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나섰다. 구독자 증가세 둔화와 콘텐츠 제작비 상승, 광고 시장 경쟁 심화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콘텐츠와 쇼핑을 결합한 ‘미디어 커머스’가 차세대 성장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넘어 시청자의 소비 활동까지 연결하는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14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는 최근 KLPGA·KPGA 투어 골프 생중계와 다시보기(VOD) 시청 화면에 ‘커머스 밴드’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영상 플레이어 하단에 시청 맥략 연관 상품을 노출하고, 이용자가 탭하면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구조다. 웨이브의 첫 미디어 커머스 파트너는 올리브영이다. 골프 콘텐츠를 시청하다가 하단 커머스 밴드에 선크림, UV 차단 패치 등 스포츠와 연계된 뷰티 상품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며 이용자는 시청을 멈추지 않고도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쿠팡도 자사 OTT인 쿠팡플레이와 로켓배송 네트워크를 결합한 새로운 쇼핑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속 디저트를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즉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쿠팡은 쿠팡플레이의 신규 예능 ‘봉주르빵집’에서 선보이는 디저트와 주방용품 등을 로켓프레시를 통해 단독 판매 중이다. 시청자가 영상으로 제품의 활용법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로켓배송으로 즉시 구매하는 소비 패턴을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CJ ENM의 OTT 자회사 티빙은 국내 프로야구(KBO) 중계 IP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커머스로 연결했다. KBO 굿즈를 CJ온스타일 모바일 라이브방송으로 판매한 것이다. 신규 고객 유입이 크게 늘었고, 일부 상품은 빠르게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CJ온스타일은 자사 라이브커머스 콘텐츠를 티빙 쇼츠 탭에서도 제공하면서 콘텐츠 시청이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했다.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은 가입자 확보 경쟁에서 수익성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와 가입자 확대가 핵심 과제였다면 이제는 가입자 1인당 매출(ARPU)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광고형 요금제(AVOD) 도입이 확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광고 역시 만능 해법은 아니다. 경기 침체로 광고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과 광고 예산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결국 OTT 사업자들은 구독료와 광고 외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미디어 커머스다. 콘텐츠 시청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품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드라마 속 배우가 착용한 의류나 화장품,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음식이나 생활용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콘텐츠와 쇼핑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다. 라이브커머스와 숏폼 콘텐츠를 결합한 판매 모델이 성장하고 있으며 영상 플랫폼들은 시청 시간을 소비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국내 OTT 가운데서는 쿠팡플레이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회사인 쿠팡의 거대한 이커머스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중계나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 과정에서 상품 구매를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는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다. 티빙 역시 모회사인 CJ ENM이 보유한 콘텐츠 제작 역량과 홈쇼핑, 브랜드 사업 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미디어 커머스가 OTT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OTT 경쟁력이 콘텐츠 확보 능력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콘텐츠를 얼마나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드라마와 예능, 스포츠 중계가 단순 시청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쇼핑과 광고, 팬덤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IP 생태계’ 구축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용자가 과도한 상업성을 느낄 경우 콘텐츠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고 개인정보 활용 문제 역시 민감해서다. OTT가 보유한 시청 데이터와 소비 데이터를 결합할 경우 맞춤형 마케팅 효과는 커지지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요구도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는 미디어 커머스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구독자 증가만으로는 막대한 콘텐츠 투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콘텐츠를 소비와 연결하는 수익모델 확보가 생존의 핵심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통해 얼마나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향후 OTT 경쟁은 단순 플랫폼 경쟁이 아니라 콘텐츠·광고·커머스가 결합된 종합 플랫폼 경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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