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탄생한 현행 선거관리위원회 체제가 60여 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3·15 부정선거를 계기로 행정부에서 독립한 합의제 헌법기관이었지만, 감시 사각지대에 방치되면서 핵심 기능마저 흔들리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야는 선관위의 업무 능력 향상과 외부 감시 강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제도 정비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에 이어 투표용지 부족으로 시민의 참정권이 침해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개혁 필요성이 급물살을 탔다.
선거 당일 오전부터 용지 부족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상급 기관의 지휘체계 공백과 보고 시스템 결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 효율성과 전문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확대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1명에 불과한 상임위원 정원을 늘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취지다. 대법관이 겸직하는 위원장직 역시 전담 상임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법률 전문가 출신의 한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위원장 1명,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7명 등 11인 체제로 재편하면 실질적인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위원장을 상임·책임직으로 바꾸는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감시 기능 강화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 한 명은 "선관위 전담 감사기구를 신설하거나, 산하에 완전 독립형 감찰 조직을 두는 방식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측도 법안으로 대응에 나섰다. 유용원 의원은 중앙선관위에 감사관을 배치하고 정기국회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국회에 의무 제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동훈 의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권한을 선관위까지 확대하는 법률안 추진을 예고했다. 야당 일부에서는 선관위를 비상설 기구로 전환해 행정안전부 관할로 편입시키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전면 개혁의 관건은 결국 헌법 개정 여부다. 선관위는 헌법에 구성과 권한이 명시된 독립기관인 만큼, 위원 정수 조정이나 파면 요건 확대 등은 법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독립기관 지위를 재확인한 만큼, 실효적 견제 장치를 마련하려면 헌법 조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개헌 필요성에는 여야가 공감하지만 방향성에서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민주당은 독립성의 헌법 정신을 유지하면서 권한과 조직을 재설계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선관위 해체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해체가 필요하다는 게 많은 국민의 시각"이라며 "개헌과 함께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양당은 당내 전담 기구를 가동하며 주도권 다툼도 시작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송기헌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고, 16일 2차 회의와 17일 토론회를 예정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현행법 보완을 위한 TF 구성을 준비 중이며, 나경원 의원이 수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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