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비 6천만 원을 반값으로 깎은 판결이 파기된 이유[판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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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비 6천만 원을 반값으로 깎은 판결이 파기된 이유[판례방]

이데일리 2026-06-13 12:3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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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집을 사고팔 때마다 따라붙는 돈이 있다. 중개보수, 흔히 말하는 복비다. 액수가 커지면 잔금일에 얼굴을 붉히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 계약서에 적어둔 복비를 나중에 법원이 깎아줄 수 있을까.

(사진=나노바나나)


대법원은 깎을 수는 있다고 답했다. 다만 조건이 있다. 법원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5다212052 판결).

광주광역시에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의 부지를 확보하려던 회사가 중개법인에 사업 부지 일대의 부동산 매입을 의뢰했다. 중개법인의 중개로 회사는 2021년 10월 토지와 건물을 28억 원에, 이듬해 4월 다른 토지와 건물을 33억 5,000만 원에 사들였고, 각각 거래금액의 0.9%에 부가가치세를 더한 합계 6,088만여 원을 계약일에 중개보수로 주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회사는 보수를 주지 않았고, 중개법인이 소송을 냈다. 1심에서 회사는 다투지 않았고, 법원은 변론 없이 중개법인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다.

그런데 항소심은 달랐다. 약정한 복비가 너무 많다며 절반으로 깎았다. 중개를 맡게 된 경위, 업무의 난이도, 들인 노력, 회사가 얻은 이익, 약정 당시의 법정 상한요율 등을 고려하면 약정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회사가 구체적 사정을 들어 감액을 주장 증명하지 않았지만 직권으로 이처럼 정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했다. 출발점은 보수 약정이 있으면 중개업자는 약정보수 전부를 청구할 수 있지만 위임의 경위와 업무의 난이도, 들인 노력, 의뢰인이 얻는 구체적 이익 등을 고려해 약정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적당한 범위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는 2012년 대법원이 중개수수료 사건에서 밝힌 그대로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1다107900 판결). 이번 판결의 핵심은 그다음이다. 이런 감액은 계약자유 원칙에 대한 예외이므로, 법원은 그에 관한 합리적인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 기준에 비추면 항소심은 부족했다. 매매 목적물이 어떤 경위로 중개 대상이 됐는지 외에는 구체적인 사실을 심리하지 않은 채, 난이도와 노력과 이익이라는 추상적인 사정만 나열했다. 왜 하필 절반인지도 알 수 없다. 대법원은 이런 판시만으로는 중개보수 청구를 제한할 근거를 알 수 없다고 보았다.

이 판결로 복비 감액의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약정보수라도 신의칙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는 그대로 유지됐다.그러나 감액은 어디까지나 예외이고, 예외를 인정하려면 그에 걸맞은 구체적 사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보수가 많아 보인다는 인상만으로 절반을 깎을 수는 없다.

중개보수를 둘러싼 다툼은 일상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아파트 한 채를 사고팔 때도 복비가 수백만 원에 이르러 요율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법은 보수의 상한을 정해 두었다. 주택은 거래금액 구간별 상한요율을 시·도 조례로 구체화하고, 토지·상가 같은 주택 외 부동산은 거래금액의 0.9% 이내에서 협의해 정한다. 이 상한 안에서 맺은 약정이라도 과하다고 다툴 길은 열려 있다. 다만 깎아 달라는 쪽이 중개업무가 얼마나 단순했는지, 보수가 기여에 비해 얼마나 큰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반대로 중개사는 어떤 물건을 몇 차례 보여주고 어떤 조건을 조율했는지 업무 경과를 남겨두면 보수를 지키는 데 유리하다. 거래당사자라면 계약 단계에서 보수율과 지급시기를 서면으로 분명히 정해야 한다.

약속한 복비는 원칙적으로 약속대로다. 반값으로 깎으려면, 깎자는 쪽이든 깎는 법원이든 근거를 충실히 내놓아야 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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