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깊게 읽고, 새롭게 연결하는 인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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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깊게 읽고, 새롭게 연결하는 인간의 힘”

이데일리 2026-06-14 08:42: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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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인공지능(AI)이 글을 쓰고 정보를 요약하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인간만의 고유한 경쟁력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도 인간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융합적 사고’와 ‘깊은 읽기’를 꼽았다.

디지털소사이어티(회장 노준형) 디지털문화위원회(위원장 김재인)는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채그로 북카페에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역량은?’을 주제로 제2차 포럼을 개최했다.

디지털소사이어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바탕으로 2022년 10월 출범한 디지털 분야 전문가 협력 플랫폼이다. 디지털 전환 촉진과 사회·경제·문화 전반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디지털사회전환위원회, 디지털경제융합위원회, 디지털문화위원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포럼은 AI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 고유의 역량을 탐구하고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재인 경희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김건 세종대 교수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가 발제자로 나서 AI 시대 인간의 핵심 경쟁력을 진단했다.

사진=디지털소사이어티


◇“AI 시대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 연결하는 능력”

첫 발제에 나선 김건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AI 시대 핵심 역량으로 ‘융합적 사고’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 부족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흩어진 정보와 지식을 연결하고 조합하는 능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양한 정보 가운데 핵심을 선별하는 ‘오려내기’와 멀리 떨어진 개념들을 연결하는 ‘잇기’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사고 과정을 강조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미술·음악·영화 분야 사례를 제시했다. 마티스와 피카소가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예술 세계를 창조한 사례, 악뮤 이찬혁이 패턴 인식과 유추를 통해 가사를 만드는 과정,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과 ‘설국열차’에서 다양한 학문과 사회 현상을 융합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위대한 창조는 전혀 다른 분야에 존재하던 요소들을 용감하게 연결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데이터의 맥락을 읽고 진짜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문학과 기술을 함께 이해하고 연결하는 융합 교육 패러다임이 AI 시대 핵심 교육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AI가 읽고 써주는 시대, 깊은 읽기가 더 중요해진다”

두 번째 발제자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AI가 읽기와 쓰기를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사고력을 지키기 위한 ‘깊은 읽기(Deep Reading)’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문자와 인쇄술의 발명이 인간의 뇌를 변화시키며 분석적·비판적·성찰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역사적 과정을 설명했다. 반면 오늘날 디지털 환경은 끊임없는 정보 전환과 짧은 콘텐츠 소비를 유도하면서 깊은 사고를 위한 인지 에너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TL;DR(Too Long; Didn’t Read)‘ 문화 확산을 우려했다. 긴 글을 읽지 않고 요약본에만 의존하는 습관이 확산되면서 깊이 있는 사고와 성찰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스스로 읽고 해석하는 과정을 AI에 맡기게 되면 생각하는 힘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문맹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안으로 단어와 문장을 천천히 음미하는 ’슬로 리딩(Slow Reading)‘,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읽는 ’액티브 리딩(Active Reading)‘, 논리와 구조를 꼼꼼히 분석하는 ’클로즈 리딩(Close Reading)‘을 제시했다.

장 대표는 “책 읽기는 사고력을 훈련하는 가장 확실한 도구”라며 “AI 시대일수록 독서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책의 본질은 요약할 수 없는 길이에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일반 시민과 교육 현장 관계자, 전문가들이 참여해 AI 에이전트가 일상화된 시대 인간 고유의 역량을 지키기 위한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올바른 독서 습관 형성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10세 이전에는 부모와 함께 책을 읽는 ’무릎 독서‘를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아이의 언어·인지 발달 수준에 맞춘 단계적 독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참석자들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책 읽기의 본질은 요약할 수 없는 길이에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단순 정보 습득은 AI가 대신할 수 있지만, 가설을 세우고 반론을 검토하며 논리를 전개하는 책 고유의 사유 과정과 통찰은 생성형 AI가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공과 직업을 넘어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는 독서 모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의 비교과 프로그램 신설, 기업 내 부서 간 독서 공동체 지원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제시됐다.

◇“AI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의 가치 더 커질 것”

포럼에서는 과학기술 중심 시대에 실질적인 융합적 사고를 실천하는 방법론도 논의됐다.

경제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행동경제학, 우주의 탄생부터 인류 역사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빅히스토리(Big History)처럼 서로 다른 분야의 관점을 연결하는 ’인위적 매핑(Mapping)‘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한국 공교육의 문해력 현실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그는 “한국 교육은 일상적 정보를 이해하는 기본 문해력은 잘 가르치고 있지만 상징과 비유, 추상 개념과 복잡한 논리를 분석하는 고급 독해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성인이 된 이후에도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써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인 디지털문화위원장은 “AI가 인간의 요약과 집필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스스로 깊게 읽고 남다르게 연결하는 인간의 능력이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소사이어티는 앞으로도 기술 중심 사회 속에서 인간다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인문·문화적 논의와 정책 제안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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