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방한 기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국내 주요 게임사 경영진과 잇달아 회동을 가지면서, 글로벌 AI 기업과 국내 게임사 간 기술 협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AI가 게임 개발과 운영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면서 업계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과거 AI가 이용자 데이터 분석이나 운영 자동화 등 일부 영역에 쓰였다면 현재는 제작 파이프라인부터 운영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다만 AI 활용 확대가 장밋빛 전망만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 문제와 AI 생성물에 대한 이용자 반감, 내부 검수 체계 등은 게임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뉴스락>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AI 활용 현황과 전략, AI 시대 게임업계가 마주한 과제를 살펴봤다.
대형 게임사, AI를 핵심 인프라로... 개발·운영 전반 확대
대형 게임사들은 오래전부터 AI를 게임 개발과 운영에 접목해왔고, 최근에는 이를 단순 보조 기술이 아닌 이용자 경험과 제작 방식을 바꾸는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월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AI 협업 모델 CPC(Co-Playable Character)를 발표했다.
CPC는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하고 상황에 맞춰 반응하는 AI 캐릭터를 지향하는 기술로, 기존 NPC보다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의 글로벌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월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를 포함한 주요 임원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젠슨 황 CEO와 로보틱스 분야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 협력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특히 엔비디아 에이스(ACE) 기술 기반의 온디바이스 소형 언어모델을 활용해 개발한 ‘PUBG 앨라이’는 크래프톤의 AI 역량을 실제 게임 플레이 경험에 접목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PUBG 앨라이는 배틀그라운드 아케이드에서 이달 중 베타 서비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게임 특화 AI 연구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공개한 ‘Orak’은 대규모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의 게임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다.
회사는 CPC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설계 경험을 반영해 게임 환경에서 AI의 상황 인식과 판단, 행동 결정 과정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도 AI 활용 범위를 게임 개발과 운영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4년부터 구글 클라우드와 AI, 클라우드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글로벌 협업을 추진했다.
양사는 게임 개발 과정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게임 개발 및 운영을 위한 데이터 분석, 라이브 서비스 운영 최적화, 게이밍 생태계 구축, 전사 생산성 향상 등을 협력 과제로 제시했다.
자회사인 NC AI는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이 게임 개발 영역을 넘어 콘텐츠 솔루션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NC AI는 오디오, 그래픽스, 챗봇, 기계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상용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디어, 콘텐츠 등 다른 산업으로도 맞춤형 AI 솔루션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피지컬 AI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영역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실시간 시뮬레이션과 물리 기반 컴퓨팅, AI 기반 인터랙션 기술 등을 통해 게임 플레이 경험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넷마블은 일찌감치 AI 연구 조직을 꾸리고 게임 운영과 개발 효율화를 위한 기술 고도화를 이어왔다.
회사는 지난 2014년부터 게임 이용자들의 플레이 만족도와 개발 효율성 향상을 목적으로 AI 기술 연구를 시작했고, 이후 전담 연구 조직인 '넷마블 AI 센터'를 설립했다.
또한 운영 측면에서는 밸런싱 시스템, 이상탐지 시스템, 이용자 추천 시스템 등을 개발해 게임 내에 적용해왔다. 게임 로그와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정상 패턴을 탐지하고, 이용자별 플레이 성향에 맞춘 추천과 운영 고도화에 AI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활용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초 AI&Tech랩을 신설하고 자체 AI 모델 연구 및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조직은 생성형 AI 리서처, AI 엔지니어, 서비스 개발 인력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AI를 게임 개발과 서비스 운영 전반에 걸쳐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서비스 운영 영역에서 AI 도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매칭, 추천, 개인화 등 라이브 서비스 핵심 기능에 AI를 접목해 신규 유저의 이용 편의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넥슨에 따르면 매칭 시스템의 경우 실시간 데이터 기반으로 로직을 고도화해 신규 유저 대기시간을 약 66% 줄이고, 매칭 속도를 약 3배 끌어올렸다.
