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 그룹장이 11일 서울 태평로빌딩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실리콘 캐패시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지혜 기자
삼성전기가 차세대 수동부품으로 꼽히는 실리콘 캐패시터(Si-Cap)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기존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실리콘 캐패시터를 함께 공급하는 토털 솔루션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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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실리콘 캐패시터(Si-Cap) 시장 공략에 속도
MLCC와 실리콘 캐패시터를 함께 공급하는 토털 솔루션 전략 추진
실리콘 캐패시터 세미나 통해 성장 가능성과 기술 전략 공개
실리콘 캐패시터는 초박형 구조와 낮은 기생 인덕턴스(ESL)가 강점
250도 이상 고온 환경 사용 가능, 온도와 전압 변화에 따른 용량 변화 적음
MLCC 대비 고성능·고안정성·초박형 영역에서 차별화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 연평균 18% 이상 성장 전망
모바일 AP에서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로봇, 전장, 항공우주, 광통신 등으로 수요 확대
60GHz·100GHz급 광통신 영역에서 적용 검토 활발
MLCC, 실리콘 캐패시터, 패키지 기판을 함께 제안하는 전략 추진
고객사에 설계 단계부터 전압, 용량, 두께, 실장 위치 등 종합 제안 가능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 공급 계약 체결, 추가 고객사 확보 추진 중
김원기 그룹장 "실리콘 캐패시터는 MLCC가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 보완"
"MLCC와 실리콘 캐패시터가 상호 보완적으로 시장 넓힐 것"
"주요 글로벌 기업 대부분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검토 중"
삼성전기는 지난 11일 서울 태평로빌딩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실리콘 캐패시터 세미나'를 열고 실리콘 캐패시터의 성장 가능성과 기술 전략을 공유했다. 발표는 김원기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 그룹장이 맡았다.
캐패시터는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반도체가 필요로 할 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전자부품이다. 전자회로 안에서 전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댐' 역할과 미세한 전기 노이즈를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동시에 한다. AI 서버처럼 순간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바뀌는 시스템에서는 캐패시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삼성전기는 현재 주력 제품인 MLCC와 함께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을 키우고 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만든 캐패시터다. 웨이퍼 위에 얇은 유전체와 전극층을 증착하는 반도체 공정을 활용한다. 웨이퍼 표면에 미세 구조를 형성하고, 그 안에 고순도 유전층과 전극을 배치해 작은 면적 안에서도 높은 전기 용량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김원기 그룹장은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 아이디어를 DRAM 구조에서 얻었다"고 설명했다. DRAM은 기본적으로 아주 작은 캐패시터에 전하를 저장해 데이터를 0과 1로 구분한다. 이 구조에서 캐패시터 기능만 따로 떼어내어 고객이 원하는 전압, 용량, 두께에 맞게 다시 설계한 것이 실리콘 캐패시터인 것이다.
초박형·저노이즈 강점···MLCC와 상생한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MLCC와 기본 역할이 비슷하다. 두 제품 모두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 공급해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회로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줄여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돕는 캐패시터다. 고성능 반도체 주변에서 전원 품질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범주에 있다.
차이는 구조와 적용 영역에서 나온다. 실리콘 캐패시터의 핵심 강점은 초박형 구조다. 삼성전기의 실리콘 캐패시터는 실제 캐패시터 기능을 하는 구조를 약 1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구현할 수 있다. 덕분에 고성능 패키지 내부에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 칩 바로 아래나 패키지 기판 내부 등 기존 MLCC가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MLCC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라는 이름처럼 유전체와 내부 전극을 여러 층 쌓아 용량을 확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두께에 제약이 있다.
낮은 기생 인덕턴스(ESL)도 강점이다. ESL은 전류 흐름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성분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고속 신호 처리 과정에서 지연이나 왜곡,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다. MLCC는 여러 층을 거쳐 전류가 흐르는 구조상 고주파 환경에서 한계가 있지만, 실리콘 캐패시터는 구조가 단순하고 터미널을 여러 개 둘 수 있어 ESL을 낮추기 유리하다.
온도와 전압 변화에 따른 안정성도 차별화 포인트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실리콘 캐패시터는 250도 이상 고온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부하에 따라 전압을 올렸다 내리는 최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AI 칩에서는 이 같은 안정성이 중요하다. MLCC는 온도가 올라가거나 직류(DC) 전압이 높아지면 유효 용량이 변할 수 있지만, 실리콘 캐패시터는 온도와 전압 변화에 따른 용량 변화가 상대적으로 작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리콘 캐패시터가 향후 MLCC 일부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MLCC는 인공지능(AI)·전장용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김 그룹장은 "실리콘 캐패시터는 MLCC가 커버하지 못하는 초박형·고성능·고안정성 영역을 보완하는 구조"라며 "MLCC와 실리콘 캐패시터가 상호 보완적으로 캐패시터 시장을 넓혀갈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기의 실리콘캐패시터. 사진=고지혜 기자
"2031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토털 솔루션으로 대응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이 올해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1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처도 모바일 AP에서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모바일 AP에 일부 채택되는 수준이었지만, 고집적·고전력 AI 칩이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에서 대량 적용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순간적인 전력 변동이 큰 AI 시스템에서는 안정적인 전원 공급과 노이즈 제거가 필수적인 만큼, 실리콘 캐패시터의 빠른 응답성과 높은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적용 분야는 로봇, 전장, 항공우주, 광통신 등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내 연결 방식이 구리선에서 광통신으로 전환되면서 고주파 대응 부품 수요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60GHz·100GHz급 차세대 광통신 영역에서는 MLCC가 특성을 내기 어려워 실리콘 캐패시터 적용 검토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MLCC, 실리콘 캐패시터, 패키지 기판을 함께 제안하는 토털 솔루션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 그룹장은 "고객사는 특정 회로에 MLCC를 쓸지, 실리콘 캐패시터를 쓸지, 기판 위에 붙일지, 기판 안에 넣을지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삼성전기는 세 제품군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초기 설계 단계부터 전압, 용량, 두께, 실장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대형 고객사와의 공급 계약 이후 추가 고객사 확보도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 5월 미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1조5570억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김 그룹장은 "이미 이름이 알려진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급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고객사가 후보군을 검토하면 삼성전기도 대부분 논의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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