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나라 기자 | 은행 점포와 ATM 축소로 대면 금융 채널이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 2분기 우체국을 활용한 은행대리업이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고령층과 농어촌 거주자의 금융 접근성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초기 취급 대상이 대출상품으로 한정된 데다 상품 설명과 불완전판매 책임을 둘러싼 과제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2분기부터 전국 20여 개 총괄우체국에서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대출상품을 대면 판매하는 은행대리업을 시행한다. 은행대리업은 은행이 아닌 제3자가 은행의 일부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제도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4대 은행과 우정사업본부, 9개 저축은행을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하고 은행대리업 시범운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은행 영업점이 없는 지역에서도 우체국 등을 통해 대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은행권의 오프라인 채널 축소도 이번 제도 도입 배경으로 거론된다. 5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748개로, 2024년 말의 3842개보다 94개가 줄었다. 이를 2020년 말(4424개)과 비교하면 5년새 676개가 감소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은행·보험 부문의 포용적 금융서비스 접근성 강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 디지털 전환과 은행 점포 축소로 고령층과 농어촌 지역의 금융 접근성이 약화됐다"면서, "우체국과 상호금융기관 등 제3자가 예금·적금 수입과 대출 계약 체결 등 은행 업무를 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우체국은 판매만...설명의무·불완전판매 책임은 은행
은행대리업이 시행되면 고객은 우체국 창구에서 수신 업무 뿐만 아니라 대출상품을 상담받고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은행은 직접 영업점을 설치하지 않고 기존 우체국 인프라를 활용해 대면 상담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은행 점포가 적은 농어촌 지역에서 대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추가되는 구조다.
다만 은행대리업자는 고객 상담과 거래 신청서 접수, 계약 체결 등 창구 업무만 맡으며 대출 심사와 승인, 금리·한도 산정, 자금 집행은 은행이 직접 수행한다. 또한 시범운영 대상에는 예금 입출금과 현금서비스 등 일상적인 창구 업무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은행대리업은 은행 영업점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대면 상담 접점을 보완하는 역할에 가깝다. 예금 입출금과 현금 서비스 등 생활금융 업무는 초기 대상에서 빠지고 대출상품 판매가 우선 시행된다.
은행은 직접 점포를 신설하거나 유지하지 않고도 기존 우체국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고객은 은행 점포가 없는 지역에서도 대출상품에 대한 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체국이 은행의 주요 업무인 여신판매 과제를 떠안은 만큼, 이에 따른 책임소재와 소비자 보호는 과제로 꼽힌다.
대출상품은 판매 과정에서 설명의무와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적용되는데, 우체국 직원이 은행 상품을 설명하고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경우 책임 주체와 민원 처리 절차가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소비자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기본적 위탁자인 은행에 귀속되도록 하는 등 은행과 대리업자 간의 계약에서 책임 범위를 명확히 반영하도록 조건을 부과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여러 은행의 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과정에서 특정 은행 상품을 우선 권유할 행위 역시 관리 대상에 포함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우체국 직원들에게 상품 설명과 권유, 내부통제, 직원 교육 등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또한 금융위는 은행대리업이 은행권의 점포 폐쇄 대체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장치를 마련됐다. 은행대리업은 기존 영업점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점포가 부족한 지역의 대면 상담 기능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만큼, 은행은 대리업 운영만을 근거로 인근 영업점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은행이 은행대리업 운영을 이유로 인근 영업점을 폐쇄하는 것을 제한해 은행대리업이 은행의 점포 폐쇄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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