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약 3개월간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란 정부는 처음으로 최고지도자가 합의안을 승인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과 핵 프로그램 처리 방식을 둘러싸고는 양측의 해석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 아라그치 장관 X
미국 언론과 국제통신사들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2일(현지시각) 국영TV 연설에서 미국과의 종전 협상이 사실상 최종 단계에 진입했으며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국가안보회의의 승인을 이미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가 지금보다 가까웠던 적은 없었다"며 "며칠 안에 원격 방식으로 서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MOU는 단순한 휴전 선언을 넘어 양국 관계의 구조적 전환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협상 초안에는 전면적인 적대행위 중단, 레바논을 포함한 역내 분쟁 완화, 상호 주권 존중, 후속 핵협상 개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은 양측이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으로 상대국의 주권과 통치체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문서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 측에서는 이번 합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중동 안정화 전략의 핵심 성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로이터는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양측이 며칠 내 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에 핵무기 개발 중단, 고농축 우라늄 처리, 국제 사찰 수용 등을 요구하는 대신 경제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일부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진전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미국 증시 선물은 상승했고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적으로 재개방될 경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은 전쟁 이전 수준의 자유로운 항행 회복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해협 관리 체계를 이란과 오만이 공동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과 선박에 대한 각종 서비스 비용 부과 방침도 재확인했다.
이란은 이를 '통행료(toll)'가 아니라 안전보장, 항행 지원, 구조·구난, 환경보호 등에 대한 '서비스 수수료(service fee)'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국제 해상교통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오만 정부 역시 과거 "호르무즈 통과 자체에 대한 요금 부과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전쟁 발발 이후 봉쇄와 부분 통제가 반복되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락을 거듭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으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해협의 장기적 운영 방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 문제 역시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라그치 장관은 종전 MOU가 체결되더라도 핵협상은 그 이후 별도 단계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요구해온 고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란 영토 내 희석 방식만이 가능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핵시설 해체와 우라늄 반출을 요구하는 미국 입장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미국 측은 핵 문제를 종전 이후 60일간의 후속 협상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은 제재 해제와 전쟁 피해 보상 논의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변수도 남아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스라엘이 협상을 무산시키기 위한 명분을 찾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란은 종전 합의의 핵심 조건 가운데 하나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과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역량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안보 위협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서명이 성사된다면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47년 가까이 이어져 온 미·이란 적대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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