은 훌륭했으나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이날 손흥민은 총 6회 슈팅을 시도했는데, 이 중 유효슈팅은 1회에 불과했다. 후반 11분 이재성이 흐름을 살려 내준 공을 손흥민이 쇄도하며 슈팅했는데, 공이 뛰쳐나온 마테오 코바르시 골키퍼의 몸에 맞고 밖으로 나갔다. 전반에 시도한 5번의 슈팅은 모두 골문을 외면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들어 좀처럼 골맛을 보지 못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는 올 시즌 마수걸이 골을 넣지 못했고,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챔피언스컵에서 2골을 넣었을 뿐이다. 역할이 달라진 건 분명했다. 손흥민은 MLS와 챔피언스컵을 합쳐 16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이 수비를 끌어당겨 공간을 만든 뒤 패스를 내주면 이를 동료가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MLS 기준으로 슈팅을 40회 시도해 1골도 넣지 못하는 건 손흥민답지 못했다.

김민재(왼쪽), 손흥민(월드컵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민재(왼쪽), 손흥민(월드컵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도 득점을 제외하면 손흥민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황인범의 동점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강인이 중앙 지역에서 공을 잡았을 때 손흥민이 이강인에게 공을 받으려는 듯 앞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체코 스리백의 오른쪽에 있던 로빈 흐라냐치가 손흥민을 견제하기 위해 그쪽으로 이동했다. 오른쪽 윙백 블라디미르 초우팔과 거리가 순간적으로 벌어졌고, 그 공간으로 황인범이 쇄도했다. 황인범은 이강인의 절묘한 로빙 스루패스를 받아 뒤늦게 따라온 흐라냐치와 뛰쳐나온 코바르시 골키퍼를 모두 제친 뒤 정교한 슈팅으로 오른쪽 골문 구석에 공을 밀어넣었다.

전술적 역할도 손흥민에게 잘 맞았다. 손흥민은 주로 전방에 머물며 역습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이강인이 중원으로 내려가 공을 소유하고 반대로 전환하는 패스를 뿌리면 손흥민은 그 공을 잡으러 달려가 반칙을 얻어내거나 동료와 최전방 라인을 맞춰 움직였다. 이날 대인 수비를 펼쳤던 체코 선수들이 손흥민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그를 따라가면, 다른 동료들이 손흥민으로 인해 창출된 공간으로 움직여 공격을 전개해나갔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에게 득점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는 건 그를 위한 전술적 지시가 잘 맞아들어갔다는 방증이다.

손흥민은 존재감만으로 상대를 끌어당기고, 동료에게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선수다. 슈팅 6회를 시도한 것도 손흥민이 좋은 움직임과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곤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후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체코 감독은 “손흥민은 공을 차지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막는 것이 쉽지 않았다. 수비를 강화하고자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정말 훌륭한 선수다. 결과를 봐서 알겠지만 막기 쉽지 않았다”라며 그 존재감을 칭찬했다.

손흥민(월드컵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월드컵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럼에도 손흥민에게는 득점이 필요하다. 손흥민이 그토록 큰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건 그가 어떤 상황에서든 골을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전반 40분 손흥민이 페널티아크 왼편으로 공을 끌고 간 뒤 시도한 왼발 감아차기 슈팅이 골대를 벗어난 장면은 특히 아쉬웠다. 손흥민이 ‘매크로’처럼 자주 구사하던 득점 패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만약 손흥민이 침묵을 이어간다면 그를 상대하는 팀들도 점차 손흥민에게 끌려나가지 않을 것이다. 손흥민과 대표팀을 동시에 완성시키는 마지막 열쇠는 손흥민의 결정력이 살아나는 것이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24분 오현규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홍명보 감독과 인사한 그는 굳은 표정으로 벤치에 앉았다. 오현규는 한국과 체코가 1-1로 맞선 후반 35분 황인범이 올린 낮은 크로스에 왼발을 갖다대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곳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대표팀 슈퍼스타이자 주장으로서 언제나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해왔던 손흥민이 짊어진 무게감과 중압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3번의 월드컵에서 중요한 득점이나 도움을 기록해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쐐기골이나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 극장골 도움은 손흥민이 왜 대표팀에 필요한지 알려주는 순간들이었다.

손흥민에게 남은 건 득점뿐이다. 다가오는 경기는 한국과 조 1위를 다툴 걸로 예상되는 멕시코전이다. 손흥민은 8년 전 월드컵에서 멕시코전에서 환상적인 감아차기 득점을 뽑아냈는데, 그때는 1-2로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미 대표팀 내에서 전술적 가치가 충분하지만, 득점까지 뽑아낸다면 다시 한번 한국의 월드컵 역사를 빛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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