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the guest> 창작진의 무속 세계관과 <악마판사> 최정규 감독의 미장센이 결합해 탄생한 조선 다크 판타지 <동궁>동궁> 악마판사> 손>
- 조승우의 무게감 위에, 기존 이미지를 깨고 변신을 감행한 남주혁과 노윤서의 기묘한 삼각 역학 관계가 만들어낼 오컬트 사극의 진화
칠흑 같은 연못 앞에 선 남자. 밧줄에 묶인 채 복숭아 나뭇가지를 등에 지고 물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포스터 한 장으로 장르의 문법을 선언하는 이 강렬한 이미지가 여름의 시작을 서늘하게 가른다. 오는 7월 1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은 귀(鬼)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지닌 의문의 사내 구천(남주혁)과 비밀을 간직한 궁녀 생강(노윤서)이 왕(조승우)의 명을 받아 동궁에 깃든 잔혹한 저주를 파헤치는 다크 판타지 오컬트 사극이다. 장르 팬들에게 이 작품의 존재감을 먼저 각인시킨 것은 배우진에 앞서, 제작진의 이름이었다.
K-오컬트 장인들이 구축한 '귀(鬼)의 세계'
〈동궁〉의 대본을 맡은 것은 권소라·서재원 작가다. 한국형 무속 신앙과 엑소시즘을 결합해 장르의 교과서가 된 〈손 the guest〉, 전통 설화를 현대적으로 뒤튼 〈불가살〉을 함께 써낸 두 사람이 이번엔 오컬트 세계관의 무대를 조선 왕실의 심장부로 끌어들였다. 무속의 언어가 궁궐이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어떤 밀도로 폭발할지, 그 상상만으로도 장르 팬들의 기대치는 충분히 정당화된다.
메가폰은 최정규 감독이 잡았다. 〈붉은 달 푸른 해〉와 〈악마판사〉를 통해 인간 내면의 뒤틀린 심리와 묵직한 서스펜스를 정교하게 포착해 온 그가, 두 작가의 기괴한 텍스트 위에 밀도 높은 미장센을 얹는다. 기묘한 서사와 감각적인 시각 언어의 조합. 조선판 다크 판타지의 미학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가늠하게 만드는 영리한 만남이다.
조승우라는 닻, 그 위에서 날뛰는 청춘들
배우들의 역학 관계 역시 정교하게 설계됐다. 극의 중심축은 구천과 생강을 궁으로 불러들여 판을 짜는 '왕', 조승우다. 그는 등장만으로 극의 격과 장르적 무게를 확립한다. 기괴할 수 있는 판타지 서사를 지상에 단단히 발붙이게 만드는, 그야말로 견고한 닻 같은 존재다.
조승우가 깔아놓은 링 위에서 두 청춘 배우는 각자의 전작 이미지를 과감히 지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청량함과 〈비질란테〉의 다크 히어로를 차례로 통과한 남주혁은, 이승과 귀의 경계를 오가며 귀신을 베어 죽이는 처절한 구천으로 분해 한층 거칠고 깊어진 액션을 선보인다. 〈일타 스캔들〉로 안방의 블루칩이 된 노윤서는 귀신의 소리를 듣는 궁녀 생강 역으로 자신의 스펙트럼을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한다. 저주의 실체를 향해 함께 다가가는 두 사람의 기묘한 긴장이 조승우의 아우라와 부딪히며 팽팽한 삼각 텐션을 완성한다.
장르의 다음 좌표를 향해
현실의 경계를 넘어 귀의 세계로.
〈동궁〉이 내건 카피는 극 중 서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킹덤〉이 개척한 K-사극 좀비 장르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 고유의 무속 오컬트가 글로벌 플랫폼 위에서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시험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볼거리에 기댄 전시성 사극이 아니라, 뒤틀린 인간의 욕망이 궁궐이라는 밀실 안에서 어떻게 '귀신'이라는 존재로 발현되는지를 짚어내는 웰메이드 장르물, 그 탄생을 7월의 문턱에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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