고객 대응 영역에서는 AI 기반 상담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문의 내용을 파악해 적절한 응답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상담 품질의 편차를 줄이고, 응답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대형 게임사들의 AI 활용은 이제 기술 연구 차원을 넘어 실제 게임 제작과 서비스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뉴스락>에 “AI 활용은 이제 일부 R&D 부서의 실험적인 툴을 넘어, 기획부터 아트, 코딩, QA에 이르는 게임 제작 전 공정에까지 거의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중견사 AI 전략은... 생산성·효율화에 초점
중견 게임사들도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형사들이 운영 전반에서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면 중견사들은 개발 생산성 향상과 효율화 등 실무 적용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가장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컴투스다. 컴투스는 AI 활용성 증대를 통한 개발 경쟁력 확대를 위해 지난 3월 내부 AI 조직 ‘AX HUB’를 신설하고, 외부 전문 기업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AX HUB는 ‘Art AI’, ‘Game AI’, ‘Dev AI’, ‘Insight AI’ 등 4개 실 단위 조직으로 구성됐다.
외부 협업도 병행하고 있다. 컴투스는 AI 기업 소이랩엑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게임·콘텐츠 분야 생성형 AI 기술과 AI 파운데이션 모델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내부 AI 역량을 내재화하는 동시에 실무에 적용 가능한 AX 프로세스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개발과 서비스, 사내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게임 서비스 관련 취약점 데이터베이스를 자동화·구조화하고, 위험을 탐지·분류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오위즈는 AI Lab을 앞세워 게임 특화 기술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AI Lab은 게임 중심의 AI 기술 연구와 전사 AI 전환을 주도하는 조직이다.
데브시스터즈도 AI를 업무 전반에 확대 적용하며 조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1분기 실적 부진 이후 경영 쇄신 과정에서 업무 전반에 AI 등 신기술을 도입해 경량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일부 적용해 온 신기술 기반 업무 인프라를 개발·비개발 조직 전반으로 확대해 구성원의 생산성과 완성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중견 게임사들의 AI 전략은 대형 인프라 투자보다 현장 적용을 통한 효율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발 지원, 운영 개선 등 즉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업무 영역에 AI를 접목해 제한된 자원 안에서 제작 효율과 서비스 안정성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 게임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이나 자체 모델 개발보다 개발 공정과 서비스 운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우선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제한된 인력과 비용 안에서 제작 효율과 운영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AI 활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확산의 과제... 효율 너머 검수·이용자 신뢰가 변수
AI가 게임 제작 현장의 효율을 끌어올리면서, 게임사의 경쟁력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고품질 게임 제작에는 대규모 인력과 막대한 자본이 필수적이었다면, AI 도구 확산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개발 조직도 기획과 제작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AI 시대에는 단순한 기술 도입보다 독창적인 기획력과 IP 확보 여부가 게임사의 차별화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향후 게임사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경쟁력은 자본력이나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누가 더 독창적인 기획력과 유저의 마음을 움직이는 오리지널 IP를 창작하고 보유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AI 활용 확대의 이면도 있다. AI 작업물에 대한 이용자 반감, 저작권 관련 법적 불확실성, 내부 창작자들의 피로도와 고용 불안 등은 게임사가 관리해야 할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실제로 펄어비스가 선보인 '붉은사막'은 지난 3월 출시 직후 AI 생성 에셋이 사전 고지 없이 정식 버전에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펄어비스는 당시 공식 SNS를 통해 "초기 단계 실험용으로 사용한 에셋이 의도치 않게 출시 버전에 포함됐다"며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전수 조사 및 교체 패치를 예고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성의 없이 생성된 아트워크나 부자연스러운 텍스트는 즉각적인 유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AI 학습 데이터의 무단 도용 문제와 저작권 분쟁은 글로벌 서비스 과정에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를 인력 대체나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접근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결과물을 실제 게임의 세계관과 톤앤매너에 맞게 수정·검수하는 과정에서 반복 작업이 늘어날 수 있고, 이 과정이 창작자 피로도와 조직 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AI 시대의 차별화 경쟁력은 기술 도입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AI가 전체 작업의 상당 부분을 빠르게 완성할 수는 있지만, 이용자를 매료시키는 디테일과 밸런싱, 세계관의 설득력은 여전히 인간 디렉터의 안목과 통찰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AI 시대에 게임사가 진정으로 갖춰야 할 차별화 경쟁력은 인간의 디렉팅 능력, 즉 휴먼 터치”라며 “AI 툴을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철학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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