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포스코 제철소에서 벨트 컨베이어 롤러 교체를 자율 수행하는 로봇이 공개됐다. 단순한 작업으로 보이지만, 고속 회전하는 롤러에서 발생하는 마찰열은 화재를 일으키고 협소한 공간에서 작업하던 인력이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해왔던 고위험 영역이다.
포항과 광양 제철소를 합치면 벨트 컨베이어 길이만 700㎞에 이른다. 그동안 수십 년 경력의 숙련공들이 눈과 귀에 의존해 이상 부위를 찾아내고 직접 교체해왔다. 개인의 경험에 축적된 암묵지가 유일한 기술 자산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전통 방식에 피지컬 AI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데이터 분석을 넘어 물리적 장비를 스스로 제어하는 이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의 'M.AX-AI 팩토리'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됐다. 포스코와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10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약 175억원의 국비가 투입된 국책과제다.
베테랑 숙련공의 노하우를 로봇에 심기 위해 연구팀은 현장에서 수집한 1만9천여 건의 음향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시연 당일 이상 소음을 감지한 모바일 자율로봇은 곧바로 문제 롤러를 찾아내 스스로 교체를 완료했다. 기존에 작업자 8명이 붙어야 했던 일을 로봇 한 대가 해낸 것이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과제가 남아있지만, 현장 적용 시 작업자 안전과 설비 안정성 모두 개선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본다. 포스코 최용준 연구위원은 포항 지역의 시멘트 공장과 화력발전소까지 포함하면 연간 교체되는 롤러가 거의 1만 개에 달한다며 타 산업으로의 기술 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예지보전을 넘어 실시간 위험 감시 영역으로도 피지컬 AI가 확장 중이다. 포항 제철소 2고로에서는 고온가스와 폭발 위험으로 사람 접근이 불가능한 풍구에 사족보행 로봇이 투입됐다. 영상 55도의 열기를 버티며 온도를 정밀 측정하고, 스스로 충전하며 감시 임무를 이어간다.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현장을 찾았을 때 숙련 용접공 자리에는 협동로봇이 푸른 불꽃을 튀기며 작업하고 있었다. 2023년 11월 도입 당시에는 도면 연동이 되지 않아 작업자가 조건을 수동 입력해야 했고, 1인당 로봇 2대 운용이 한계였다.
국책과제로 개발된 레일형 협동로봇 시스템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설계 도면과 자동 연동된 시스템이 용접 조건을 스스로 계산하고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작업을 수행한다. 이제 작업자 1명이 로봇 6대를 동시에 운용한다. HD현대중공업 윤대규 상무는 고숙련자보다 품질이 균일하게 나오고 후처리 사상 작업이 필요 없을 만큼 용접 상태가 깨끗하다고 평가했다.
현장 한쪽에 구축된 러그 자율제조 시스템 역시 전 공정 무인화에 성공해 가동 중이다. 선박 블록을 들어올리는 핵심 부재인 러그는 조선소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정형 부품이다. 과거에는 6명이 하루 100개를 겨우 만들어내던 노동집약적 공정이었으나, 산업부 지원 아래 6개월간 실증을 거쳐 로봇이 전담하게 됐다. 관리자는 디지털 트윈 화면으로 실시간 모니터링만 하면 된다. 로봇이 쉬지 않고 연속 생산하면서 생산량은 수작업 대비 87.5% 증가했다.
윤 상무는 선박마다 형태가 다르고 부재도 제각각이어서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과 달리 조선업은 자동화가 어려웠다면서, 현재 정형 부재에 적용된 자율 제조 기술을 비정형 부재까지 확대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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