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AI 전환의 ‘민낯’···사각지대 갇힌 골목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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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AI 전환의 ‘민낯’···사각지대 갇힌 골목상권

이뉴스투데이 2026-06-13 09:00:00 신고

[사진=쿠팡풀필먼트, 그래픽=이경진 기자]
[사진=쿠팡풀필먼트, 그래픽=이경진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경진 기자] 첨단 AI기술 도입과 유통·물류 분야의 ‘제조 AI 전환’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 중인 소상공인의 83.3%가 새로운 앱 도입조차 어려운 ‘기초 단계’(30.5%)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편화된 도구만 겨우 쓰는 ‘입문 단계’에 수준 역시 52.8%에 달했으며, 지난 3년간 정부의 디지털·AI 관련 지원 사업에 참여해 본 소상공인은 3.2%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 주도의 대형 컨벤션 행사가 정작 정책적 지원이 가장 시급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은 대형 전시장을 찾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데다, 행사장 중심의 일회성 홍보는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하위 상인들에게 도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소상공인의 월평균 휴무일은 2.3일에 불과하며, 소상공인의 21.3%는 휴일이 아예 없는 연중무휴 상태로 매장을 지키고 있다. 사실상 하루하루 생업을 이어가느라 정부가 개최하는 대형 박람회나 집합 교육에 참석할 물리적 시간 자체가 구조적으로 결여돼 있는 셈이다. 

이같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일상이 시간에 묶여 있음에도 현재의 정책 집행 방식은 공급자 중심의 일회성 행사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소상공인의 눈높이에 맞춘 ‘찾아가는 홍보’나 ‘현장 밀착형 전달 체계’가 촘촘하게 마련되지 못하면서 정부 정책과 민생 현장 간의 사각지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생업에 바쁜 소상공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직접 방문해 지도하는 소상공인 컨설턴트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대기업·IT 기업들이 공동으로 협력해 소상공인의 입맛에 맞는 ‘업종별 맞춤형 IT 솔루션’을 개발해 높은 접근성을 가질 수 있도록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의 확장과 정부의 지원책 신설에 힘입어 해외 ‘역직구’ 시장이 새로운 판로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11번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의 확장과 정부의 지원책 신설에 힘입어 해외 ‘역직구’ 시장이 새로운 판로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11번가]

정보 격차와 공급자 중심 정책의 한계는 새롭게 떠오른 해외 판로에서도 나타났다.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의 확장과 정부의 지원책 신설에 힘입어 해외 ‘역직구’ 시장이 급부상하자 국내 유통사들은 글로벌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G마켓은 동남아 최대 플랫폼 ‘라자다’와 연계해 K-상품을 현지에 노출시키고 있으며, 11번가는 중국 ‘징둥닷컴’에 전문관을 열어 K-뷰티 등의 수출길을 마련했다. 

그러나 대형 플랫폼 중심의 지원책 역시 고도화된 기술과 글로벌 물류 솔루션을 다룰 수 있는 일부 상위 셀러나 중소기업들만 혜택을 독식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사각지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다국어 AI 번역 시스템이나 복잡한 크로스보더 물류 체계를 유연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디지털 역량과 초기 자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본사나 공식 총판 등 자체적인 마케팅 전문 인력을 가동할 수 있는 상위 기업 중심으로만 수출 효과가 집중되면서 판로 다변화라는 본래의 정책 취지와 달리 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대다수 영세 자영업자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번 소외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류 위원은 “글로벌 시장 진출은 소상공인들에게 분명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대다수 소상공인은 관련 정보와 전문 인력이 부족해 초기 대응에 역부족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재의 유통·물류 AI 전환기는 지형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극초기 단계인 만큼 거창한 담론을 바탕으로 성급하게 지원 정책을 규정하는 것은 현장과의 괴리만 키울 뿐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유통가 안팎에서도 실질적인 현장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단기 성과주의식 전시 행정과 예산 낭비성 보조금 뿌리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고도화에만 집중된 반복적이고 맹목적인 지원 정책은 결과적으로 구매 권력이 알고리즘에 종속되는 부작용을 낳고 영세 상인을 외면하는 유통가 전반의 침체와 부정적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이커머스의 범람으로 오프라인 골목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면, AI 전환기에는 준비되지 않은 영세 상인들이 또다시 무더기로 망가지는 2차 도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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