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집권 여당의 책임, 능력, 실적과 포용·통합을 주문했다. 당내 강성 지지층 집결에 몰두하는 여당 지도부를 우회 비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구 트위터)에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여당의 역할에 관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 대통령은 "여당(與黨)의 사전적 의미는 더불어 함께 하는 무리"라며 "여당은 이미 집권에 성공하여 주어진 공식 권력으로 주장 아닌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실현할 수 있는 대신, 국가의 미래와 온 국민의 삶을 통째로 책임져야 하며, 결과로 증명된 성과를 통해 재집권을 추구한다"고 정의했다.
이어 "반대로 조정에서 밀려나 들판에서 재집권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집단을 야당(野黨)이라 한다"며 "야당은 여당과 정부에 대한 감시, 견제, 공격이 중요하지만, 여당은 주어진 권력으로 책임을 지는 능력과 실적, 포용과 통합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여당과 야당의 역할 차이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상과 현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정치인들은 자주 길을 잃는데, 철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인이 지녀야 할 세 가지 자질을 주문했다"며 △사익이 아닌 대의에 대한 열정 △자신의 행위가 초래할 결과에 대한 무한한 책임 △현실과 이상간의 균형감각 등을 언급했다.
이중 '결과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으로는 "좋은 의도만 앞세우고 결과는 나 몰라라 하는 '신념윤리'보다, 결과를 예측하고 책임지는 '책임윤리'가 정치인에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여당 지도부를 향해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상이 없는 현실주의자는 눈앞의 이익만 좇는 기회주의자가 되고, 현실이 없는 이상주의자는 해결책 없이 편 가르기에 집중하는 무능한 선동가가 된다"고도 했다.
이어 "정치가 현실의 제약과 인간의 한계를 무시하고 이상만 고집하면 독선과 진영에 빠지게 되고, 이상을 잃어버리면 단순한 권력 유지로 전락하기 때문에, 현실을 바꾸려면 가치와 지향을 잊지 않되 역설적으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균형감각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이 군대나 창과 가깝다면 여당은 농사와 그릇에 가깝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그래서 집권 여당은 신념을 버리지는 않되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 야당은 이상과 신념을 외치고 상대를 부정하며 투쟁에 매달릴 수 있지만, 여당은 장애와 방해를 뚫고 국민의 먹고사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며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미 쟁취한 권력에 근거한 정책 결정과 집행의 결과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집권 세력은 구호나 주장이 아닌 냉철한 균형감각에 의한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며 "대결과 배제보다 끊임없는 대화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강한 힘이라면 모든 것을 휩쓰는 격류보다는 모든 것을 담아 정화하는 큰 바다가 더 좋겠다"며 "불가피하게 깨고 나가야 한다면 깨지는 이들에 대한 배려, 공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의 위임을 받아 이미 집권했다면 사익 아닌 공익을 향한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고민하되, 가장 차가운 균형감각으로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키며, 방해나 난관을 이겨내고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당장 우리의 손에 이 나라의 운명과 5200만 국민의 삶이 달려 있다. 더 크게 더 넓게 더 멀리 보며, 더 많은 국민과 함께 가자"라며 "전쟁을 통해 점령한 것이라면 배제와 독점이 이상할 게 없지만, 경쟁을 통해 부분의 힘으로 승리하여 전체를 대표하게 되었다면, 이제 모두를 위한 포용과 개방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이날 글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강조하는 등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당원을 향한 메시지를 내는 정청래 대표를 겨냥한 거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조승래 "대통령도 여당 구성원…스스로 각오 다진 것"
이에 대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대통령의 발언을 당 지도부를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하는 데 선을 그었다.
조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글이 정청래 대표 비롯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는 물음에 "그건 해석이니까,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며 "대통령 스스로에게 새롭게 당신도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막스 베버의 '책임 정치'를 언급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도 여당의 구성원"이라며 "해당 메시지는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지방선거 이후 여당이 어떤 자세로 국정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특정 인사나 지도부로 좁혀 접근하는 것은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뜻을 그런 식으로 곡해한다면 대통령의 큰 뜻을 오히려 좁히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같은 해석은 대통령(의 발언)을 다른 정치적 의도로 이용하는 것으로밖에 달리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 사무총장은 "앞으로 남은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지도부 교체가 두 번 있다"며 "8·17 전당대회가 있고, 총선 이후 2028년에도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며 "그 지도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당내 토론을 전개하고 당을 운영해 나갈지에 대한 메시지 전반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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