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날씨와 줄줄 흐르는 땀은 신체를 쉽게 지치게 만들고 입맛까지 떨어뜨린다. 체력이 빠르게 소모되는 여름에는 몸에 겉도는 물기와 영양을 동시에 채워줄 원동력이 필요하다.
특히 신맛과 단맛을 함께 가진 제철 열매는 당분과 수분, 비타민을 효과적으로 보충할 수 있어 이 시기에 반드시 섭취해야 할 대상으로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기력 회복의 상징처럼 불리는 과일이 있다. 산과 들에 까맣게 익어 자연이 준 보양식이라 불리는 열매, 바로 '복분자'다.
‘요강을 엎는다’는 이름에 숨겨진 비밀
복분자라는 이름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옛이야기에 따르면 이 열매를 먹고 나서 소변을 보았더니 줄기가 세어져 요강이 뒤집어졌다고 한다. 이 일화에서 ‘복(覆)’은 엎을 복, ‘분(盆)’은 요강 분자를 써서 ‘요강을 엎는 열매’라는 뜻이 완성되었다. 예로부터 신체 기력을 돋우는 정력의 상징으로 여겨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적인 분석 결과로도 가치는 증명된다. 검은빛을 띠는 과육에는 ‘안토시아닌’과 ‘엘라그산’을 비롯해 비타민 C와 E 같은 산화 방지 성분이 가득하다. 이는 신체 내부의 노화를 방지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피로를 씻어내 주어 신진대사가 저하되기 쉬운 한여름에 신체를 보호하는 방어막이 되어준다.
남녀 모두에게 이로운 성분과 ‘장어’와의 조합
흔히 남성에게만 이롭다고 알려졌지만, 복분자는 여성 신체에도 좋다. 체내 노폐물을 내보내는 이뇨 작용을 도와 몸이 붓는 현상을 가라앉혀 주며, 피부 탄력을 유지하고 호르몬 균형을 맞추는 데도 이로운 작용을 한다. 아울러 시력을 유지하고 눈에 쌓인 피로를 줄여주므로 스마트폰을 자주 보는 현대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성분이다.
복분자는 보양식인 장어와 함께 먹을 때 더욱 좋다. 두 식재료가 만나면 장어에 풍부한 비타민 A의 흡수율과 신체 내 움직임이 훨씬 활발해져 피로를 풀어주는 능력이 극대화된다. 다만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면 풍부한 식이섬유 성분 때문에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할 수 있으므로 몸 상태에 맞춰 알맞게 조절하여 섭취하는 습관이 옳다.
산딸기보다 낮은 당도… 요리로 변할 때 진가 드러나
식물학적으로 산딸기 과에 속하는 복분자는 일반적인 산딸기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줄기에 하얀 가루가 묻어나고 열매가 검게 익는다는 차이가 있다. 많은 이들이 시중의 달콤한 복분자주를 떠올리며 생과를 기대하지만, 실제로 밭에서 따 맛보면 생각보다 신맛이 강하고 단맛이 부족해 실망하기 쉽다. 산딸기의 당도가 보통 12브릭스라면 복분자는 10브릭스 안팎으로 단맛 자체는 덜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분자는 다른 식재료와 어우러질 때 가치가 드러난다. 고유의 진한 향과 산뜻한 신맛은 고기 요리나 디저트에 섞였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즙을 짜내어 샐러드 소스로 쓰거나 오리, 스테이크 요리에 곁들이면 고기 누린내를 잡고 풍미를 거들어준다. 유통 기한이 짧고 수분이 많아 쉽게 무르는 성질이 있으므로, 생과로 즐길 때는 요거트나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 디저트로 즐기는 방법이 가장 손쉽다.
사계절 내내 두고 즐기는 천연 에이드와 청
열매를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면 설탕과 열매를 동등한 비율로 섞어 병에 담그는 ‘복분자 청’이 해결책이다. 서늘한 그늘에서 2~3개월 정도 숙성하면 열매에 부족했던 당도가 채워지면서 진한 과즙과 향이 뿜어져 나온다. 가을이나 겨울철 갈증이 나거나 감기 기운이 돌 때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면 훌륭한 천연 음료가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청은 탄산수나 얼음과 섞어주면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릴 시원한 복분자 에이드로 변신한다. 물기를 제거하고 설탕과 함께 푹 졸여내어 잼으로 만들어두면 빵에 발라 먹는 아침 식사 대용으로 좋다. 전통 방식으로 빚어낸 복분자술 역시 은은한 향과 깔끔한 뒷맛 덕분에 사계절 내내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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