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결국 사람의 일이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도 마지막 순간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래서 큰 자리는 큰 사람에게 맡겨져야 한다. 진보냐 보수냐 이전의 문제다. 국가를 운영할 지도자의 자격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정치는 지금 이상하게 가고 있다. 경제는 어렵고 민생은 팍팍한데, 정치가 국민을 안심시키기는 커녕 더 불안하게 만든다. 권력은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 과거를 겨누고, 정치권은 비전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최근 정치권을 보면 국민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여권은 특검과 당권장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특검이 국정의 중심이 되고 정치의 동력이 되어버리는 순간 국민은 묻게 된다. '그래서 민생은 누가 챙기는가.'
정치는 원래 국민을 안심시키는 기술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가벼워졌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가 전체를 흔든다. 그래서 대통령은 누구보다 신중해야 하고 무거워야 한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의 언행을 보면 때때로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정치적 감정에 기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권력을 잡는 것과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 대중 정치와 국정 운영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정치의 방향이다. 지금 여권 내부에서는 벌써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움직임이 감지된다. 강성 정치의 상징처럼 비쳐지는 정청래의 존재감이 커지고, 권력 내부에서는 힘겨루기가 벌써 시작됐다. 민생보다 권력이 먼저라는 신호는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다.
보수는 또 어떤가. 솔직히 답답하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이게 아닌데, 아직도 내부 갈등과 계산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 체제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방향보다 버티기다. 정치인은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결단해야 할 때 결단하지 못하고, 정리해야 할 때 정리하지 못하면 정치의 시간은 잔인하게 흘러간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보수는 인재 검증에 실패했다. 순간의 인기와 말솜씨, 팬덤과 감정 정치에 흔들리면서 '큰 사람'을 키우는 일에 실패해 왔다. 국가를 이끌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역사를 읽는 힘이 있어야 하며, 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지도자의 얕은 식견은 결국 국가적 혼란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에게는 판단력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판단력이란 수많은 정보 속에서 본질을 읽고, 위기의 순간 방향을 정하며, 때로는 욕을 먹더라도 결단할 줄 아는 능력이다. 통찰력은 그 판단의 깊이다. 눈앞의 지지율이나 진영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시대가 어디로 가는 지를 읽는 힘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포용과 이해력도 있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혼자 나라를 운영할 수는 없다. 자기 편만 끌어안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정치로는 공동체를 이끌 수 없다. 큰 지도자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말도 들을 줄 알고, 때로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까지 품을 줄 안다. 무엇보다 사람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용병술은 정치의 꽃이다.
정치 실패의 상당수는 정책 실패보다 사람 실패에서 시작된다. 자기 말만 듣는 참모, 눈치만 보는 측근, 직언 없는 조직은 결국 지도자를 망친다. 역사 속 많은 지도자가 외부 적이 아니라 내부의 무능과 아첨 때문에 무너졌다.
그래서 지금 다시 오세훈을 생각하게 된다. 그는 적어도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행정 능력을 검증받았고, 강성 팬덤보다 중도와 실용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지금 정치권에선 유일하게 '정치 신사'의 품격을 지키고 있다. 극단적 언어와 증오 정치가 일상이 된 시대에, 그의 존재가 커지는 이유다.
물론 그에게도 과제는 있다. 더 큰 정치를 하려면 더 넓게 사람을 써야 한다. 직언하는 참모를 가까이 두고, 유능한 인재를 더 과감히 등용해야 한다. 큰 지도자는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가 정치인의 마지막 실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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