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무원에 실무 떠맡기는 문제 등 보고서로 지적한 조영호 교수
정치권에 '선거발전 특위' 제안…"문제 해결에 여야 뜻 모아야"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이의진 기자 = "6·3 지방선거의 투표소가 전국을 통틀어 몇 개였을까요? 1만4천개가 넘어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은 몇 명이죠? 3천명쯤 되나요?"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서강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선거 사무의 현실을 설명하며 이렇게 되물었다.
조 교수는 '선거 사무'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학자다. 선거와 관련한 다른 연구 대부분이 소선거구제냐, 비례대표제냐를 따지는 제도에 주목한 반면, 조 교수는 선거 실무를 파고들었다.
조 교수가 대대적인 현황 파악에 나선 건 4년 전이다. 그가 이끈 한국정당학회 연구진은 2022년 지방선거 직후 중앙선관위 발주로 5개월간 선거 실무자들을 두루 만났다.
선관위·지방자치단체·행정안전부 직원 등 실무에 관여하는 23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공무원 노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진행한 끝에 조 교수와 연구진은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선거가 안정적이었지만 앞으로도 그럴지 비관적 전망의 근거와 현행 체제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증거를 확인했다."
공무원들에게 투표관리관 등 실무를 사실상 '강제 할당'해 선거를 치르는 기존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었다. 이 보고서는 그해 중앙선관위 선거연구부로 접수됐다.
◇ "선거 소중히 여긴다면 진작 논의했어야"
조 교수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관한 이번 인터뷰에서 선관위 해체 등 일각에서 나오는 주장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짚었다. '관리' 역할인 선관위와 '실행' 역인 공무원 조직의 이원 구조를 어떻게든 고쳐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투표지 부족 문제가 없었다면 예전처럼 '어떻게든 넘어갔다'며 한숨 쉬고 끝냈을 것"이라며 "선거와 관련된 모든 정책 담당자가 내부의 곪은 문제를 회피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무를 둘러싼 선관위와 공무원 조직의 균열상을 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내버려 둔 정부·국회에도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게 조 교수의 평가다.
조 교수는 "공무원들이 소송을 제기한 게 몇 년 전이다. 그 뒤로 이해관계자끼리 모인 적이 있나"라며 "선관위원장·사무총장이 국무총리실이나 행안부 장관 혹은 공무원 노조를 만나 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얘기한 적이 있기는 했던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2020년 경기 안양시 공무원들은 선거 사무 수당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조 교수는 "어느 기관이든 선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 같은 선거 사무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 됐다"고 쓴소리했다.
전국 공무원을 관할하는 행안부 등이 적극적으로 선관위와 소통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선거 사무가 '국가적 의제'로 격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동원 시 보상 현실화, 공무원들이 느끼는 선거 민원의 두려움, 투표 현장에 없다는 이유로 일선 공무원에게 민원 대응을 미루는 선관위 행태가 다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만큼은 여야의 구분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내 선거 사무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여야가 다 합의해야 할 문제"라며 "이 문제 해결에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선관위엔 '오만해졌다' 평가…내실 강화 주문
선거 사무 변천사를 분석한 조 교수는 선관위에 대해 "오만해졌다"고 평가했다. 조직 이익을 극대화하려 '외연 확장'에 집중해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선거연수원(1996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2004년), 세계선거기관협의회(2013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2014년) 등 유관기관이 속속 발족한 가운데 선관위가 정작 선거 사무를 올바르게 관리하는 본연의 임무는 간과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민주화 이후 중립성이 부각돼 선관위도 2000년대부터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립성을 위해 법관들이 직을 맡아왔는데, 그들은 정치와 선거를 잘 모른다"며 "그 자체가 바로 옛날 체제라는 뜻이다. 이걸 쉬쉬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이 좋은 선거가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게 너무나도 슬픈 일"이라며 "선관위도 내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가 '기본'에 해당하는 선거 사무 역량부터 키워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중앙선관위가 가동한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새 절차 도입보다는 엄정하고 정확한 선거 관리에 집중해야 신뢰 회복에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선거 사무에 능통한 인력부터 확보하라고 선관위에 권고했다.
법·정치·사회·언론학 교수와 언론인 등 12명으로 꾸려진 이 위원회는 부정선거론에 대해 조직 차원에서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방식의 부정선거가 불가능하다는 법적·기술적 근거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주저하지 말라는 제언이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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