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를 대표하는 두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두뇌라면 SK하이닉스는 그 두뇌를 움직이는 심장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며 AI 시대 최대 수혜 기업이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방한 기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다시 만나면서 양사의 전략적 협력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단순한 고객사와 공급업체 관계를 넘어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진화해 온 양사의 동맹은 이제 메모리를 넘어 AI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엔비디아와 SK의 협력이 차세대 AI 시스템과 AI 팩토리 구축까지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 HBM 시장 함께 키운 엔비디아와 SK
SK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AI 열풍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어져 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GPU용 그래픽 메모리 공급을 통해 관계를 구축했고 이후 생성형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HBM 분야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메모리다. 대규모 AI 연산을 수행하는 엔비디아 GPU에는 사실상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세계 최초로 HBM3 양산에 성공하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이어 HBM3E 역시 가장 먼저 양산에 돌입하며 엔비디아의 주력 AI 가속기 공급망에 안착했다. 현재 엔비디아 H100과 H200, 블랙웰(Blackwell) 플랫폼에는 SK하이닉스 HBM이 대거 탑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 최대 수혜 기업을 꼽으라면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를 빼놓을 수 없다"며 "HBM 시장 자체를 함께 성장시킨 대표적인 AI 동맹"이라고 평가했다.
▲ 최태원·젠슨 황, AI 시대 함께 그리다
양사의 관계는 최근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들어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 참석한 데 이어 이달 초 대만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2026에도 직접 방문해 젠슨 황 CEO를 만났다.
최 회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와 함께 황 CEO의 기조연설을 참관하며 차세대 AI 기술 트렌드를 점검했고 AI 생태계 확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단순한 HBM 공급 관계를 넘어 AI 인프라 전반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최근 AI 팩토리용 메모리 발전을 위한 장기 기술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양사는 차세대 HBM 개발과 AI 서버용 메모리 기술, 첨단 패키징, 차세대 AI 시스템 최적화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 산업이 발전할수록 엔비디아에는 안정적인 메모리 공급망이 필요하고 SK하이닉스에는 대규모 수요처가 필요하다. 양사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AI 시대 들어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관계는 사실상 전략적 동맹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HBM 공급망을 넘어 AI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HBM5 시대에도 동맹은 지속
업계의 관심은 이제 HBM5 시대로 향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플랫폼인 '루빈(Rubin)'과 '루빈 울트라(Rubin Ultra)'를 준비하면서 메모리 업계 경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메모리를 쌓을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발열 관리와 첨단 패키징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차세대 열관리 솔루션인 iHBM을 공개하며 HBM5 시대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HBM과 GPU를 연결하는 핵심 구간에 일체형 냉각 구조를 적용해 열 저항을 30% 이상 낮추는 기술이다.
또 최태원 회장은 최근 향후 5년 내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캐파)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의 생산능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경쟁은 결국 메모리 경쟁이기도 하다"며 "엔비디아가 AI 제국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는 가장 중요한 전략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양사의 협력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HBM으로 시작된 SK와 엔비디아의 동맹은 이제 AI 인프라와 차세대 시스템 개발로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AI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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