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IA 세계 내구레이스 챔피언십(WEC) 제3전이자 제94회 르망 24시간 레이스가 8시간을 지나며 첫 번째 세이프티카 국면을 맞았다.
14일 오후 4시(현지시간) 프랑스 사르트 서킷에서 출발한 결선은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 시간대에 접어들며 토요타, BMW, 캐딜락의 하이퍼카 선두권 경쟁으로 압축됐다. 첫 세이프티카는 23시40분 포레스트 에세스에 멈춘 비스타 AF 코르세 54호차 페라리를 회수하기 위해 발령됐다.
이번 세이프티카는 단순한 경기 중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8시간 동안 토요타, BMW, 캐딜락이 각기 다른 타이어와 연료 전략으로 벌려놓은 간격을 다시 묶어놓을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4시간 경과 시점까지 토요타 #8호차의 타이어 관리가 흐름을 만들었다면 8시간을 앞둔 시점에는 캐딜락의 소프트 타이어 페이스와 BMW의 긴 연료 스틴트가 맞서며 선두권 균형을 흔들었다.
토요타 #8호차, 캐딜락 허츠 팀 조타 #38호차, BMW M 팀 WRT #20호차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선두권을 주도했다. #8호차는 주로 12랩 스틴트를 이어가며 타이어 운용에 중점을 뒀고, #20호차는 13랩 연료 스틴트를 꾸준히 소화하며 피트 전략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38호차는 소프트 타이어를 활용해 순수 속도로 압박했다.
8시간째 피트 사이클에서는 전략 차이가 더 뚜렷했다. 세바스티앙 부에미가 주행한 #8호차는 피트스톱에서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으며 트랙 포지션을 노렸다. 반면 #20호차는 새 타이어를 장착했고, #38호차는 미쉐린 소프트 컴파운드를 선택했다. BMW가 미디엄 타이어를 유지한 가운데 세 제조사의 선택은 자정 이후 레이스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38호차의 얼 밤버는 23시25분 소프트 타이어로 3분26초370의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야간 초반 소프트 타이어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서 같은 차를 몰았던 세바스티앙 부르데도 긴 스틴트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캐딜락의 전략 폭을 넓혔다.
자정을 앞둔 마지막 정규 피트스톱 전에는 부에미의 #8호차가 로빈 프라인스의 #20호차를 따라잡으며 두 차가 1, 2위에서 근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38호차가 조금 더 이른 피트스톱으로 선두에 올랐고 9시간째를 앞두고 약 24초의 리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곧이어 첫 세이프티카가 발령되면서 이 리드의 의미도 달라졌다. 선두권 간 시간 차와 피트 윈도우가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38호차가 잡은 흐름은 분명했지만 세이프티카 이후 전략 구도는 다시 열리게 됐다.
캐딜락 허츠 팀 조타 #12호차도 선두권 경쟁에 남아 있었다. 윌 스티븐스가 주행한 #12호차는 소프트 타이어를 사용하며 #20호차 앞에서 달렸다. 다만 세이프티카 이전까지는 다른 피트 전략에 놓여 있어 이후 토요타·BMW·캐딜락 두 대의 전략 차이가 어떻게 정리될지가 다음 흐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상위 4대 뒤에서는 웨인 테일러 레이싱의 캐딜락 #101호차와 페라리 AF 코르세 #51호차가 추격 그룹을 이끌었다. #51호차는 페라리 진영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알핀 #35호차와 #36호차 A424는 톱10 하위권에 머물렀고, 4시간째 슬로 펑크처를 겪었던 토요타 #7호차는 회복 주행을 이어갔다. 페라리 #50호차도 초반 안토니오 푸오코의 스핀 손실을 만회하며 톱10 안에서 반등을 노렸다.
BMW는 #20호차가 선두권 경쟁을 이어간 반면, #15호차는 악재를 맞았다. 7시간째 메종 블랑슈에서 DKR 엔지니어링 #3호차 LMP2와 접촉하며 오른쪽 뒤 타이어와 차체가 손상됐고 이후 기술 문제까지 겹치며 하이퍼카 대열 뒤쪽으로 밀렸다. #15호차는 초반 폴포지션을 기반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선두권 경쟁에서는 사실상 멀어졌다.
LMGT3에서는 세이프티카 전까지 아코디스 ASP 팀 렉서스가 1, 2위를 형성했다. 그러나 포레스트 에세스 상황 이후 세이프티카가 나오면서 순위가 크게 바뀌었고, 하트 오브 레이싱 애스턴마틴이 선두로 올라섰다. 케셀 레이싱 #74호차 페라리와 비스타 AF 코르세 #21호차 페라리가 뒤를 이었다.
LMP2에서는 듀케인 레이싱 #30호차 오레카-깁슨이 선두를 유지했다. 리처드 베르슈어가 초반 기반을 만들었고 도리안 핀과 줄리앙 앙들라우어가 안정적인 스틴트로 차이를 관리했다. 인터 유로폴 컴페티션이 2위, 벡터 스포트 #26호차가 세이프티카 상황을 활용해 3위로 올라섰다.
8시간을 마친 르망 24시간은 본격적인 야간 승부로 들어갔다. #8호차의 타이어 관리, #20호차의 긴 연료 스틴트, #38호차의 소프트 타이어 페이스가 맞물리며 하이퍼카 선두권은 쉽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자정 이후 승부는 세이프티카 이후 재스타트, 타이어 온도 회복, 피트 윈도우 재정렬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소프트와 미디엄의 작동 범위 차이가 낮보다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다. 첫 세이프티카는 토요타·BMW·캐딜락의 전략 균형을 다시 흔들었고, 르망의 긴 밤은 본격적인 승부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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