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이 보유한 연체채권 문제가 금융당국의 새로운 관리 대상으로 떠올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공공기관 연체채권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며 제도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9일에는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 아래 관계기관 회의가 열렸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를 비롯해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등 7개 기관이 자리를 함께했다.
회의 소집 배경에는 공공기관의 채권 정리 지연으로 채무자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탈적 금융'으로 지목한 장기추심 관행이 공론화된 가운데, 포용금융을 내건 현 정부 정책과 공공기관의 장기 채권 보유 실태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기 연체 발생을 막고 채무자가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체계 구축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가 그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부실채권 관리 성적표는 부진하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의하면 캠코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12개 주요 기관의 개인금융부실채권 잔액은 2018년 28조114억원에서 올해 약 44조4천478억원으로 불어났다. 7년 사이 16조원 넘게 증가한 셈이다. 이와 달리 회수 불가능 판정을 받아 상각 처리된 비중은 23.3%에서 16.6%로 오히려 줄었다. 기관 자체 채무조정 비율 역시 45.7%에서 34.6%로 하락했다.
예산정책처는 공공기관들이 적극적인 조정·정리 대신 형식적으로 채권을 안고 있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7년 당국이 상각기준 정비와 캠코 중심의 상각채권 일원화 관리 방안을 내놓았지만, 현장 이행률이 저조했던 점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기관별 실태를 재점검하면서 기존 제도가 작동하지 않았던 원인을 파악하고 실효성을 높인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캠코의 일원화 관리 체계 재정비와 기관마다 상이한 상각기준 통일 등을 통해 원활한 채권 정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체채권 누적을 막기 위한 제도 보완 수위도 논의 대상이다.
다만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 공공기관의 내부 규정이 제각각이어서 '장기 연체' 기준 자체가 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관별 기준을 맞추는 과정에서 현황 파악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안에 종합대책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당국은 민간 금융회사 대상 규제도 잇따라 손질했다. 매입채권추심업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진입 문턱을 대폭 높였으며, 금융사가 상각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에 대해서는 최초 소멸시효 완성 조건 하에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한편 캠코는 보유 채권 8조9천억원 가운데 정상 상환 중인 2조6천억원을 제외한 6조3천억원을 연체 기간별로 단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20년 넘게 묵은 장기연체 1조4천억원은 올해 안에 처리하고, 나머지 4조9천억원은 채무자 상환능력에 따라 탕감이나 조정을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캠코 관계자는 상환심사에 필요한 정보 조회 권한이 제한돼 소각 대상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채권이 상당수라며 신속한 업무 처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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