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이재명 대통령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대표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첨단산업부터 식품, 패션·화장품까지 전방위 협력 확대를 다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서로의 시장을 “특별한 국가”,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시장”이라고 표현하며 긴밀한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2일(현지시간) 로마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결과를 브리핑하며 참석 기업인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이 대통령의 국빈 방문 공식 일정의 하나로, 양국 정부와 재계가 함께하는 경제 협력 플랫폼 성격을 띤다.
이재용 회장은 “이탈리아는 삼성에게 특별한 국가”라며 “밀라노 가구쇼 등은 놀라운 영감의 원천이 됐고, 삼성의 최고 디자인책임자도 이탈리아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 강국인 이탈리아와 기술 혁신의 한국이 힘을 합치면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협력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디자인·프리미엄 전략과 이탈리아의 감성·디자인 역량을 결합한 협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LS그룹 구자은 회장은 전력 인프라 분야에서의 협업 성과를 언급하며 “북아프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지중해 허브’라는 중요성을 가진 이탈리아와 전력 인프라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를 거점으로 한 유럽·북아프리카 전력망 사업 확대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효성 조현준 회장은 패션과 금융업 등에서 이미 진행 중인 협력 사례를 소개한 뒤 “친환경 소재, 에너지 인프라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양국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매개로 한 한-이탈리아 간 그린 파트너십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식품 분야에서는 삼양식품 김정수 회장이 한국 라면과 이탈리아 파스타를 함께 언급하며 “양국 면 제품의 맛과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 연구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양국의 대표 식문화 아이콘을 접목한 신제품 개발이나 공동 마케팅이 추진될 여지가 생긴 셈이다.
HD현대건설기계 문재영 사장은 이탈리아 정부의 기업 지원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기업이 신규 설비를 도입할 경우 실제 구매가보다 높은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초감가상각제도 관련 애로가 빠르게 해결된 점에 감사를 표하며, 이탈리아 정부의 문제 해결 속도를 ‘페라리’에 비유했다. 현지 투자·사업 환경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신뢰를 강조한 발언이다.
이 밖에도 LG화학, 네이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패션그룹형지, 코스맥스, 큐어버스 등 참석 기업들은 각각 화학·배터리, 디지털 플랫폼, 항공우주, 패션, 화장품, 바이오 등 분야에서 이탈리아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과 포부를 밝혔다.
이탈리아 측 기업인들도 적극 화답했다. 비냐 페라리 CEO는 “한국은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시장이자 고향과 같은 국가”라고 말하며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전통적 럭셔리카 진출 외에도 전동화·디지털화에서 한국과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협업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기차·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등 미래차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의 기술 동맹을 희망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페라리의 존 엘칸 회장과 이재용 회장이 27년 된 친구 사이이며, 이 회장이 과거 페라리 사외이사를 지낸 인연이 있다고 전했다. 양측 최고경영진 간 두터운 개인적 네트워크가 향후 협력 확대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탈리아 방위산업·조선업체 핀칸티에리의 마조타 회장, 색조화장품 브랜드 키코밀라노의 도미니치 대표 등도 한국과의 협업 의사를 밝혔다. 방산·조선, 뷰티 등에서 한-이탈리아 간 공동 프로젝트와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기업인들의 발언을 경청한 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대전환기에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과 이탈리아가 함께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인들의 중추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정학·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가치·기술 동맹을 통한 공급망 안정과 신산업 개척을 주문한 발언으로 읽힌다.
행사를 마친 뒤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한국 기업인들과 ‘사후 간담회’를 열고 참석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용범 실장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개별 부처가 처리하기 어려운 건의는 대통령 정책실로 직접 해달라”고 요청하며 적극적인 정책 건의를 주문했다. 기업 애로 해소를 위한 청와대 직통 창구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또 앞서 인도 방문 당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제안했던 한-인도 직통 핫라인이 인도 총리실과 청와대 사이에 이미 개설됐으며, 이달 하순 인도에서 ‘한국 비즈니스 위크’가 열리기로 확정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청와대는 이를 계기로 인도, 이탈리아 등 주요 파트너 국가들과의 경제·통상 네트워크를 동시다발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간담회장 분위기는 비교적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행사장 호텔 측은 한국의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 승리를 축하하는 케이크를 별도로 준비해 참석자들에게 선보였다. 이 대통령은 전날 로마 대통령궁에서 열린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주최 국빈만찬에도 참석해 이재용 회장 등과 환담하며 양국 경제·산업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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